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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KIAF 회장 "탄소배출 감축, 국내 여건 감안해 추진해야"
제11회 자동차산업발전 포럼 개최…"내연차 판매중단이 온실가스 감축 안해"
2020-11-26 09:30:00 2020-11-26 09:30:00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정부가 세계의 기후위기 공동대응을 위해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 비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내연기관차 퇴출이라는 규제보다는 국내 산업 환경을 고려한 인프라 구축,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과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6일 오전 9시 30분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업 및 에너지 분야 전환 과제'를 주제로 제6회 산업 발전포럼과 제11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주요국의 2030년과 2050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교. 사진/KIAF 
 
정만기 KIAF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탄소배출 감축은 불가피하지만 각국과 우리의 여건을 살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들보다 앞서가는 감축 방침은 우리의 산업 여건과 탄소배출이 많은 나라들이 더 감축해야 한다는 당위성 측면에서 적절한 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중 28.4%를 차지하는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14.6%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배출량 중 1.8%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0이 되는 202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웠다.
 
정 회장은 "우리는 높은 제조업 비중,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 상황, 재생 에너지 자원 부족과 원전 확충의 어려움 등으로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는 탄소배출 감축이 쉽지 않은 게 문제"라며 "국내 제조업의 탄소배출량 중 40%를 감축하려면 130만개 일자리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연구결과처럼 온실가스 감축과 일자리 유지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최근 국가기후환경회의의 '35년 혹은 40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제안'은 우리가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다룰 문제"라며 "노르웨이 2025년, 네덜란드 2030년 등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서두르는 나라들은 자동차생산국이 아닌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2050년을 제시했지만 하이브리드차의 경쟁력을 감안해 그 이후에도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정부만이 2045년으로 제시했다. 독일은 2016년 상원에서 2030년을 제시했지만 하원에서 아직 계류 중인 상황에서 판매금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만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선언했지만 세계 전기동력차 시장을 주도해가겠다는 자동차산업 육성 측면의 전략이다.
 
정 회장은 내연기관차 퇴출정책은 자칫 온실가스 발생을 자동차에서 발전소로 옮기는 결과만 가져올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내연기관차 퇴출로 인한 탄소배출 감축분과 전기차용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탄소배출 증가량을 비교하면 내연기관차 퇴출이 답이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독일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디젤자동차 CO2 배출은 원유 시추·생산 단계에서 24g/km, 주행 단계에서 117g/km이 발생함으로써 최종 배출량은 141g/km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동력차는 발전원별에 따라 더 많은 탄소배출이 나왔다. 무연탄 발전 전기차는 232g~257g/km, 갈탄발전 전기차는 277g~302g/km, 가스발전 전기차는 156g~181g/km의 CO2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 회장은 전기차만 판매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배터리 원료 조달 애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터리의 대부분 원료는 중남미, 아프리카, 중국 등에 집중 매장돼 있고,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광산을 장악해가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언제든지 원료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탄소중립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비전이지만 적정 속도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화가 산업, 건물, 수송 전부문의 급격한 전기화를 초래, 2050년 국가 전체 전력수요 대비 약 2.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 연구위원은 "전기화로 인한 재생에너지 위주의 전원 구성 심화는 심각한 전력공급 안정성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며 "철강, 석유화학, 세민트 등 전통적 에너지다소비업종은 전기화를 위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해 산업 경쟁력 약화나 국내생산기지 이전, 일자리 감소 등 인위적 개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연기관차 대체 속도와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유지가 관건인데 전기수소차의 상대적 경쟁력, 충전 인프라, 연료의 가격 변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기존 보조금, 세제 중심의 정책을 뛰어 넘는 보급정책과 인센티브 시스템과 국내와 사업여건을 감안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린에너지와 친환경차 보급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민경덕 서울대학교 교수는 전기·수소차도 생애 전 기간 에너지 사용을 평가(LCA)하는 경우 발전·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므로 청정에너지 생산정책과 친환경차 정책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정 전력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충전 인프라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과 대도시 지역의 전력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현재의 전력 Mix를 고려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전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유사한 수준"이라며 "수송부문의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을 위해 현재의 '연료탱크-주행' 기반이 아닌 '에너지원 채굴-주행'이나 LCA 기반의 연비정책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 위주의 전기수소차 보급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배터리 가격과 수소차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장기적인 R&D와, 인프라 구축, 중단기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하고 안정적인 발전과 전환을 대비할 수 있게 하는 하이브리드차 보급정책을 장려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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