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이재용 '불법 승계' 첫 재판 시작…사법리스크 장기화 우려
22일 '회계 부정' 첫 재판…국정농단 재판도 26일 재개
4년 넘는 '사법리스크' 노출에 동력 상실 우려
이재용 부회장, 유럽·베트남 출장 등 경영 발걸음 재촉
2020-10-23 06:01:35 2020-10-23 06:01:35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3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또 다른 재판인 '회계 부정' 관련 재판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삼성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두개의 재판이 맞물리면서 장기간의 사법리스크가 예상되는데다, 그 결과에 따라 삼성은 또다시 오너 공백에 따른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위험에 놓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중법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조율하기 위해 열리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 부회장은 이날 베트남 출장 관계로 참석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재판을 시작으로 오는 26일에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국정농단 관련 재판이 재개될 예정이어서, 2개의 재판이 장기간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삼성 측에서는 상당히 암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무역갈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에 본격 나서야 할 시기에 접어든 가운데 이 부회장이 재판 준비에 몰두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앞선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4년여간 사법리스크를 겪고 있다. 검찰에 10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3번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거쳤다. 그동안 특검 기소에 따른 재판은 80차례가 진행됐고, 이 중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 재판은 70여차례에 달한다.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 등과 관련한 수사에서도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 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소환 등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 2016년 11월 M&A 사상 최대 규모인 9조원에 하만 인수 계약 이후 이렇다 할 대형 M&A가 전무한 상황이다.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대형 투자의 경우 전문경영인의 판단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단기적인 실적에 성과를 낼 수는 있어도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오너없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면서 "불법승계 의혹 재판과 국정농단 사건 두 개의 큰 재판을 병행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을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한편 이날 시작되는 두개의 재판 일정을 앞두고 이 부회장은 잇단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8일에는 네덜란드로 출국해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의 본사와 스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을 방문했다. 또 19일에는 베트남으로 출국해 하노이에 건설 중인 베트남 R&D센터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삼성전자 및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해당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도 단독 면담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행보는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글로벌 현장경영이 순탄하지 못했던 만큼, 한 시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특히 재판 일정에 따른 제약이 있기 이전에 발걸음을 한층 재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큰 변화가 닥치더라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자"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뒤쳐지는 이웃이 없도록 주위를 살피자"며 "조금만 힘을 더 내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