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경험하지 못한 코스피 2600시대
입력 : 2020-11-25 06:00:00 수정 : 2020-11-25 06:00:00
이종용 증권데스크
얼마 전 출근길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중년 여성이 스마트폰으로 주식 종목 진단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이어폰이 없었던지 소리를 작게 낮춰 귀에 대고 듣다가 화면을 보다가를 반복했다. 커피를 사러 들린 카페에서도 주식 투자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주식 투자 열풍을 볼 수 있는 단면들이다.
 
주식 시장에는 "증권사 객장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상투 징후"라는 말이 있다. 육아에 정신 없어야 할 아기 엄마가 증권사 객장에 나와 주식에 뛰어들 정도면 주식시장이 과열됐다는 뜻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으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어디서나 거래를 할 수 있다. 누구나 주식 투자에 뛰어든 증시 활황기에는 주식을 하면 안된다는 역발상 투자를 말한다. 사실 관계를 떠나 개인투자자(또는 주부)를 다소 비소하는 듯한 저 비유가 썩 내키지 않는다.
 
현재 국내 증시는 과열 단계일까. 전날(24일)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쓰면서 2600 시대를 열었다. 올 초 코로나19 사태로 1400대로 추락했던 코스피는 유동성 유입과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수 열풍에 힘입어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의 1등 공신은 동학개미다. 동학개미는 올 한해 동안 주식시장에 130조가 넘는 돈을 쏟아부으며 코로나 폭락장에서 수문장 역할을 했다. 동학개미는 연초부터 이날까지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58조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같은 기간에 17조원을 사들였다.
 
V자 반등에 성공한 코스피 지수가 2600선까지 돌파한 것은 외국인의 힘이 컸다.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28조원을 팔아치운 이달 들어서만 6조원을 순매수하는 등 매수세로 돌아섰다. 월 기준으로 외국인의 매수세는 2013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코스피가 기술적으로 과열 조짐을 보이는 점은 부담이라는 진단이 속속 나온다. 최근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승 피로가 쌓여 조만간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추가 부양책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도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요인이다.
 
증시가 오를대로 오른 시장은 더이상 유동성 장세가 아니다.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오른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올해 처음 주식 투자에 입문해 상승 랠리에 힘입어 돈을 번 개인 투자자들은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달라진 개인 투자자들의 모습은 주목해볼 만하다. 코스피가 연일 연중 최고점을 돌파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을 사들이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6000억원 어치 사들였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로 ‘곱버스’라고 불리는 상품이다. 곱버스가 아닌 1배의 인버스 상품인 ‘KODEX 인버스’도 이달 들어 순매수 종목 최상위권에 랭드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조정이 곧 있을 것으로 보고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내는 상품에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면서 이들의 성적표는 마이너스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의 단기 조정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개인들의 투자 승패를 논하기는 이르다. 과거 몇 번의 아픈 경험으로 개인 투자자들에 학습효과가 반복되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코로나 충격에 폭락장을 겪은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 위험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인버스 상품의 인기는 상승장에도 혹시 모를 주가 급락에 대비해 미리 위험을 헤지하려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고위험 상품에 속하는 인버스 ETF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이 오를대로 오른 꼭지장에서만 등장한다는 오명을 받아왔다. 이들은 주가가 급등하면 중간중간 차익실현에도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최고점에 육박하자 개인은 5조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올해 동학개미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지만 코스피 2600시대가 열린 이후 지속적으로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개인들은 증시가 변곡점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투자 철학을 공고히 해야 할 때다. 자본시장의 버팀목이 돼 준 개미들의 성장을 응원한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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