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너지 불평등' 생존권 위협, 정부 차원 실태조사 없어"
(창간 17주년 특별기획: 2023 대한민국 보고서)-김재균 대자연 부회장 창간 인터뷰
"에너지 빈곤층 '사각지대' 기준 정립해야"
"에너지 빈곤층, 정부 차원 통합적 실태조사 없어"
"세금·비용 부과 형태로 화석에너지 감소 유인해야"
2023-05-11 06:00:00 2023-05-11 06: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겨울철 난방비 폭탄이나 냉방비 걱정은 특히 경제적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에너지 빈곤층에게도 체감상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기준이 없어서 대상자 선정부터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이고 통합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재균 국제 환경단체 대자연 부회장은 10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너지 불평등 문제는) 한국의 실정에 부합하는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재균 부회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겨울철 난방비 폭탄이나 냉방비 걱정은 특히 경제적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에너지 빈곤층에게도 체감상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며 "기후위기는 잦은 폭염과 한파를 일으키고 이는 에너지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고 언급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에너지 지불 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과 에너지 빈곤층은 폭염과 한파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더 많은 에너지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에너지 불평등은 단순히 에너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없다의 개념이 아니다.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함으로 인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빈곤해질 수밖에 없는 빈곤의 굴레를 형성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고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주거 특성에 따라 에너지 사용 형태, 에너지 비용 지출 현황 등의 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태조사는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 차원에서 또는 에너지 사업 진행 단계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대적이고 통합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참고지표가 없으니 임의로 정한 기준을 따른 조사 결과도 다르며, 그에 따른 에너지 복지 정책이 상이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영국에서는 에너지 빈곤의 격차를 줄이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기준을 2000년대에 두 차례나 바꾸며 에너지 빈곤 격차 감소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우리도 한국의 실정에 부합하는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야 에너지 복지에 대한 적절한 지원, 장기적인 대안 마련 및 정책 효과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재균 국제 환경단체 대자연 부회장은 10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불평등과 관련해 "한국의 실정에 부합하는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진은 김재균 대자연 부회장. (사진=대자연)
 
김 부회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는 이유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방법의 하나로 에너지 사용을 고탄소에서 저탄소로 전환하기 시작하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탄소 에너지인 석탄, 석유는 저탄소 에너지보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비싼 저탄소 에너지를 지불하고 사용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발맞추기 어렵고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에너지 사용료 인상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것, 즉 환경 보존을 위한 비용을 시장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피력했습니다.
 
다만 "에너지를 경제 능력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취급하게 되면 필수재인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국민에게는 물가 상승의 형태로 받아들여져 또 다른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세금이나 비용 부과의 형태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화석에너지를 줄이도록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세수중립성 작동 방식에 따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세수중립성은 탄소세 도입으로 증액된 세금 수입을 근로소득세, 사회보장기여금, 법인세 등의 경감에 사용해 세수 총액이 늘지 않도록 해 탄소세로 인한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의미한다"면서 "독일에서는 20세기 초에 탄소세를 세수중립적으로 설계했다. 탄소세 도입으로 증액된 세금 수입만큼 사회보장세(연금보험율)를 낮춰서 탄소세로 인한 부담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독일은 올해 1월부터 이산화탄소 비용 할당법(Co2KostAufG)을 시행했다. 기존에는 난방이나 온수 사용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비용을 세입자에게만 부과했으나, 건물의 에너지 효율 10단계 비율에 따라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눠 지불하게 됐다"며 "건물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할수록 집주인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에너지 문제는 단순히 특정 계층이나 연령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기후위기를 미래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에너지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에너지 빈곤층을 대상으로 올바른 에너지 사용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들이 에너지 정책 수립과 시행에 있어 수동적인 수급 대상으로 남지 않고 에너지 정책 설계 과정에 실질적인 의견을 제시하며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재균 국제 환경단체 대자연 부회장은 10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불평등과 관련해 "한국의 실정에 부합하는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진은 김재균 대자연 부회장. (사진=대자연)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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