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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사의 자율협약 한국 노사관계는 노사 간 협약보다 법에 의한 규제를 특징으로 한다. 그렇다보니 대화와 협상을 통한 신뢰의 노사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대화의 부재는 노사 불신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노사 모두 정치권력의 힘에 기대어 요구를 관철하고자 한다. 법에 의한 규율은 노사갈등을 해결하는 명쾌한 처방전으로 보이지만, 법에 기댄 노사관계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그 효과도 크지 않다. 법에 의한 규율은 모든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법은 최소 기준에 불과하며, 법의 제정 및 개정에는 상당한 시간과 갈등을 수반한다. 경제 성장의 초기 단계에서 법적 규율이 갖는 장점이 컸으나 현재와 같이 기술 혁신 및 작업조직이 급변하는 시점에 법에 의한 일터 규율은 상당한 문제를 낳는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 고용관계 및 일하는 방식이 통째로 바뀌고 있다.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같은 공간에서 8시간 함께 일하는 전통 노동이 예외가 되고 있다. 노동관계법을 통한 일터 규제의 실효성은 갈수록 약화되는 상황이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바꾸지만, 법이 작동할 때가 되면 법을 피하기 위한 편법과 탈법이 판을 친다. 비정규직 문제가 그러하다. 국민들은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분노하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비정규직을 줄이고 차별을 완화하는 법 제정에는 실패했다. 그나마 제정된 법은 꼼수와 탈법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기간제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법에 기업들은 1~6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으로 대응하였다. 파견용역노동자등 간접고용노동자가 더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였다. 반면 비정규직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법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다. 법을 통한 규제가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플랫폼노동자 보호가 그 예이다. 플랫폼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 및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그것만 기다리면 부지하세월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AB5 법안을 2019년 9월 통과시켰으나, 승차공유업체인 우버(Uber)는 위헌 소송으로 맞섰다. 법 시행으로 배달 기사와 우버를 비롯한 플랫폼노동자, 화물기사 등은 실업보험, 의료보조금, 유급휴직, 초과노동수당, 최저임금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됐으나 사용자들은 AB5법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협하며, 기업 성장을 가로 막는 악법이라며 저항한다. 우리나라도 플랫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및 산업재해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및 법안은 아직 준비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6일 배달 서비스 관련 기업과 배달라이더 간에 체결 된 “플랫폼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의 합의문의 의미는 크다. 이번 협약은 노동자들이 사용자인 우아한 형제들에 표준계약서를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약 6개월의 논의 끝에 공정한 계약, 작업 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정보 보호와 소통 등에 관한 배달 라이더의 권익 보호 방안을 도출하였다. 우아한 형제들, DH코리아, 스파이더 크래프트 등 3개 배달 플랫폼 기업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의민족 라이더지회와 라이더유니온 등 노동조합이 참여했다. 합의문은 배달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플랫폼 기업이 고용주의 입장에 있음을 인정하고,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배달 플랫폼종사자들은 현행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이번 협약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사측과 라이더 간 실질적인 노사관계가 있음을 인정하기로 하였다. 배달플랫폼 종사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기업은 이를 정식 노조로 인정해 단체교섭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업이 플랫폼종사자에게 산재보험 가입을 독려하고 적절한 교육과 보호 장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도 포함되었다. 기업이 종사자에게 빠른 배달을 압박해선 안 되고 배달시간 지연이 발생해도 종사자 귀책이 없으면 제재해선 안 된다고 명기했다. 이번 합의는 노사 협의를 통해 플랫폼노동의 보호 방안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종차원의 노사 간 자율협약 체결의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노동관계법 제정이전에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법적 규율이 아닌 자율 협약은 한계가 존재한다. 노사 어느 일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깨지지 쉬운 유리병’과 같다. 따라서 합의 이행 및 꾸준한 대화가 관건이다. 배달 플랫폼 노사는 상설협의기구를 운영하여 이번 협약을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배달료 기준 및 체계 개선방안, 공정한 업무 배분을 위한 정책·기술, 배달 서비스 직업훈련 인프라 구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업종별 노사 간 자율협약이 뿌리내릴 때 노사관계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다. 이번 합의가 플랫폼경제 발전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힘찬 첫걸음이 되길 기원해 본다.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  


내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는 뭘까전기차에 있어 배터리가 핵심 부품이라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비용의 상당 부분인 30~40%를 차지하는데, 과장을 조금 보태면 어떤 배터리를 썼는지는 곧 전기차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차종마다 어떤 배터리가 쓰이는지는 어쩐지 쉽게 알 수가 없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밝히길 꺼리기 때문인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이처럼 쉬쉬하는 걸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들은 여러 배터리사를 경쟁시켜 탑재할 제품을 선택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급가 등 계약 내용이 알려지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행이 이어지면서 내가 타는 전기차에 어떤 배터리가 들어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들이 잇따라 불에 타고 원인이 배터리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바뀌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를 보고 전기차를 사던 소비자들이 배터리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델마다 사용하는 배터리를 공식적으로 알린 곳은 찾기 드물다. 한 모델이 한 배터리사만의 제품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아 혼란은 더욱 커진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테슬라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에는 LG화학과 일본 파나소닉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가격 경쟁력을 위해 앞으로는 중국 CATL이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업계에선 상위 트림에는 LG화학, 파나소닉의 배터리가, 하위 트림에는 CATL 제품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꿔 생각하면 같은 모델이라도 트림에 따라 대강 짐작만 할 뿐 어떤 배터리가 들어갈지 정확히 알긴 어렵다는 말이다. LG화학이나 파나소닉 배터리가 들어간 제품을 사고 싶어 모델3를 샀는데 엉뚱하게 CATL이 들어갔을 수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구매는 사람들의 지출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내가 산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화재는 얼마나 났는지, 어떤 구성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권리가 있다. 검색을 조금만 해도 '코발트를 뺀 배터리는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시대다. 수천만원을 주고 산 전기차의 배터리 브랜드 정도는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손쉽게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