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돌아온 '그놈')"우리 옆집에 박병화가 산다"
31일 15년형 만기 출소 박병화 대학가 원룸에
의정부시, 김근식 출소 소식에 '도로통제'까지
조두순 사는 안산, 아이들 이사가 어린이집 폐업도
2022-11-07 06:00:00 2022-11-07 06:00:00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여성 10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흉악범 박병화가 15년의 형기를 살고 세상 밖으로 나오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박병화는 현재 화성의 한 대학가 원룸에 살고 있다. 그를 이웃으로 둔 지역 주민들은 재범 우려에 대한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사회로 돌아온 상습 성범죄자와 무기력한 사회의 권한 등 씁쓸한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지난달 31일 10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박병화(40)가 15년의 형기를 살고 출소한 뒤 화성시 봉담읍에 살 곳을 정했다. 박병화가 입주한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화성시는 초비상에 걸렸다. 이웃 주민들은 평화로운 마을에 성범죄자가 나타나 지역을 발칵 뒤집었다 비난하며 31일부터 매일같이 퇴거 요구 집회를 이어가는 중이다. 박병화 거주지 인근에는 20대 여성이 많이 다니는 수원대가 있다.
 
박병화가 거주하는 화성시 원룸의 집주인은 박병화의 모친이 임대차 계약 할 당시 위임장이 없었고, 박병화의 거주 사실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 계약해지 내용증명을 서면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박병화는 현재까지 문을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하는 상황이다. 화성시는 박병화를 강제퇴거시킨 뒤 화성시 밖으로 내보내겠다며 법률 검토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박병화의 거주 소식에 주민들과 인근 대학교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수원대에 재학 중인 A(22)씨는 "길에 경찰들이 너무 많아서 처음에는 주변에 살인사건이 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박병화라는 사람때문이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렇게 많은 경찰을 본 적이 없어서 사실 많이 무섭다"고 했다. 또 "경찰 수 만큼 박병화가 얼마나 흉악범이었는 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대학가에 거주지를 구한 것도 의심스럽고, 그냥 빨리 여길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의정부시는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인 김근식(54)의 출소 소식에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난달 13일 김근식이 의정부 지역 한 갱생시설에 입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의정부 지역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 역시 곧바로 입소철회를 촉구하며 김근식이 입소하기로 한 갱생시설 앞에 현장시장실을 만들고 시위를 이어갔다. 급기야 김근식 출소 직전 갱생시설 인근 도로 구간의 통행을 차단하는 긴급 행정명령까지 결정하며 김근식의 입소를 격렬히 반대했다.
 
그 때 검찰이 김근식의 또 다른 성범죄 혐의를 발견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상황은 일단락 됐다. 그러나 헌법상 거주지 이전의 자유가 보장돼 있어 박병화, 조두순 같은 흉악범이 출소이후 거주할 행선지를 결정할 때 마다 해당 지역 주민의 반대는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날 구속기소된 김근식도 형기가 만료되면 언젠가는 사회로 돌아온다. 
 
2020년 희대의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70)이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당시 안산 주민들은 조두순을 안산에서 추방하라며 거센 시위에 나섰다. 그러나 조두순은 2년째 안산시에 거주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안산시에 거주하는 B(31)씨는 "작년에는 불안한 마음이 컸다. 이웃이 조두순이라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에이~ 진짜?' 하는 반응을 보였다. 나라고 우리집 근처에 조두순이 살줄 알았겠나"라며 "애기들 있는 집들은 작년에 많이 이사갔다고 들었다. 아마 우리집도 나와 여동생이 성인이 아니었다면 부모님이 당장 이사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년이 지난 현재 조두순이 살고 있는 지역엔 어린이가 사라졌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다수 이사해 인근 어린이집이 폐업하기도 했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은 성범죄자가 학교, 아동관련 시설과 인접한 곳에 사는 것을 제한하는 기준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도 교육청은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 출소 후 거주지를 둘러싼 반발과 갈등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성범죄자 출소 후 거주지 기준을 명확히 하는 근본적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역시 "성범죄자 출소 때마다 시민들이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는 현행 보호관찰제도와 관련, 전면 개선에 나서줄 것을 법무부에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공식 건의했다.
 
'수원 발발이'로 알려진 연쇄성폭행범 박병화의 거주지인 경기도 화성시 한 원룸 앞에서 지난 1일 정명근 화성시장과 학부모들이 강제 퇴거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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