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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합법 공개 지지한 교황···한국 ‘차별금지법’에도 영향 있나?
2020-10-22 15:36:06 2020-10-22 15:36:06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결합법’을 공개 지지하고 나서 종교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교황의 발언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반대 의견을 내놨다. 한국도 동성애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천주교인권위원회와 불교계 등이 찬성하고 있으나 개신교와 보수진영의 반대로 법제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동성애자들의 법률적 권리 보호 장치인 시민결합법을 공개 지지했다. 교황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라며 “시민결합법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시민결합법은 동성 결혼 합법화의 대안으로 제시된 법으로 동성 커플에게 혼인 관계에 따른 권리를 똑같이 보장한다. 이탈리아, 체코, 그리스, 스위스 등 10여개국이 동성 커플 등에 대한 시민결합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방콕의 세인트루이스 병원에 도착해 여러 시간 동안 서서 자신을 기다리던 환영 인파를 향해 인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주민들이 환영받고 여성과 어린이들이 착취와 학대, 노예화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11.21. 사진/뉴시스
 
가톨릭 정통 교리가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이번 교황의 공개 지지에 논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제임스 마틴 미국 예수회 신부는 “동성결합에 대한 교황의 명확하고 공개적인 지지는 가톨릭교회와 성 소수자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도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보수진영은 이에 반발했다. 미국 교회 내 대표적 보수파인 토마스 토빈 주교는 미 언론과 인터뷰에서 “동성결합 같은 관계는 명백히 부도덕하며 교회가 이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랄드 머레이 뉴욕 성가족성당 신부는 “교황의 발언은 월권”이라며 “교황의 발언을 두고 찬반이 갈려 교회 내 분열이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은 천주교인권위원회와 성공회, 불교 등 종교계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 성별, 장애 등 23개 항목을 이유로 차별하는 게 금지된다. 개신교와 보수진영은 ‘동성애는 죄’라는 이유 등을 내세우며 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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