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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럭키 몬스터’, 나와 당신과 우리가 들켜버린 ‘속마음’
‘돈’ 매개체 통한 ‘포식자’ vs ‘피식자’ 관계 묘사…‘당신이라면 어떻게’
나와 또 다른 나 vs 자아 그리고 실체의 충돌…‘돈’이 만든 룰과 법칙
2020-11-23 00:00:00 2020-11-23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돈이다. 항상 돈이 문제다.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만사, 따지고 보면 모든 문제의 끝에는 항상 돈일 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게 이 세상의 이치다. 돈은 사람을 만든다. 돈은 세상을 만든다. 돈은 룰을 만든다. 돈은 결국 힘이다. 그리고 권력이다. 그 권력을 손에 쥔 사람은 변할 수 밖에 없다. 그 변화되는 과정은 드라마틱할 정도로 가파르다. 이 얘기를 영화 럭키몬스터가 하고 있다. 제목부터 이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돈이란 행운, 그리고 행운을 손에 쥔 사람. 그 사람이 괴물이다. 아니 사실은 돈이 괴물이다. 이 영화는 이란 괴물의 얘기를 한다.
 
 
 
주인공 도맹수(김도윤). 그는 이름과 달리 하찮은 인물이다. 눈치를 보는 시선, 잔뜩 움츠러든 어깨. 세상만사 가장 지질한 행색. ‘제대로 된 남자라고 불러야 할지 의심마저 든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조차 맥이 빠질 정도다.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길거리 양아치 고등학생조차 무시해도 된다는 행색은 아무나 뿜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게 도맹수다. 이 남자, 측은한 게 아니다. 한심한 것도 아니다. 이건 이 남자가 뿜어내는 검은 기운이다. 이게 도맹수의 포인트다.
 
도맹수에겐 아내 성리아(장진희)가 있다. 이렇게 지질한 남자에게 묘하게 멋들어지고 묘하게 섹시하며 또 묘하게 다정다감한 아내다. 문제는 아내의 분위기다. 웃음이 없다. 표정도 없다. 그저 남편 맹수와 함께 사는 것뿐이다. 그게 또 아내 리아의 포인트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상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듬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맹수는 녹즙기 판매 영업사원이다. 당연히 실적은 가장 밑바닥이다. 빚에 허덕이며 항상 사채업자에게 독촉을 받는다. 제대로 된 대거리 한 번 못한다. 길거리 양아치 고등학생에게도 한 마디 못하는 맹수다. 이름이 아까울 정도다.
 
영화 '럭키 몬스터' 스틸. 사진/(주)영화사 그램
 
결국 맹수는 묘수를 낸다. 아내와의 위장 이혼이다. 사랑하는 아내 리아도 살리는 길이고, 나 자신도 살 수 있는 길이다. 위장 이혼만 하면 자신의 사채 빚에서 아내 리아는 자유롭다. 맹수는 버티고 버티다 짜낸 묘수를 리아에게 부탁한다. 그런데 웬걸, 울고 불고 매달릴 줄 알았던 리아가 흔쾌히 받아 들인다. 언제나처럼 아침이 밝았다. 내 옆에 있던 리아는 없다.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그 시기부터다. 귓가를 울리던 시끄러운 잡음은 이내 환청이 됐다. 맹수의 행태를 비난하는 환청이 들린다. 맹수는 미치겠다. ‘나도 다 계획이 있다고 짜증을 내고 싶다. 그런데 도대체 이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란 말인가. 현실은 바닥이다. 아내는 사라졌다. 빚은 점점 더 자신을 옥죄여 오고 있다. 귓가에선 누군지도 모르는 이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비난한다. 맹수는 코너에 몰렸다. 이름이 아까울 정도다. 누군가를 코너에 몰아도 시원찮을 판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런 도맹수에게 획기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이건 영화 속 도맹수 뿐만이 아니다. 영화 밖 우리들도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반전이다. 로또 1등 당첨. 세금을 제외하고도 통장에 30억이 넘는 돈이 입금된다. 사실상 럭키몬스터는 이 지점부터 관객들에게 말을 건다. “당신이라도 이렇게 할 거 아니냐라고.
 
영화 '럭키 몬스터' 스틸. 사진/(주)영화사 그램
 
럭키 몬스터는 동물의 왕국이다. 그 옛날 유명했던 인기 프로그램의 오프닝 BGM까지 사용하면서 난 이렇다라고 정체를 까발린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를 말한다. 도맹수는 철저한 피식자였다. ‘사회란 포식자의 추격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숨어 다니고 피해 다니던 피식자였다. 그의 아내 리아의 숨은 의도와 뒤에 숨은 목적성도 있지만, 그건 피식자인 도맹수의 행동 당위성에 이유를 부여하는 장치일 뿐이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도맹수의 변화에 방점을 찍고 오롯이 그 과정을 지켜본다.
 
영화 '럭키 몬스터' 스틸. 사진/(주)영화사 그램
 
그 과정은 드라마틱하지만 황당하고 또 황당하지만 씁쓸한 웃음을 담은 블랙코미디로 다가온다. 그 중심에 돈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를 움직이는 매개체. 그리고 이 사회의 구성원인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단위’. 그건 인간성이 아닌 돈의 힘이고 권력의 실체. 피식자의 위치에서 포식자로 역전된 상황 속의 도맹수는 이름값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둘러쌌던 괴리의 폭을 하나 둘 제거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이 드라마틱하지만 결코 흥미진진하진 않다. 그게 재미없단 뜻이 아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지점 당신이라도 이렇게 할거잖아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기에 섬뜩하면서도 쓴 웃음이 튀어나온다. 그 웃음이 통쾌할 수도 있지만 섬뜩할 정도로 창피한 건 나와 당신과 우리의 속내를 까발림 당한 기분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DJ란 캐릭터. 이건 도맹수의 또 다른 자아다. 아니 영화를 보고 있으면 도맹수가 진짜인지 DJ진짜인지, 그게 아니라면 도맹수가 가짜인지 DJ가짜인지 헷갈리는 지점이 온다.
 
영화 '럭키 몬스터' 스틸. 사진/(주)영화사 그램
 
이건 아마도 럭키 몬스터가 가장 솔직하게 나와 당신과 우리의 속내를 뒤집어 벗겨 버린 탓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유려함이 없다. 세련됨도 없다. 이건 그냥 직설이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당신을 뜨끔하게 만들 것이다. 도맹수에게 손가락질을 할 자신이 있는가.
 
럭키 몬스터’, 이건 영화라기 보단 누군가의 현실을 훔쳐 보는 CCTV같다. 연출을 맡은 봉준영 감독의 다음은 무조건 원 픽이다. 12 3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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