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광기의 대폭발, 2024년 8월 2일
2024-06-03 10:06:50 2024-06-04 16:04:35
작년 8월 2일에 펼쳐진 초현실이고 극적인 장면들은 어떤 작가의 상상력도 뛰어넘는다. 이날 우리 정부의 국방 라인의 대혼란과 소동은 마치 북한이 연평도나 백령도를 공격한 상황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반 경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관들이 안동에 있는 경북 경찰청에 도착하여 채 해병 사건을 이첩하기 시작했다. 전날 박정훈 수사단장이 김계환 사령관에게 보고를 한 정상적인 이첩이었다.
 
11시가 넘는 시각에 김 사령관은 박 대령에게 “즉시 이첩을 중단하라”고 전화를 한다. 그러나 박 대령 자신은 경북경찰청에 가지 않았고 “이미 이첩은 진행 중”이라고만 답했다. 이에 김 사령관실에서 경북경찰청에 간 수사관에게 전화를 했으니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11시 50분경에 이첩은 완료되었지만 이 순간은 이미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발칵 뒤집혔다. 우즈베키스탄에 출장 가 있던 이종섭 국방장관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긴급히 통화를 하였는데 아마도 이첩을 저지하거나 무효화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정작 놀라운 일은 검찰단장과 전화를 막 마친 12시 7분경 이 장관에게 윤석열 대통령 전화가 걸려온 거다. 44초간의 통화를 마치고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으로부터 재차 전화가 와 14분 간 통화가 이루어졌다. 이 두 번째 통화가 이루어지는 시간에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을 불러 “현 시간부로 보직 해임되었다”고 통보한다. 박 대령의 보직해임은 사건 이첩이 완료된 시간으로부터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12시 57분에 이 장관과 세 번째 통화를 한다. 오후 2시가 넘어서자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를 하고 그 직후에 유 법무관리관은 경북경찰청에 전화를 한 데 이어 김동혁 검찰단장과도 통화를 한다.
 
4시에 국방부 검찰단은 회의를 열어 해병대 수사단이 이첩한 사건을 회수하기로 하고 검사를 경북경찰청으로 급파한다. 사건 서류는 오후 7시 50분에 회수되었고, 같은 시간에 박 대령은 ‘집단 항명 수괴’로,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은 ‘집단 항명’으로 입건된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안보실장과 국방비서관, 국방차관도 해병대 수사단을 초토화하는 데 가담한다.
 
앞뒤 과정을 다 생략하고 8월 2일 하루에 일어난 일들만 소개해 보았다. 대통령으로부터 해병대 사령관에 이르기까지 지휘 라인 전체가 비상 사태에 준하는 긴박함과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제 와서 보면 바로 그 날이 윤석열 정부 집권 기간 중에 안보 분야에서 가장 긴박했던 긴 하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강행을 마치 쿠데타와 같이 대통령에 해병대가 집단으로 항명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이에 엄청난 분노와 응징의 결의를 표출했다. 대통령실과 해병대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사태는 박 대령 죽이기로 흘러갔다.
 
채 해병 사건을 관리하는 데 무엇이 잘못되었지, 7월 31일의 대통령의 격노와 사건 이첩 중단 지시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차분히 살펴보려는 인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대통령의 격노에 대한 심기 경호만이 난무하면서 해병대 수사단을 초토화하는 데 대통령실과 국방부 주요 직위자들 전체가 동원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데 격노와 함께 자신에 대한 해병대의 위협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일방적 지시에 내포된 문제를 돌아볼 혜안이나 신중함이란 것은 찾기 어렵다. 이 과정은 집단적 광란에 가깝다. 이로 인해 박 대령은 파멸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나라에 어디 무서워서 살겠는가. 그저 소름만 돋을 뿐이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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