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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과 치료제 사이코로나19 사태는 한 사회의 약한 고리를 드러내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에서 코로나 19는,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가 어떻게 국가적 위기상황을 연출하는지 드러내는 중이다. 선진국이라던 유럽과 북미의 개인주의 백인문화는, 배려심만 있다면 아무 문제 없을 마스크를 거부하며 감염을 확산시키고 있다. 노인들을 요양원에 집단 수용해왔던 선진국의 민낯이 드러났고, 그 요양원에서 일하는 값싼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집단주거시설 덕분에, 코로나19는 노인계층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코로나19가 드러내는 사회의 약한 고리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온라인 비대면수업으로 강제전환했던 대학들은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수업료 반환소송을 당했고, 학문추구는 커녕 취업양성소로 전락해 학벌체제를 강화하는데에만 이바지하던 대학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많은 이들이 무시하던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운전기사 등의 직업이 코로나19 사태에선 필수직으로 분류되었고, 한국사회에서 성공의 지표로 여겨지던 교수는 유튜브로 충분히 대체 가능한 직업이라는게 밝혀졌다.  코로나19가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바이러스조차 결코 바꿀 수 없는 조직이 있다. 그게 바로 대한민국의 정계와 관료사회다. 6개월이 넘게 지속되는 국가비상사태로 향후 경제적 전망이 불확실한데도, 국회는 여전히 갈등과 정쟁에 여념이 없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공무원 사회 역시, 아무런 자각과 반성도 없이 코로나19 이후를 준비중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다.  감염병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그동안 미뤄왔던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이 화두가 되었다. 이미 메르스 사태부터 논의되었지만,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지자 관료들은 멈춰 있었다. 일하기 싫은 공무원들도 자기 밥그릇 하나는 확실히 지킨다. 질병관리청을 감염병 연구, 대응, 관리의 컨트롤타워로 만든다면서 새로 만들어질 감염병연구소는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려 한 것이다. 이재갑 교수 등의 국민청원으로 대통령이 전면재검토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애초에 보건과 복지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행정분야를 하나의 부처에 담아두는 한, 이런 문제는 지속될 것이다. 국면만 수습하려는 관료주의적인 대책도 문제다.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니까 이제서야 바이러스연구소를 만든다고 난리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연구소 설립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통부가 쟁탈전을 벌인다. 감염병 관리에 필수적인 응용연구는 보건복지부가, 감염병에 관한 기초원천 연구는 과기정통부가 맡겠다는 것이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감염병 컨트롤타워를 둘로 쪼개지 않는다. 특히 감염병 연구는 기초와 응용의 구분이 불필요한 특수한 분야로, 연구의 목적이 애초에 국민의 건강증진과 질병억제라는 목표에 맞추어져 있다. 창의적인 연구로 노벨상에 도전하는 기초연구와는 그 목적이 다르다는 뜻이다. 지난 10년간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만 투자된 돈이 1200억원에 이른다. 연구를 수행한 누적 연구진만 2500여명에, 논문 1435건이 쏟아져 나왔지만 치료제 개발이나 백신 개발에 당장 상용화할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논문출판을 목표로 하는 기초연구와 감염병 억제를 목표로 하는 응용연구 사이에는 거대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진단키트 생산이 모두 민간기업을 통해 이루어진 건 우연이 아니다. 국가감염병연구소는 감염병의 억제를 최우선으로, 신속한 대응을 위한 기술의 개발과 확보를 추구해야 하며, 특히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은 대학이 아니라 민간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전세계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주축이 민간기업인건 다 이유가 있다. 감염병 연구는 기초가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의 관계자들은 연구소를 하나로 일원화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연구의 무대가 분산되면, 결코 효율적인 감염병 연구가 이루어질 수 없다. 감염병연구의 거버넌스가 일원화되고, 연구소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며 책임감 있게 운영되길 바란다. 다음에 올 감염병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다. 감염병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보험에 드는 것이다. 감염병의 보험은 광범위하고 치밀한 과학적 연구다. 부처이기주의가 닥쳐올 감염병의 위험을 가중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Woo.Jae.Kim@uottawa.ca) 


항공사 M&A, 국토부 낄 자리 아니다최근 항공업계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두 건의 인수·합병(M&A)이다. 하나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또 다른 하나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의 딜이다. 애석하게도 두 건의 딜은 모두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난항 중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HDC현산과 제주항공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렸고 이에 최근 국토교통부가 나섰다. 김현미 장관은 인수 기업의 대표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채형석 애경그룹(제주항공 모기업) 부회장을 차례로 만났고 M&A를 마무리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국토부는 건설사와 항공사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정부 부처다. HDC현산과 제주항공이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매입을 결정하고도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안 그래도 빚더미였던 두 회사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재무구조가 더욱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은 HDC현산이 인수를 검토하던 지난해 3분기보다 10배가량 높아졌고 이스타항공은 자본잠식 상태에 직원 급여도 5개월째 밀렸다. 시장에서는 HDC현산과 제주항공이 두 기업을 인수한 후 빚을 갚는 데에만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김 장관까지 나서자 인수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특히 인수 포기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던 제주항공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쏟아졌다. 항공사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운수권을 배분하는 국토부의 말을 거스를 수 있겠냐는 게 그 이유다. 선의의 당부였다고 해도 국토부의 지위와 역할상 인수자들에겐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특히 면담 후 항공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인수를 포기하면 국토부가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말마저 돌았다고 한다. 사실관계를 떠나, 항공업계에서 국토부의 위상이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장관이 딜 마무리를 재촉하며 근거로 댄 항공산업 발전과 고용 안정도 딜을 성사해야 하는 이유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항공산업 발전은 개별 기업이 아닌 국토부가 고민해야 할 문제며, 빚더미인 기업을 껴안았다가 고꾸라지면 원래 있던 직원들의 고용 안정까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항공은 매각 대상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로 제 직원 월급 주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기업 간 M&A는 각 기업이 결정할 문제다. 혼란스러운 항공업계를 빠르게 안정화 하고 싶은 국토부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길 바란다.김지영 산업부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