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럭키 몬스터’ 장진희, 그는 정말 ‘이상한 배우’다
“영화 속 ‘성리아’, 나와 감독님 모두 ‘이상한 인물’ 만들자 했다”
“연기하는 장진희 아닌 작품 속 인물이 전하는 ‘진짜’ 말하겠다”
입력 : 2020-11-29 00:00:00 수정 : 2020-11-29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어디까지 자를까요?”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고 물어보는 이 여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 여자의 섬뜩함. 표정이 없으니 감정을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그냥 저 여자는 그런 여자인가 보다 했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이무배의 보디가드’ ‘선희야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 장진희. 베테랑 패션모델이었지만 배우로 전향해 몇 편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게 전부였다. 그리고 극한직업으로 하고 떠버렸다. 사실 장진희의 뛰어난 연기력이라기 보단 영화 자체의 화제성 그리고 배역의 특수성에 대한 이슈가 그를 스타덤에 올렸다. 그럼에도 그는 배우다. 배우는 기본적으로 배역을 소화하는 능력, 그리고 그 능력을 증명해야 할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장진희의 배우적 능력 수치는 사실 물음표에 가까웠다. 그런데 최근 개봉한 럭키 몬스터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고 또 셀 수도 없이 이상하다는 말을 되 뇌이게 된다. 우선 극한직업의 장진희와 럭키 몬스터의 장진희가 같은 장진희라고 확신을 할 관객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럭키 몬스터에서의 장진희는 정말 이상했다. 아니 진짜 이상했다. 그 이상함은 오롯이 장진희의 노림수였다. 그리고 그 노림수는 정확하게 타깃을 적중시켰다. 장진희, 심상치 않은 배우다.
 
배우 장진희. 사진/(주)영화사 그램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장진희다. 우선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과 성격이 당황스러웠다. 장진희를 예측할 수 있는 대중적인 영화는 극한직업이 첫 번째, 그리고 그의 주연작인 럭키 몬스터가 두 번째일 뿐이다. 두 작품 모두 공통점은 이상한 여자. 하지만 이상한이란 개념이 수치화 된다면 럭키 몬스터리아는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파안대소를 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대성공이에요(웃음). 내 생각과 의도 그리고 감독님의 의도. 그 모든 것의 공통점이 바로 이상함이었어요. 정말 이상한 사람을 만들어 보자. 살면서 단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그런 사람을. ‘리아는 사실 도맹수의 어떤 감정을 폭발시키기 위한 장치적인 인물일 뿐이에요. 그래서 처음부터 보여줄 수 없단 점에서 더 이상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인물이었죠.”
 
그는 수줍은 소녀처럼 웃었다. ‘극한직업의 살벌한 보디가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극한직업)과 전혀 다르다는 모습에 다시 웃으면서 에피소드를 전해 줬다. 시기적으론 극한직업이 먼저 촬영을 했다. 그리고 럭키 몬스터작업을 시작했다고. 두 작품 사이에 대략 3개월 정도의 시간 차가 있었으니 길다면 길지만 짧으면 또 짧은 시간이었단다.
 
배우 장진희. 사진/(주)영화사 그램
 
“‘극한직업 6~7월 정도에 끝내고 럭키 몬스터 10월쯤부터 촬영한 것 같아요. (웃음)갑자기 생각 났는데, ‘극한직업촬영 감독님이 럭키 몬스터촬영 감독님이세요. 절 못 알아 보셨어요. 하하하. 나중에 제가 말씀 드리니 ~~~그래???’라면서 정말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사실 그때 진짜 기분 좋았어요. 내가 어설프지만 뭔가 틀리게 한 건 아니구나 싶었죠. 진짜 기분 최고였어요(웃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성리아는 악녀인가라고. 장진희는 눈빛을 초롱거리며 거침없이 말했다. ‘절대 아니라고는 말 못한다. 하지만 아닐 것이다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애매하지만 분명히 생각은 확실해 보였다. 물론 그의 대답에서도 자신감까지 보였다. 그리고 처음부터 크게 기준선을 정하고 들어간 이상함의 개념에 방점이 확실하게 찍혀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저도 리아를 이해하기 힘들었죠. 그래서 감독님에게 납득할 수 있는 지점을 달라고 말씀도 드렸고. 그리고 저 스스로도 분석을 해 나갔는데. 그럴수록 나쁜 여자로만 몰아 붙이기엔 측은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스스로도 그냥 나쁜 여자가 아니길 바랐던 것도 있고요. 뭐랄까. 맹수와 리아는 서로에게서 절대 떠날 수 없는 그런 관계? 그리고 남들은 욕할 수 있어도 난 리아를 욕하면 안될 거 같았어요.”
 
배우 장진희. 사진/(주)영화사 그램
 
리아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고 했지만 영화에선 수도 없이 그의 이상함이 포진돼 있다. 함께 사는 남편 맹수가 시도 때도 없이 환청에 시달리고 여기저기서 치이고 터지는 상황이 코믹하게 그려지는 와중에도 리아는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무표정한 모습으로 존재했다. 급기야 그는 남편 맹수를 괴롭히던 사채업자에게 스스로 찾아가 연인과 인질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애매모호한 관계를 스스로 유지한다.
 
그것도 또 이상하죠(웃음). 하하하. 영화에선 대사 몇 줄도 나오는데 사실 리아와 맹수의 관계를 예측할 수 있는 장면들이 더 있었어요. 두 사람이 원래는 같은 보육원 출신이에요. 맹수도 그렇고 리아도 아마 정서적으로 학습된 게 좀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그런 점을 전제로 출발하니 누군가는 리아를 보고 욕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전 리아의 내면을 읽을 수 있으니 그게 다가 아닌데란 생각이 들었죠.”
 
이상함을 넘어서 보통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인물을 연기한 장진희는 사실 한 동안 배역에서 빠져 나오기가 힘들었던 것도 있었다고. 그는 럭키 몬스터를 본능에만 집중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등장 인물 모두가 자신이 갖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는 어쩌면 약육강식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고. 그래서 정서적으로 약간은 고생을 했단 경험을 공개하기도 했다.
 
배우 장진희. 사진/(주)영화사 그램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까지도 좀 그랬어요. 이게 뭐지 싶었죠.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제가 리아에게 좀 질척거렸다고 해야 할까 싶어요. 그걸 부산에서 느꼈어요. 전 살면서 리아 같은 경험을 해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타인이 바라보는 장진희와 나 스스로의 자아에 대한 괴리감은 충분히 느끼고 살아왔죠. ‘너 힘들지라고 리아가 제가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리아도 힘들었고, 제가 살면서 느꼈던 힘듦이 한동안 공존하는 기분이었죠.”
 
2002년 모델로 데뷔한 이후 정점까지 찍어봤다. 지금은 배우다. 배우로선 이제 시작 단계인 햇병아리다. ‘럭키 몬스터를 보면 장진희의 정제되지 않은 연기가 충만하다. 그건 어설픈 무엇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반대로 관객들의 몰입을 극단적으로 끌어 들이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럭키 몬스터속 장진희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장진희가 아닌 성리아가 보이고 그의 행동에서 이유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장진희의 연기가 이상하고또 이 영화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배우 장진희. 사진/(주)영화사 그램
 
정말 제가 이 영화 선택하고 듣는 최고의 찬사 같아요(웃음). 너무 감사해요. 말씀하신 대로 연기를 처음 배울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정제되지 않은 거친 인물에 매력을 느껴요. 중점을 두는 것도 내가 내뱉는 대사가 아니라 작품 속 인물이 말하는 것처럼 하고 싶다는 거죠. 하지만 반대로 걱정도 되요. 한 번은 어떤 작품 리딩 때 선배님들에게 혼 난적도 있어요. ‘연기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라고(웃음). 제 연기를 좋아하시는 분 들고 계실 것이고 반대로 싫어하실 분들도 많을 실 거에요. 앞으로 좀 더 능숙해지겠죠(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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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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