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삼성·SK 반도체 쇼크, 한파는 지속"
"반도체 한파는, 세계 경제 위기 탓…인재양성이 중요"
감산의 규모가 중요한 만큼, 2분기 반등은 불투명
2023-04-27 17:02:15 2023-04-27 17:03:5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발 반도체 어닝쇼크'를 맞이한 가운데 반도체 한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을 내놨습니다. 아울러 반도체 한파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등 중장기적인 투자와 경쟁력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업황 악화로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불황 장기화로 올해 1분기에만 3조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한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반등시기는 언제일지 등이 주목되는데요. 전문가들은 반도체 가격은 수요와 공급 간의 심리가 좌우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인재양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사진은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LC.(사진=SK하이닉스)
 
"반도체 한파, 세계 경제 위기에 기인…호들갑 말고 인재 양성해야" 
 
박영준 서울대 명예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27일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여러 가지 어려움은 예전부터 있어왔다"면서 "현재 반도체 한파는 세계 경제 위기에 기인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가 경기 흐름을 잘 타는 산업이기 때문에 IT(정보통신) 기기 등의 판매 부진 등으로 반도체 수요 약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 교수는 "결코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 불황의 여파 탓이 크다"며 "문제는 앞으로 반도체 산업이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반도체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선 기업의 자본력도 필요하지만,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공급돼야 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세계 최앞단에 서 있기 때문에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며 "지난 30년간 인재들이 몰렸지만 최근에는 인재가 부족하다. 이런 부분을 간과하면 30년 후에는 정말 반도체 산업이 어두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반도체 한파에 무작정 호들갑을 떨기보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취약점이 없나, 옛날과 달라진 게 뭔가를 분석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습니다.
 
구용서 단국대 교수(전자전기공학부)는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이 있기 때문에 반도체 감산에 따른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구 교수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가 대만 TSMC를 따라잡겠다고 하는데 점점 더 갭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후 시스템 반도체 쪽에서 좋아지더라도, 올해 삼성전자 전체가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리커버(회복)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감산 행렬에 동참한 만큼,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메모리 가격 하락세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사진=연합뉴스)
 
감산의 규모와 폭이 중요…"의미있는 수준, 시장에 부합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감산의 규모'와 '폭'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미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과연 시장이 생각하는 정도에 부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재고가 많아도 너무 많고 수요도 기존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어느 정도 속도로 재고가 줄어들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과잉을 억제하기 위해 웨이퍼 투입 축소 기간과 축소 폭을 더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이 업황 회복을 위해 감산을 결정한 이상 업황이 예상보다 나쁠수록 감산 규모는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에선 감산이 공급 감소로 이어지기까지 통상적으로 6개월 정도로 보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감산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2분기 실적 역시 밝지는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도 아직은 식당과 여행 등 서비스에 국한되고 있고 고객의 재고가 일정 소진됐다고 해도 발생 가능한 리세션(경기 침체) 위기에 모두가 몸을 사리고 있다"며 "신규 스마트폰 효과가 감소하는 2분기는 적자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은 꾸준한 기술개발이 투입돼야 하고 양산에 이르는 시간이 긴 만큼, 선제적 투자를 통해 중장기적인 공급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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