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식목일, 현실에 안 맞아…산림청 "원로들이 반대"
10년 간 식목일 평균 기온 4°C가량 올라
환경단체 "정작 나무 못심어…취지 무색"
산림청 "역사·상징성 문제…여론도 반영해야"
2022-04-05 06:00:00 2022-04-05 06: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지구 온난화에 따라 매해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 지정된 식목일이 나무를 심기에 부적절한 만큼 새롭게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림청 역시 이를 추진했지만, 일부 산림 원로 인사들의 반대 등에 따라 관련 논의는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기후 변화에 맞춰 식목일을 3월 말로 옮겨야 한다고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주장해오고 있다. 통상 나무 심기 좋은 기온은 땅이 녹은 직후인 6.5°C이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서울의 식목일 당일 평균 온도는 10.6°C로, 나무 심기에 적합한 기온보다 무려 4°C나 높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식목일 당일 최고 기온은 15°C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는 올해는 물론 수년 전부터 식목일 이전에 ‘나무 심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경남 하동군은 지난 3월25일 평년 기온 상승에 따라 식목일 나무 심기 행사를 미리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남 구례군과 전북 장수군도 기온이 예년보다 올랐다는 이유로 각각 23일과 21일 식목일 행사를 열었다. 현재 지정된 식목일이 나무가 생장하기 좋은 조건과 거리가 먼 탓에 지자체가 직접 나서 날짜를 앞당긴 것이다.
 
식목일은 약 76년 전인 1946년 4월5일로 제정됐다. 당시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국가가 황폐해져 있었고 국가 차원에서 국토를 되살리기 위해 나무 심는 날을 제정하고 장려했다. 3년 뒤 식목일은 중요성을 인정받아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1960년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이후 1961년 다시 공휴일이 됐으나, 2006년 본격적인 주5일제 근무 시행 등으로 인해 식목일은 다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식목일의 재정 취지가 많이 퇴색됐다고 말한다. 식목일이 기후변화에 적합하지 못할뿐더러 공휴일에서 제외됨에 따라 식목일을 개인이 기념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김현석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통해 "공휴일이 지정된다면 아무래도 관심이 더 가지 않겠냐"며 "최근 대두되고 있는 탄소 배출 문제 등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공휴일 지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관 양평군 지역위원장은 “공휴일로 지정해 온 국민이 내 나무를 심는 날이 돼야 한다”며 “기후 위기 시대에 나무 심기는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산림청은 지난 2월 식목일을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식목일을 3월로 앞당기는 문제를 검토했지만, 산림 분야 원로들 대부분이 식목일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물론 여론 역시 식목일을 변경에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식목일 앞당기기 관련 국민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이 1차는 56%, 2차는 57%로 집계됐다. 공휴일 지정 논의도 구체화 되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단체들은 미래 가치를 위해서라도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합한 식재 날짜를 선정하는 게 탄소배출 등 시급한 환경문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신우용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탄소배출은 물론 지구 온난화 때문에 숲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는데, 이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날짜에 식목일이 지정돼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현재 식목일은 유일하게 탄소 흡착 역할을 하는 나무를 고사시키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매해 변경은 어렵더라도 변화하는 기후에 맞춰 주기를 정해 식목일을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장과 새마을지도자들이 31일 전남 신안군에서 나무 심기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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