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 건너 편의점인데…출점제한 실효성 '의문'
편의점 본사와 점포 간 매출 '온도차' 극명
자율규약 있지만 이격거리 50~100m 불과해 '유명무실'
점포 난립 불가피한 구조…"추후 경쟁력 떨어질 수도"
2023-09-08 06:00:00 2023-09-08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고은하 기자] 오프라인 유통에서 괄목할 만한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편의점 업계에서 정작 개별 점포의 매출은 하락하며 본사와 점주 간 이익 공유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점포 수의 증가로 전체 매출 총량은 늘고 있지만, 점포 난립에 따른 점주들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는 탓인데요.
 
업계는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편의점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자율규약)'을 체결, 50~100m라는 기준을 들어 과도한 출점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직선거리'도 아닌 '도보거리'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사실상 출점 제한의 효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도심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편의점이 마주한 채 영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본사 매출은 오르고, 점주는 떨어지고…'동상이몽' 심화
 
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체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반면 같은 기간 편의점 개별 점포 매출은 0.1% 하락했습니다.
 
편의점 업체들의 최근 실적도 견조한 모습입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올해 2분기(연결 기준) 매출은 2조98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186억원)보다 9.36% 올랐고, 영업이익도 781억원으로 전년(708억원)에 견줘 10.28% 상승했습니다.
 
또 같은 기간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 2분기 매출은 2조957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조8083억원)보다 5.32% 늘었고, 영업이익은 972억원으로 1년 새 무려 94.54% 늘었습니다. 다만 편의점만 떼놓을 경우 매출은 7%가량 늘어난 2조919억원, 영업이익은 3% 정도 줄어든 65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편의점 업체들은 외부 활동이 제한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특유의 접근성과 다양한 콘텐츠 제공을 토대로 성장 가도를 달려왔는데요. 그 과정에서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까지 거세게 추격하며 오프라인 유통의 선두 채널로 자리매김 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편의점 본사들이 호실적을 거두며 사세 확장에 성공했지만, 정작 점주들의 주머니 사정은 녹록지 않습니다.
 
2019년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편의점 근접 출점 실태 및 규제정책 연구'에 따르면 경기 지역 내 편의점 가맹점주의 60.9%는 "인근 신규 편의점 출점으로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라고 답했습니다.
 
너무도 짧은 이격 거리…'자율규약' 실효성 의문
 
이에 2018년 편의점 업계는 과도한 출점 경쟁을 자제하고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자율규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표 제작=뉴스토마토)
 
자율규약에는 일정한 거리 내에서는 새로운 점포가 들어설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이 중 핵심은 '담배소매인 지정거리'입니다.
 
담배 판매 금액이 편의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절반 수준에 달하는 만큼, 담배 판매 권리와 편의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때문에 이 담배를 판매하는 담배소매인 영업소 간 거리를 50~100m로 제한한다는 내용은 이 편의점 자율규약의 골자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이격 거리 50~100m가 길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직선거리가 아닌 도보거리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리가 100m에 달한다 해도 기준이 도보거리다 보니 실제 체감하는 거리는 더 짧은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지역별 여건에 따라 점포 출점에 대한 세부 규칙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정할 수 있다 보니, 30m 남짓한 거리에도 편의점 출점이 가능할 만큼 사실상 제약이 없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자율규약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홍성길 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편의점 업계는 규모의 경제로 총매출이 올라가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개별 점포의 매출은 인건비·임대료·전기료의 연이은 상승 여파로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주로선 50m라고 정해져 있지만 거리를 재는 방식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면서 "도로교통법을 적용받아 최단 거리로 잰다고 기재돼 있지만 직접 현장에 가서 재는 것을 보면, 측정하는 인력의 기준에 따라서 몇십 미터(m)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자율규약 출점 제한은 담배 거리로 규제하면 안 된다. 최소 125m 이상 150m는 돼야 한다"며 "원래 공정위에서도 우리 측과 논의할 때, 약 150m 정도를 논의했는데 담배 거리로 정해 발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50m 내에도 출점해도 된다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 여파로 편의점 수가 급격히 많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편의점 점주들은 개별 점포 매출이 감소하는 현상을 심상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미 현재 인구 감소로 10·20세대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데, 역으로 점포 수는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편의점 점포 당 매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점포 수가 증가하면 외관상으로는 전체 매출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인구 감소 추세가 맞물려 점주들의 지출 부담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편의점 업계도 먼 훗날 대형마트와 같은 쇠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익에 초점을 맞춰 출점을 진행하고, 업계 간 자율규약을 통해 가맹점의 최소한 상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충범·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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