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테마 탑승 다시 노리는 자이글
800% 급등 자이글, 2차전지 합작법인 출자에 재급등
공장 현물출자로 지분 획득…수개월래 3배 급등한 평가가치
자이글, 2차전지 기술력 의문…2대주주는 고점서 주식 매도
2023-08-01 06:00:00 2023-08-01 09:02:02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해 초 2차전지 사업 진출 소식을 전하며 800% 넘게 급등했던 자이글(234920)이 최근 다시 2차전지 테마 탑승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2차전지 관련 법인 출자 소식을 전하면 섭니다. 2대주주의 지분 매도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주가도 다시 반등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자이글이 2차전지 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2차전지 사업을 추가하면서 주가부양에 나선 것이 아니냔 지적입니다.
 
자이글, 2차전지 합작법인 설립…실체 있나
 
(사진=자이글 홈페이지 캡처)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이글은 지난달 28일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31일에도 10.22% 급등했습니다. 자이글의 주가 급등은 최근 자이글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시작합니다. 앞서 자이글은 지난달 28일  미국 2차전지 시장 진출을 위해 합작 벤처 ‘자이셀(ZAICELL)’ 지분 30%를 취득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자이글은 자이셀이 ‘배터리 셀 제조 전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실제 제조능력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자이글이 지분을 취득한 자이셀에 대한 정확한 정보 확인이 어려운 데다, 투자유치 등 자금 흐름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아섭니다.
 
자이셀은 올해 설립된 법인으로 ‘XT 스팩 펀드’(XT SPAC FUND LLC.)와 XT볼트라는 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입니다. 향후 XT 스팩 펀드가 지분 40%를 차지한 최대주주가 되고 자이글과 XT볼트는 각각 지분 30%를 보유하게 됩니다. XT 스팩 펀드는 자본금 391억원의 미국 2차전지 전문 투자업체로 전해지는데요. 앞서 자이글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곳이기도 하죠. 지난 4월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납입일이 지속 연기되면서 투자유치가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자이글은 이번 자이셀 지분 취득 과정에서 XT 스팩 펀드의 요청으로 유증 납입일이 한 차례 더 지연됐다고 밝혔는데요. 자이셀이 사실상 XT 스팩 펀드 소유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자금흐름만 놓고 보면 ‘자이글→XT 스팩 펀드→자이글’의 그림입니다.
 
자이글이 2차전지 전문 투자회사라고 밝힌 ‘XT 스팩 펀드’의 홈페이지에는 미국과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자문 업체라는 소개만 있을 뿐 투자 내역이나 경력 등은 전혀 확인되지 않습니다.
 
공장 현물출자 평가가치 65억→192억 급등
 
더구나 자이글의 이번 출자는 실질적인 자금 이동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자이글의 자이셀 출자는 현금 지급이 아닌 현물 출자인데요. 지난해 12월 씨엠파트너로부터 양수한 경기도 평택 소재 2차전지 제조시설을 자이셀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앞서 자이글은 씨엠파트너로부터 2차전지 제조시설을 인수할 당시 인수 가격으로 74억원을 책정했는데요. 당시 토지와 건물을 비롯한 제조시설의 공정가치 평가액은 65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자이글은 해당 시설 인수를 위해 63억원을 은행해서 차입하기도 했죠.
 
자이글이 해당 시설을 인수할 당시 토지와 건물의 가치는 58억원, 기계 및 구축물 가치는 7억원으로 평가됐는데요. 당시에도 다소 비싸게 매입했던 시설물의 가치는 이번 현물 출자에서 3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자이글이 자이셀에 출자한 금액은 192억원인데요. 7개월여 만에 해당 공장의 가치가 3배 가까이 높아진 겁니다. 
 
자이글, 기술력 의문…2대주주는 고점서 매각
 
자이글은 이번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에 리튬, 인산, 철로 구성된 양극재로 만드는 LFP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 신사업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인데요. 2차전지 관련 기술의 기반이 될 씨엠파트너와 관련해선 의문이 남습니다.
 
비상장 기업인 씨엠파트너는 전기오토바이 태양광 가로등 등에 사용되는 사용되는 배터리 셀을 제조했다고 알려졌는데요. 특허정보검색을 통해 확인 가능한 씨엠파트너의 2차전지 관련 특허는 △2차전지 전극활물질의 코팅기술 등 전극 활물질 제조와 관련된 것이 전부입니다. 지난 2016년 ‘리튬 2차전지용 양극활물질의 제조방법’ 특허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죠. 당시 특허청은 “인용문헌의 단순 적용에 그치며 예상 가능 범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이글의 주가가 급등할 당시 사모펀드 등이 보유 물량을 털었다는 점도 의심을 키우는 대목입니다. 자이글은 2차전지 신사업 추진 소식을 밝힌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주가가 838.48% 급등했는데요. 당시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며 2대주주로 올랐던 ‘KIB PE’는 주가가 고점이던 지난 4월 장내매도를 통해 지분율 5% 미만으로 낮췄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이글이 미국에서 2차전지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상장기업들이 실제 성과 없이 호재성 공시로 주가를 띄웠던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자이글이 2차전지 신사업에 몰두하는 동안 회사의 재무 구조는 부실해지고 있습니다. 자이글은 최근 5년 중 4년간 적자를 기록했으며, 작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5억4600만원으로 전년(72억5000만원) 대비 반토막 난 상태입니다.
 
XT펀드의 유증 지연 및 자이셀의 생산능력과 관련해 자이글 관계자는 “XT펀드 내부 투자자 증가로 투자 주주 구성의 변화가 발생해 조정 기간이 필요했다”며 “자이셀의 생산능력 등은 투자자들과의 비밀 유지 조항 등으로 추후 공개 가능 시점에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자이글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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