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테마주 순환매 속 ‘불나방 개미들'
'2차전지→초전도체' 나만 놓칠라 포모 랠리
사업접점 없어도 관련주 언급에 급등 '폭탄돌리기'
"투기성 자금 유입에 빚투도 급증…시장 불안요인"
2023-08-08 06:00:00 2023-08-08 09:34:17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증시에 테마주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일부 종목들은 테마의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단기 이슈에 따라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가는데요. 2차전지 급등을 겪은 개인투자자들이 나만 소외되면 안 된다는 ‘포모(FOMO) 증후군’에 휩싸이면서 테마주에 대한 쏠림 현상도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선 테마주 광풍과 함께 늘어나고 있는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해 증시 불안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투기성 자금에 상·하한가 오가는 초전도체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상온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서원(021050)파워로직스(047310)신성델타테크(065350)국일신동(060480)이 일제히 상한가에 올랐으며, 서남(294630)이 14.85%급등했으며,  덕성(004830)(29.63%), 대창(012800)(24.60%), 모비스(250060)(19.97%), LS전선아시아(229640)(10.95%) 등이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서남의 경우 회사가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음에도 급등세가 이어졌습니다. 서남은 지난 4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는 어떠한 연구협력이나 사업 교류가 없다”고 해명했는데요. 해명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주가는 다시 상승 전환했고 장중 24.77%까지 급등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고려대 창업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를 통해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고 밝혔는데요.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인 물체로 저항이 없어 전기를 비롯한 정보를 손실을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극저온과 고압에서만 구현되던 물질로 환경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 문제 등으로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죠. 퀸텀에너지연구소는 이같은 초전도체 현상을 400K(약 127도)에서 구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온에서 사용가능한 그야말로 ‘꿈의 물질’입니다.
 
국내 밴처기업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소식에 증시는 곧바로 반응했는데요. 덕성과 서남은 최근 2주간 각각 213.57%, 334.08% 상승하며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주가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서원(91,89%), 모비스(85.09%), 신성델타테크(84.39%) 등도 상승률 상위에 올랐습니다.
 
진위 여부는 '뒷전'…사업접점도 불분명
 
다만 학계에선 진위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LK-99 검증에 나선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검증위원회는 “연구진이 공개한 영상 속 LK-99는 마이너스(자석에 반발하는 반자성 특성) 효과를 보이지 않아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중간평가를 내놨습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역시 “한국 연구팀의 주장에 실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화제가 될 만한 연구는 나오지 않았다”며 “연구자들은 여전히 매우 회의적”이라고 보도했죠.
 
상온상압 초전도체의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자 지난 4일엔 언급된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는데요. 모비스(-28.3%), 파워로직스(-26.24%), 신성델타텔크(-24.65%), 대창(-26.00%) 등이 하한가 근처까지 떨어졌고, LS전선아시아(-21.59%), 서원(-14.64%)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돼 거래가 정지됐던 서남을 제외한 대부분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급락했죠.
 
현재 관련주로 언급되고 있는 기업들 대부분은 초전도체 기술과 사업 접점도 불분명합니다. 플라스틱 합성피혁 제조업체인 덕성은 초전도체 연구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관련주로 엮였습니다. 서남은 구리 전력선에 쓰이는 고온 초전도 선재 등을 생산해 관련주가 됐습니다. 모비스는 초전도 코일 고전압 신호처리 시스템 설계를 수주한 이력이 있어서 테마주에 묶였죠. 신성델타테크와 파워로직스는 초전도체 개발 논문을 발표한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지분을 보유한 엘앤에스벤쳐캐피탈에 투자해 테마주에 올랐습니다. 
 
투기성 자금 유입, 증시불안성 높여
 
테마주에 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차액결제거래(CFD)발 하한가 사태 이후 움츠러들었던 빚투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신용대출(융자) 규모는 20조1932억원으로 지난 1월말(16조944억원) 대비 25.47% 증가했으며,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달 28일 7734억원까지 오르며 올해 초(1930억원) 대비 4배 수준으로 급증했습니다.
 
신용융자는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1~3개월 단기간 돈을 빌리는 상품이며, 미수금은 2거래일 후 갚아야하는 초단기 대출이죠. 투자자가 미수거래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CFD 계좌 규제가 강화되면서 CFD를 활용하던 레버리지 거래 상당량이 미수거래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수거래가 급증했다는 것은 회전율 높은 초단기성 레버리지 거래가 증가했다는 의미로 급등주들의 시세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도윤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초전도체 관련 기업들에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자금이 집중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졌는데 실제 수혜 정도가 불분명한 기업들이 대다수”라며 “결국 고가에 진입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감당해야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국내증시에 테마주 광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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