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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25 (수요일)

조선 구조조정의 뒤안길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28일 보고서를 통해 조선업계가 업황 회복기에 들어서면서 침체기를 버텨낸 기업에 수주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현대미포조선을 수혜주의 하나로 꼽았다. 이 증권사의 황어연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중소형 선박 건조 경험이 많고 비나신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도 확보했다. 올해 수주액도 지난해보다 54% 늘어난 36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이달 들어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에게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경영의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소식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이달초 노조에 경영현황 설명과 함께 희망퇴직 접수계획을 통보하고 16일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노조는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큰 집이라 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도 감원으로 인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6일부터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쟁의에 돌입할 태세다. 노사갈등의 격화 속에 신뢰는 사라졌고 물러설 수 없는 전선만 남았다. 그러자 민주노총과 정치권도 노동자들을 거들고 나섰다. 민주노총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 사람들은 지난 16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의 감원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3년간 이미 3500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또 다시 2400명을 정리해고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에서도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금 조선업계는 참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회사나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정된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STX조선은 사업 재편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통해 채권단 자금지원 없이 자력생존을 추진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성동조선과 STX조선에 10조원을 투입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시간만 지체되고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었다. 뒤늦게 더 고통스러운 과정도 찾아왔다.   조선 산업은 자동차 등과 함께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엔진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천덕꾸러기 같은 부담스러운 존재로 전락했다. 고용상황은 악화되고 공장 가동은 저조하다.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아킬레스건을 하루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구조조정을 더는 늦출 수 없게 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금호타이어와 성동조선, STX조선 등의 상황을 언급하며 "대주주 책임,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독자생존 가능성 등 3가지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대응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원칙에서 볼 때 고통분담에 임하는 노동자들의 자세는 참으로 훌륭하다. 이를테면 STX조선의 노사는 임금과 상여금 삭감, 무급휴직 등을 통해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대로 생산직 인건비 75% 절감 효과를 내기로 했다. 대신 인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이 떠나는 것을 막고 일터를 지켜야겠다는 결의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런 결의와 우애가 있었기에 채권단도 더는 내치지 못하고 노사 합의안을 수용했을 것이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경우는 어떤가. 대주주가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한편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아들 정기선 부사장에게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인수자금 3000억원을 증여했다고 한다. 정기선 부사장은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초고속 승진으로 부사장까지 올랐다.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한 포석을 본격적으로 깔기 시작한 셈이다. 이에 따른 세금도 낼 것이라고 하니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렇지만 법 이전에 상식과 책임이 있다. 노동자를 대량해고할 처지에 있으면서 경영권 승계가 그토록 시급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회사와 임직원의 앞날을 걱정하는 대주주라면 작업현장으로 내려가서 노동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회생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아니면 직접 영업일선에 나서서 수주를 돕는 것이 순리 아닐까. 정몽준 이사장은 최근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의 처신을 현대중공업 노조원과 국민과 전세계의 업계 인사들이 지켜보고 있다. 차기태(언론인)


중립국감독위 장교들의 땀 최한영 정치부 기자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며 3년 넘게 이어진 6·25 전쟁은 잠시 멈췄다. 그 직후부터 스웨덴·스위스·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냉전 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 4개국 장교들로 구성된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는 정전협정에 규정된 남북한 군 감독·감시·시찰·조사 업무를 시작했다. 1993년과 1995년 북측의 일방 통보에 따라 체코와 폴란드 중감위 대표단이 각각 철수했지만, 스웨덴과 스위스 장교들은 변함없이 남측 비무장지대(DMZ)를 돌며 정전협정 위반사항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폴란드 측은 이후 우리를 통해 연 2회 정례회의에 참석 중이다) 한 중감위 장교의 말대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들이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북측은 1990년대 이후 중감위를 유령단체 취급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매주 화요일, 지금까지 3300여 회 정례회의를 열고 유엔사 군사정전위가 정전협정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지 감독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4일 오전에도 회의는 열렸을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군이 정전협정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고,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일부 장교들은 수 차례 자원해 근무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반도는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거기까지 이르는 길은 쉽지 않다. 한국이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이 아니라는 북측의 주장을,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다른 주변국들을 설득해가는 긴 과정이 남아있다. 그 때까지 중감위 장교들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몇 년 전 시청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스웨덴 중감위 대표가 “앞으로 다른 협정이 생기기 전까지 이곳의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로다. 그랬을 때만이 “통일된 한국을 보고싶다”는 그들의 꿈도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 군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으로 그들의 고된 훈련이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힘이다. 문 대통령도 최근 “평화는 바로 우리의 생존이며, 번영의 조건”이라면서도 “그러나 강한 군대, 튼튼한 국방 없이는 평화를 지킬 수도 만들 수도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이 쏟는 헌신이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큰 자산이 될 줄로 믿는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