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와 전쟁)①보이스피싱 당국 대책 역부족
피해자가 직접 계좌정지 신청…골든타임 확보↓
수사기관 개입 법근거 마련 필요
2023-01-12 06:00:00 2023-01-12 08:31:1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사기 3대 범죄로 꼽히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필터링 시스템을 고안하고, 범죄 피해가 예상되는 계좌 일시 정지 제도를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로운 상태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내 계좌 지급정지'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와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금융소비자 포털 '파인'에 접속해야하는데요. 본인 명의로 개설된 모든 금융 계좌 현황을 일괄 조회한 뒤 금융 사기 피해가 우려되는 계좌를 전체 또는 일부를 선택해 즉시 지급정지할 수 있는 서비스 입니다.
 
그동안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범죄를 알아채더라도 금융회사별로 각각 연락을 취해 지급정지를 개별 신청해야하는 구조였습니다. 피해자 본인도 모르게 등록된 오픈뱅킹이나 비대면으로 개설된 계좌를 이용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일시 정지 제도는 유익해 보입니다.
 
하지만 보이스 피싱의 특성상 사회경험이 부족한 20대 이하 청년들이나 전자기기에 취약한 노령층은 여전히 피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까지 총 1만8783명이 보이스 피싱 피해를 당했는데요. 이중 사회경험이 부족한 20대 이하 피해자는 30%(5599명)에 달했고,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 피해자가 절반에 가까운 46%(8635명)에 이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으려면 이른바 '골든타임'이 중요합니다. 금융회사 한 곳의 지급정지가 이뤄지는 동안 다른 금융회사의 계좌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하는 만큼 이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대안을 찾아야한다는 의견과 금융사 직원에게 직접적인 계좌 정지 권한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보이스피싱 처벌법은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인데요.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피해구제 절차를 명문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사후 대책에 치중한 점이 아쉽습니다.
 
10대 민생 법안으로 분류되는 만큼 다른 의원들도 보이스피싱 법안을 발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황보승희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보면 수사기관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신고 받으면 즉시 해당 금융회사에 피해사실을 통보, 금융회사가 바로 지급정지 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입법만으로 보이스피싱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은행원이나 경찰 등 금융·수사 관계자들이 보이스 피싱 정황을 발견했을 때 직접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동학대 범죄의 경우에는 범죄가 의심될 경우 교사·의사 같은 관계자들이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요. 이처럼 보이스 피싱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은행원이 창구에서 즉각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고객 동의도 없이 직접 조치에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어보입니다. 문제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접근을 소비자가 막아야하겠지만, 소비자에게 피해 최소화의 책임을 지울지는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