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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리테일 수익 늘었지만, 불신 키우는 당국 규제가 걱정"
신용융자 폭리 지적에 금리 인하…불법공매도 주체로 증권사 지목
2021-01-19 04:00:00 2021-01-19 04: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증권업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증권사들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공매도 시장조성자 역할 강화 등 투자자 보호 관련 각종 규제가 신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거래 급증으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이 급증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를 한다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신용융자 금리를 기준금리와 연동해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당국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수탁수수료는 증시거래대금 증가로 2조원까지 불어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 1분기 수탁수수료는 1조3800억원을 기록했으며 3분기에는 2조1200억원으로 수익이 급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열풍에 주식 중개 업무인 브로커리지 분야 수입이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증권사의 속사정은 편치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른바 '동학개미'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주식 투자 열풍에 증시 활황으로 보이지만, 브로커러지 수입은 증권사가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거래대금 급증으로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이 늘자 땅 짚고 헤엄치식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신용융자 금리가 대표적이다. 신용융자는 주식 투자를 위한 대출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1조2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신용융자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증권사는 신용융자 이자를 낮추지 않고 있어 폭리를 취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급기야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을 개정, 신용융자 이자율 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최고 11%에 달했던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은 현재 9.8%로 1%포인트 가량 낮아지기도 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사 신용대출 금리가 높다는 평가가 있지만, 신용융자 금리는 은행 신용 대출 금리와 성격이 달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고 오히려 저금리로 가게 되면 빚투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다른 관계자는 "최근 당국이 은행권에 신용대출 관리강화를 주문하면서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면서 "건전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의 편의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불법공매도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있는 점도 증권업계로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상반기 중 시장조성자는 미니코스피200 선물·옵션을 공매도하지 못하고, 업틱룰(주식을 공매도 할 때 매도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제한하는 것)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시장조성자에게 공매도 거래시 부여된 특례를 회수해 불공정성 우려를 완화한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일부 의심사례가 적발되긴 했으나 불법공매도의 주체로만 매도해버리면 시장조성자가 가지고 있는 순기능이 사라질 것”이라며 “공매도 문제의 핵심이 '불공정성'에 있는 만큼 시장 시스템에 대한 신뢰회복과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매도 논란에 이어 빚투에 대한 언급도 늘고 있다”며 “신용대출·주식담보대출 급증, 예금 급감은 저금리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지만 ‘금융적으로 신흥시장’인 우리에겐 ‘금융 건전성’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3월 공매도 허용’이 걱정되는 것은 4월을 앞두고 나올 수 있는 주가 급락 충격일 것”이라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증시가 과열되지 않게 하는 등 금융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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