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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비호원’ 오명 청산해야은행들이 대출받은 사람들로부터 ‘바가지 이자’를 받아먹은 사실이 드러났다. 소득이 있는데도 없다고 하거나, 별 이유 없이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수법도 여러 가지다. 지금까지 KEB하나은행과 씨티은행, 경남은행에서 이런 사례가 적발됐다. 다른 은행들도 자체 조사와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더 많은 ‘바가지 이자’ 사례가 드러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자 금융감독 당국이 오랜만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21일 금리 조작에 대한 점검 결과와 향후 감독 방향을 내놨다. 부당하게 부과한 높은 이자를 고객에게 돌려주고, 소비자들에게 금리 산정 내역서를 제공하는 등 대출금리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지난달 26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이번 금리 조작 사태에 대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드러난 바가지 금리는 노골적인 금리 조작이다. 드러난 사례들도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노골적인 금리 조작이 아니더라도 은행의 ‘놀부심보’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올해 1분기에도 은행의 대출과 예금 금리 간 차이가 3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신호만 보내도 대출 금리를 즉각 올리지만, 예금 금리를 올려주는 데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은밀하면서도 조직적인 금리 조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형 금융사들은 수백조원의 자산을 자랑한다. 이들 금융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과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대형화됐다. 게다가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모래알 같은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거대한 산과도 같은 금융사들은 무슨 짓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금융감독 당국도 사실상 이들 은행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은행 뿐만 아니다. 신용카드나 보험사 등도 다를 바 없었다. 최근 불거진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거부는 고객을 대하는 보험사들의 자세를 잘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즉시연금의 미지급 연금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결정했지만, 삼성생명은 반년이 지나도록 버티고 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덩달아 따라하고 있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의 복사판이다. 이밖에 암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 역시 보험업계의 이런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착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해온 소비자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치사한 사람’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자 점잖은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도 흔히 하는 말로 ‘열받은’ 것 같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금융회사들과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귀를 의심하게 할 만큼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꼬리를 물고 일어난 불미스런 사태들을 볼 때 결코 놀랄 일은 아니다.   윤 금감원장은 "과했던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서긴 했다. 그렇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이 예전에 비해 훨씬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에 금융사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과거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키코 사태도 재조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오래된 사건이라 쉽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어쨌든 금융감독원이 ‘금융비호원’ 같았던 과거를 청산하고 진정한 감독당국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지난 5월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1년, 금융 분야의 성과와 과제'를 평가하면서 "한국 금융산업의 낮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청사진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쇄신이 지나치면 금융권이 위축돼 자신감을 상실하고 발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자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스스로 좀먹어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금융사들이 당국의 사실상 비호를 받으며 손쉽게 돈을 벌어 왔으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훈련을 편하고 느슨하게 받은 군사가 강군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이 엄격한 감독과 감시를 하는 것은 금융사 스스로를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다. 진정한 친구란 무조건 눈감아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 냉정한 판단과 조언을 해주는 법이다. 그런 친구의 말을 귀담아 들을 줄 알아야 우리 금융사들도 세계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차기태(언론인)


기무사 문건, 손가락 말고 달을 봐야최한영 정치부 기자살다보면 본질보다 현상에 집중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만을 놓고 지나친 갑론을박을 벌이면 지금껏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법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은 국회의 직무유기는 묻힌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누구로 할 것이냐에 대한 관심은 한편으로 그간 누적된 대한축구협회 개혁 문제를 덮는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본질은 잠시 잊혀진듯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바꾸지 못할 경우 나중에 더 큰 화가 되어 돌아온다. 박근혜정부 당시 ‘정윤회 문건’ 사태도 그랬다. ‘정윤회의 국정개입은 사실’이라는, 2014년 11월 세계일보 특종보도의 본질은 어느새 사라졌고 그 자리를 “문건을 누가 유출했느냐”는 문제가 채웠다.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박관천 행정관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가 씌워졌고 한 경찰관은 의문의 자살을 했다. 그 와중에 국정농단 사건은 묻혔다. 그때라도 ‘비선’ 문제를 바로잡았다면 적어도 이후 벌어진 일들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지 모른다. 작년 초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을 검토했는지 여부가 요즘 화두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출범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부, 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간 모든 문서·보고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 계엄령 실행준비 여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단순 검토였다” “치안대책 마련을 위해 군이 당연히 해야 할 조치를 ‘침소봉대’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맞는 주장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계엄령 준비 여부에 집중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정치적 의도나 기획설 등을 거론하는 사람들의 의심을 거둘 수 있고, 조사가 끝났을 때 또 다른 논쟁이 생기지 않으며, 책임소재도 명확히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수의 관심이 계엄령 문건 늑장보고 논란과 청와대가 관련 사실을 정확히 인지한 시점 등에 쏠린다. 후속대응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방부 간 엇박자 혹은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이를 두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형적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는 식의 보도’”라고 우려했다. 본질을 벗어난 지엽적인 소식이 쏟아지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주게 마련이다. 관심이 멀어지면 수사에 임하는, 정보를 취합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준다. 논점이 흐려지는 와중에 뒤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든다. 이 모두가 기자만의 쓸데없는 걱정이기를 바랄 뿐이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