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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반과학“분명한 한 가지는 코로나19라는 현실을 통해 오늘의 세상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꾸려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세력이 있다는 점이다.” 위 인용문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좌파 지식인 목수정 작가가 진보매체인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의 한 문장이다. 목수정은 코로나 사태 이후 어느 순간부터 코로나가 다국적 제약회사와 몇몇 정부에 의해 기획된 작품이라는 음모론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보수매체가 코로나는 중국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탄생했다는 음모론을 퍼뜨린다면, 유럽의 소위 진보적 지식인들은 코로나 사태가 거대기업과 국가권력의 자본주의적 욕망에 의해 기획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음모론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이 과학적 사실에 더 무지하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조사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진화론 등의 이슈에서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훨씬 무지하다는게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진보적인 시민이 더 과학적이라는 건 아니다. <버려진 과학>의 저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이 과학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사실이라면, 진보주의자들은 과학과의 아마게돈을 선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극단적인 생태주의나 급진적인 이념에 경도된 좌파들 또한 쉽게 과학적 근거와 사실을 무시하고, 모든 증거들을 자신의 이념과 사상에 맞게 조작 및 왜곡하게 마련이다. 보수가 종교를 과학의 우위에 둔다면, 진보는 이념을 과학의 우위에 둔다. 한국의 담론계를 지배하는 지식인의 지형은 대부분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한 교수 및 논객들이다. 진중권은 미학을 전공했고, 목수정은 노문학과 공연예술학을 전공했다. 사회의 주요한 의제들이 대부분 정치적 문제였을 때, 분명 미학자도 예술가도 시인도 사회의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발언하고, 담론을 이끄는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이 정치만의 영역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과학기술로 확대되어 가면서, 담론장을 장악하던 소위 인문지식인의 한계도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과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에 긴밀하게 얽히기 시작하면서, 시인과 예술가와 미학자는 과거에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담론장의 권력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다. 싸울 때와 물러날 때를 알지 못하는 지식인의 모습은 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냈던 한 시인은 환단고기류의 유사역사학을 신봉했던 이력으로 추문에 휩쌓였고, 유명한 고전평론가인 인문학자는 병원 대신 역술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최근 풀소유 논란에 휩쌓인 혜민이 운영하는 마음치유학교에선, 전생체험과 최면 그리고 레이키 같은 유사과학을 이용한 힐링 프로그램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극단적인 생태주의와 환경주의에 빠진 한국의 인문좌파 중 일부는, 마치 현대인의 모든 질병이 환경파괴에서 비롯된 것처럼 선전하며, 현대의학 대신 자연치유로 질병의 대부분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의학의 영역에까지 진출, 인문치료라는 황당한 개념을 진지하게 학술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해 자폐증이 생긴다는 안티백신운동은 한국에서 어떤 한의사에 의해 안아키로 번졌다. 안아키에 빠진 부모 중 일부는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피부에 뜨거운 물을 붓기도 한다. 안아키는 반과학의 극단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처참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코로나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지금, 프랑스의 인문좌파 목수정 작가는 “집단적으로 전국민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며, “팬데믹에 만들어 파는 백신이란건 빅파르마들 입장에선 더 할 수 없는 잭팟”이라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인문좌파가 위험한건 이들이 지식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식인은 글과 말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계급이다. 목수정이 평범한 시민이라면 이런 음모론은 그저 목수정 개인의 취향이나 실수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지식인 목수정이 이런 음모론에 매몰되는 순간, 그의 생각은 강력한 글과 말이 되어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가게 된다. 그것이 반과학의 선봉에 선 인문좌파 지식인이 현대사회에서 그 어떤 집단보다 위험한 이유다. 코로나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음모론은 과학자들의 바이러스 유전체 분석과 역학적 통계분석에 의해 깨져버렸다. 현재 백신개발에 뛰어는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백신의 개발과 유통과정에서 민간기업의 욕망이 어떻게 세계보건기구와 세계각국의 자본에 의해 효율적으로 통제되고 조율되는지를 안다면, 목수정처럼 음모론에 빠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백신은 생물학이 인류에게 준 가장 귀한 선물이다. 인문좌파 목수정 개인이 안아키가 되는건 나와 상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사회의 공익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론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때는, 적어도 제대로 된 과학적 근거 정도는 파악할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가 주장하는 자유로운 토론이, 근거도 논리도 없는 말싸움을 의미하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Woo.Jae.Kim@uottawa.ca) 


코로나처럼 오염수 실험하겠다는 일본일본에는 ‘메이와쿠(민폐) 문화’라는 것이 있다. 스스로 남들 눈 밖에 나는 것을 싫어하고, 눈에 튀는 짓을 하는 사람들도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남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실제 일본인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전화 통화를 하거나 공동주택에서 소음을 내는 일이 거의 없다. 일본인 ‘깃발 관광객’들이 조용한 것으로 유명한 것도 이 문화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개인주의적 특성이 강한 이 문화가 집단이나 국가라는 단계에 이르면 눈 녹듯 사라진다. 오히려 민폐를 끼치는 나라로 둔갑하는 것이다. 굳이 일제 식민 통치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더러운 물을 바다에 버리겠다는 심산만으로도 충분하다.  일본 정부가 조만간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을 최종 결정한다고 한다. 주변국들의 반대와 우려에도 일본 정부는 사실상 이미 방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 일본대사관이 지난 20일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도 여론몰이를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오염수 방출이 연내 결정될 것”이라며 “방류 시기는 2022년 여름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염수 방류는 주권 사항이며, 방류 또한 국제 규범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민폐도 이만 저만 민폐가 아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타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정화해서 방류하겠다는 오염수에는 대표적으로 방사능 물질 ‘삼중수소’가 있다. 유럽방사선위원회는 삼중수소가 체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세포사멸, 유전적 손상, 생식기능 저해 등을 유발할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삼중수소 외에 세슘, 스트론튬-90, 요오드 등 다른 방사능 물질들도 기준치 이상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이를 한 번 더 정화한 다음 희석하기 때문에 방사선 영향이 과학적으로 안전한 기준 이하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린피스 측은 “오염수가 방류되면 접촉 생물의 유전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오염수를 안전하게 정화할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환상”이라고 꼬집는다.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의 불가피성에 대해 오염수 저장탱크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저장탱크를 더 지으라는 지적에는 부지 확보와 주민 동의에 시간이 걸린다며 거부하고 있다. 환경시민단체 등은 오염수를 대기로 방출하는 방식도 있지만 이는 해양 방류에 들어가는 비용의 10배가 소요되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이 모든 게 돈 때문이라는 말이다.  이달 초 일본 정부 당국은 프로야구 경기장에 관람객들을 입장시키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관한 인체 실험을 2주에 걸쳐 강행했다. 매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씩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장 내 관중 동선과 비말 확산을 점검해 실제 입장을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을지 판단해 보겠다는 목적이었다. 이는 마치 과거 잔인했던 일본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보는 듯하다. “국민이 마루타냐”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끝내 실험은 멈추지 않았다.  오염수 방류 또한 다르지 않다. 방류에 따른 피해를 꼭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물이 엎질러지면 이미 늦은 것이다. 그 누구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에 자국민도 모자라 타 국민들을 상대로 실험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그 누구도 마루타가 될 수는 없다. 이승형 산업부 부국장 sean120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