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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주한미군용 유류공급 담합한 SK에너지·한진 등 '제재'
2005년부터 정기·추가입찰에 낙찰·투찰가격 정해
5차례 입찰 짬짜미…납지 배분 등 물량 나눠먹기
2020-12-17 12:00:00 2020-12-17 12: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주한미군용 유류공급에 SK에너지, GS칼텍스, 한진 등 정유사·물류회사들이 짬짜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조달본부가 지난 2005년부터 실시한 정기·추가입찰에 낙찰예정자·투찰가격을 정하는 등 물량 나눠먹기를 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한미군용 유류공급에 담합한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오일, 지어신코리아, 한진에 대해 시정명령(향후 행위금지명령·교육명령)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위반 내용을 보면, 이들은 2005년 4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주한미군용 유류공급의 물량과 납품지역(납지, 주한미군 주둔지 내에서 유류를 공급받는 곳)을 배분했다.
 
이들이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실행한 입찰 담합 건은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조달본부가 실시한 5차례 입찰 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한미군용 유류공급에 담합한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오일, 지어신코리아, 한진에 대해 시정명령(향후 행위금지명령·교육명령)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출처/공정거래위원회
 
이들은 3차례 정기입찰(2005년, 2009년, 2013년) 및 2차례 추가입찰(2006년, 2011년)에서 납지별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낙찰 받을 물량과 납지배분은 모임, 유선연락 등을 통해 이뤄졌다.
 
공급물량과 납지는 대체로 균등하게 배분하되, 내수시장 점유율 등을 참고해 나눠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납지는 최대 77개(2009년 입찰 기준)로 평택, 군산 등 전국에 산재돼 있다. 합의 대상이 된 물량은 전체 2억8000만 갤런(경유 2억6000만 갤런, 휘발유 2000만 갤런)로 리터 환산 시 전체 10억600만 리터에 달했다.
 
공정위 측은 “합의내용대로 입찰에 참여해 사전에 합의된 낙찰예정자가 낙찰을 받았고 계약기간(3~4년) 동안 각자 낙찰 받은 자신의 납지에 유류를 공급했다”며 “일부 납지는 낙찰예정자가 아닌 자가 낙찰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실제 낙찰자가 당초 낙찰예정자로부터 유류를 매입해 공급하는 등 사후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담합한 배경을 보면, 2005년경부터 일부 납지 유류탱크의 잔고를 40% 이상으로 유지·관리하는 자동충전조항이 도입되면서다. 향후 이러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유류를 수송하는 것 외에도 각 납지별 유류 잔고를 수시로 점검, 충전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따라서 입찰 당시 공급 비용이 얼마나 소요될지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자, 공급가격 예측 및 계약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모임을 통해 물량·납지배분까지 합의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앞서 미국 법무부(DOJ)는 2018년 말~2020년 초 6개사와 민·형사 합의를 체결해 민사배상금 2300억원, 형사벌금 170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한용호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장은 “담합의 재발 방지를 위해 향후 3년간 최고경영자 및 석유류 판매업무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2시간 이상 공정거래법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명령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들이 동일한 행위에 대해 이미 미국에서 제재 받은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 부과 및 고발은 제외했다”며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담합도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사업자들이 명확히 인식하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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