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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방배동 모자’ 만든 부양의무제 폐지
방문 모니터링 단계별 나눠, 스마트 복지발굴시스템 도입
2021-01-14 15:29:33 2021-01-14 15:29:33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지난달 ‘방배동 모자’ 사건의 원인으로 꼽히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한다.
 
서울시는 방배동 모자 사건 이후 기존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시스템을 재검토하고, 다양한 복지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9대 종합 개선대책을 14일 내놨다.
 
지난달 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60대 어머니가 고독사한 채 발견됐다. 발달장애로 추정되는 아들은 노숙자로 거리를 전전하다 사망한지 5개월이 지나서야 사회복지사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방배동 모자는 부양의무자 제도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월세보조 약 28만원 외에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같은 추가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 또 건강보험료가 장기간 연체됐지만 수급자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포함되지 않아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는 부양의무자 제도로 인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전국 최초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한다.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부터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위원회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폐지한다. 
 
정부가 ’22년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시가 가장 먼저 폐지하는 것이다. 정부의 기초생활수급 자격에서 탈락한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부양가족이 있어도 소득과 재산 기준만 충족하면 생계비 등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해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에 협의를 요청했으며, 사회보장제도 위원회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폐지를 시행한다. 2022년 전면폐지 예정인 국민기초생활보장(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도 보다 조기에 폐지되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서울시는 방배동 모자 사례를 통해 공공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경우라도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는 만큼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개선한다. 
 
그동안 자치구별로 제각각이었던 위기가구 방문 모니터링은 위기정도에 따라 1~4단계로 설정해 자치구가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한다. 자치구는 각 위기 단계별로 계획을 수립하고, 위기 정도에 따라 월 1회에서 연 1회까지 방문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위기가구는 수급 탈락자, 공과금 체납자 등과 기존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을 모두 포함해 방배동 모자 사례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현재 위기가구 발굴·관리는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서 단전·단수·공과금 연체 등의 정보를 제공받아 각 자치구가 방문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복지부가 보내는 명단은 기존에 공공지원을 받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등을 제외해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에 수급자나 차상위 가구도 포함될 수 있도록 개선 건의를 한 상태다.
 
코로나19로 대면돌봄이 제한되면서 사회적 고립위험도가 높아진 어르신 가구 등에 IT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스마트 복지발굴시스템 3종도 도입한다. 취약어르신 IoT 안전관리 솔루션, 스마트플러그, 안심서비스 앱으로 전력사용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일정 시간 전혀 없는 상황 등을 자동으로 감지해서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돌봄SOS서비스 이용자 기준 완화 △주민 복지공동체 통합 운영 △동주민센터 복지인력 전문성 강화 등이 이날 대책에 포함됐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방배동 수급 모자 가구의 비극은 코로나19 상황이 변명이 될 수 없는, 안타까운 복지 사각지대의 그늘”이라며 “서울시는 보다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개선하고 사각지대를 발굴해 사람과 사람의 온정을 실현하는 복지로 위기에 놓인 시민을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중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부양의무제 완전폐지’를 촉구하는 펼침막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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