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 허위 선생 마지막 친손녀 허로자 여사 별세
일제 추적 피해 만주·연해주·우즈벡으로 피난 생활
2006년 한명숙 전 총리와의 만남 계기로 귀화 결심
2011년 국적 회복…평생 미혼으로 살며 동생들 돌봐
2021-12-27 22:22:40 2021-12-27 22:40:16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독립운동가 '왕산' 허위 선생의 두째 손녀인 허로자 여사가 지난 2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27일 민족문제연구소가 밝혔다. 향년 95세. 
 
허위 선생은 경북 선산 출신으로, 조선 말기에 항일 의병장으로 활동했다. 을사조약이 강제 체결되자 고종의 어명으로 의병을 모집한 뒤 서울에 진입해 일본군과 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의병 활동을 지속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서 54세의 일기로 순국했다.
 
허위 선생의 자손들은 일본의 추적을 피해 만주, 연해주 등지로 뿔뿔히 흩어져 살았다. 허 여사도 두 지역은 물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떠돌며 살았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 한 삶과 고려인에 대한 편견은 경제적인 궁핍으로 이어졌고, 거주지인 우즈베키스탄은 물론 뿌리인 대한민국에서도 정식 국민으로 인정 받지 못한 채 외로운 삶을 이어왔다. 허 여사촤 네살 터울 언니이자 허위 선생의 장손녀인 허경놈 여사는 오래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작고했다.
 
허 여사는 2006년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던 당시 한명숙 전 총리와의 만남을 계기로 80여년 만에 조국 땅을 밟게 됐다. 항일 투사로 활약한 아버지 허학 선생의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귀화를 마음 먹은 것이다.
 
그는 2007년 법무부에 귀화를 신청했으나 한차례 거부 당했다. 독립 후손 증빙 서류에 아버지의 이름이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허학'이 아닌 '허형'으로 기재된 탓이다. 9촌 조카의 도움으로 2009년에서야 귀화 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었다. 이듬해 귀화 허가증을 받고 2011년 1월12일에 비로소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다.
 
동생들을 돌보며 평생을 미혼으로 살아온 허 여사는 생전에 할아버지인 허위 선생이 간절하게 독립을 원했던 조국에 살게 된 것을 기뻐했다고 한다.
 
허 여사의 빈소는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2층 8호에 마련됐다. 허 여사의 별세 소식을 전해 듣고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황기철 보훈처장 등이 화환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발인은 28일이며 장지는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이다.
 
27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에 허로자 여사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민족문제연구소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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