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된 생활형숙박시설…미분양·마피 '시한폭탄'
호황기 틈새시장 파고든 생숙
주거용 전환도 숙박업도 어려워
강원 동해안 마피·무피 매물 널려
2023-07-03 06:00:00 2023-07-03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부동산 시장 호황기 인기를 끌었던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이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정부가 주거용으로 무단 사용됐던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지만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은 가운데 용도변경 완화 기간 만료도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시장 침체와 맞물려 생숙 수요도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해 분양한 단지는 미분양에 허덕이고, 이미 완판한 단지에서도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오는 10월 14일 이후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시 건축기준 완화를 적용받지 못합니다. 앞서 정부는 발코니 설치 금지, 바닥난방 설치 제한, 전용출입구 설치 등의 규정을 충족하지 않아도 생숙을 오피스텔로 변경할 수 있도록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일부 완화한 바 있죠.
 
해당 기간이 끝나고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이행강제금을 내거나 숙박업 신고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생숙은 아파트 규제가 강했던 시기 부동산 시장 틈새를 파고들어 호응을 얻었습니다. 주택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대출규제로부터 자유롭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가 되지 않아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부 단지에서는 생숙에 거주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청약 과열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실제 지난 2021년 부산에서 공급된 '롯데캐슬 드메르'는 평균 356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뜨거운 청약 열기로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분양한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도 862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수요가 몰렸습니다.
 
어정쩡해진 생숙주거용 전환 고작 1%
 
고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한 데다 거주가 불가능한 점, 예상보다 낮은 수익률, 숙박업 운영의 어려움 등으로 설자리가 줄어든 상황입니다.
 
일단 부동산 시장이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2년 전과 딴판입니다. 생숙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열기는 식었습니다. 서울 마곡에 들어서는 생숙 '롯데캐슬 르웨스트' 전용면적 74㎡는 분양가 15억원보다 3억원 낮은 12억원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아파트 대체재라는 허울도 벗겨졌습니다. 정부가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유도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수분양자 동의율 100%와 주차장 확보 등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속초 해변을 따라 생활형숙박시설이 늘어서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홍기원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은 1033가구로 전국 생숙 8만6920가구의 1%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숙박업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수익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양 당시 수익률이 7~8%에 이른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예상치일 뿐입니다.
 
한 생숙 분양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고 이자 부담이 늘면 수익률이 내려간다"며 "관광객 유입이 적거나, 일대 생숙 공급이 많아져 손님이 감소하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인이 숙박업을 영위하긴 어렵다"면서 "보통 위탁업체를 통해 손님을 받는데, 한두 가구로는 이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생숙 과잉공급지 몸살…"처분도 쉽지 않아"
 
이렇다 보니 생숙이 무더기로 지어지고 있는 속초, 양양 등 지방에서는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한 마피 물량도 쌓이고 있습니다. 분양 당시 동해안 관광지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았으나 입주 시기가 되자 처분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속초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생숙 수요에 비해 공급 과잉 상태"라며 "한때 잘 팔려서 너도나도 짓다 보니 관광객이 아닌 생숙만 불어났다"고 했습니다.
 
생숙 매입을 말릴 정도입니다. 이 관계자는 "마피, 무피 생숙 매물이 널렸지만 구입한다면 차라리 오피스텔을 권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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