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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승리호’ 송중기, 변태스러운 ‘퍼펙트’ 작품 선택 비법
‘늑대소년’ ‘승리호’ 연달아 함께 한 조성희 감독 ‘신뢰’…“노력형 꾀짜”
“장르 개척자? 난 그냥 끌리는 작품 출연할 뿐…‘변태’라는 놀림 받아”
2021-02-17 00:00:01 2021-02-17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08년 영화 쌍화점에서 단역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13년이 흘렀다. 이제 그는 한국영화에서 가장 큰 흥행 보증 수표 중 한 명이다. 그가 출연을 결정하면 거액의 투자가 이뤄지고, 그가 출연을 결정했단 사실 만으로도 흥행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게 됐다. 세월이 만들어 낸 힘일 수도 있지만 대사 한 마디 없던 단역부터 시작해 수백 억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의 타이틀롤을 맡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2012년 조성희 감독의 늑대소년을 통해 그의 잘생긴 외모는 무한 판타지의 가장 완벽한 용해제로 극 전체에 녹아 들면서 관객들을 동화의 세계로 끌어 들였다. 배우 송중기의 시간은 그렇게 처음부터 쉬웠을 것이란 착각을 만들게 하는 외모적인 아우라가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단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가장 최근 그에게 있었던 그 일(?)도 어쩌면 송중기의 인간적 배우적 성장을 도운 도화선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240억의 순 제작비가 투입된 국내 최초 SF영화 승리호의 판타지 비주얼은 송중기의 모든 복합적 과정이 만들어 낸 배우 1막의 변곡점이 될 것 같다. 데뷔 첫 그리고 국내 첫 스페이스 오페라장르 소화, 여기에 개인적으론 데뷔 첫 부성애연기를 더했으니.
 
배우 송중기. 사진/넷플릭스
 
승리호넷플릭스 공개 며칠 뒤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송중기는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소감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승리호이전 스크린 출연작이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였다. 그 직전에는 아시아를 들썩이게 했던 태영의 후예그 이전은 승리호감독과 함께 했던 늑대소년이다. 2012늑대소년을 시작으로 그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모두 중심이었고,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웃음)우선 오랜만에 인사를 드려요. 그리고 복귀한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아요. ‘승리호가 직전 영화인 군함도이후 4년 만이라 오랜만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론 조성희 감독님과 함께 했단 것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당시 저도 신인이었고, 감독님도 신인이라 함께 시작했단 의미를 갖고 있거든요.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감독님으로서나 인간적으로 조성희란 사람을 너무 좋아해요.”
 
승리호는 송중기가 늑대소년을 촬영할 당시 전해 들었던 프로젝트다. 물론 당시 송중기가 조 감독에게 들었던 내용은 지금의 승리호와는 많이 달랐다. 놀라운 점은 조 감독이 늑대소년보다 승리호를 훨씬 더 먼저 구상하고 있었단 것. 감독 데뷔도 하기 전인 아카데미 시절 구상했었다고. 이후 송중기는 조 감독과 늑대소년그리고 승리호두 편을 함께 했다. 두 편 모두 상상력에선 독창성을 넘어 완벽하게 차별화된 세계관 색깔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그의 눈에 비친 조성희는 이랬다.
 
배우 송중기. 사진/넷플릭스
 
우선 정말 잘 맞는 동료에요. 우선 늑대소년때 감독님과 처음 만났잖아요. 당시에 제 눈에 비친 조성희천재 꾀짜에요. 그런데 두 번째 만나면서부터 이 분이 보이지 않게 노력한 게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당시 VFX스태프분이 감독님 중에 이 분야를 이렇게 이해한 사람 처음이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때 이후 시간이 지난 승리호의 조성희를 제가 평가한다면 노력형 꾀짜에요. 뭔가 지극히 평범한 것도 상식적으로 보지 않고 틀어서 유니크한 방식으로 보세요.”
 
그런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송중기는 승리호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사실이다. ‘늑대소년을 함께 했던 제작사와 감독이 다시 한 번 새로운 영화 출연을 제안한 것이다. 제작사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오롯이 조성희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컸다고 했다. 그가 만들어 낸 말도 안 되는 세상에서 한 번 살아봐야겠단 도전 의식이 솟아났다. 그 도전 의식은 분명 확신이었다.
 
영화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시나리오만 보면 이게 가능해?’ 싶은 그림이 너무 많아요(웃음). 우선 세트에 들어가면 너무 깜짝 놀라게 되요. 디테일이 소름끼칠 정도에요. 그냥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정말로 승리호속에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그런 디테일이 승리호비주얼의 초석이 된 것이라 확신이 들어요. 참고로 영화 속 승리로 내부는 전부 실제 세트에요. 그리고 실제로 전부 작동도 되요(웃음). 여담이지만 승리호조종석은 고스란히 뜯어서 현재 저희 집에 있습니다. 감독님이 선물로 주셨어요. 하하하.”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공개 뒤 전 세계에서 승리호신드롬이 터진 상태다. 글로벌 스트리밍 1위를 기록 중이다. 당초 극장 상영작으로 제작됐지만 코로나19’ 이후 연이어 개봉이 연기되면서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 공개로 방향이 틀어졌다. 관객들에겐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우선 승리호자체의 판타지적인 비주얼을 좀 더 사실적으로 즐길 수 있는 스크린 상영에 대한 갈증이 크다. 반면 전 세계 반응이 실시간으로 오는 것은 배우로서도 처음이라고.
 
조카들이 승리호캐릭터를 그려서 곧바로 휴대폰 문자로 저한테 보내더라고요. 극장 개봉을 했다면 사실 조카들 데리고 보기 힘들 텐데. 그리고 전 세계 반응도 잘 찾아보고 있어요. 신기하죠(웃음). 저도 지금도 승리호를 보면 신기해요 하하하. 아마 처음 본 게 후시녹음 때인데. 그때도 사실 배우들이 보질 못했어요. 당시 억지로 조연출 형 노트북을 뺏어서 몇 개의 클립을 봤죠. CG초기 단계였는데도 이게 우리 영화라고?’ 싶을 정도로 놀랐었으니까요. 태리씨도 저한테 오빠 봤어? 봤어?’하면서 들뜨고 하하하. 극장에서 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넷플릭스 상영도 분명 장점이 있다고 봐요.”
 
송중기가 승리호를 준비하면서 의외로 고민을 많이 했던 지점은 아빠 연기였다.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아빠 연기. 그리고 승리호를 촬영할 당시 즈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일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자포자기였단 심정을 전한 바 있다. 아빠 연기와 그 일로 인해 겪었던 심리적 변화가 작품 전체에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이 많았었다고.
 
배우 송중기. 사진/넷플릭스
 
우선 당시 그 일은 말 그대로 자포자기심정이었어요. 세상 모두가 다 아시는 그 일이고, 개인적인 일이기에 그냥 그 단어 하나로 대신할게요. 사실 그런 심정 속에서 아빠 연기까지 하려니 좀 복잡한 면도 있었죠. ‘대중이 아빠 송중기를 어떻게 받아 들일까싶었죠. 결국 해답은 감독님과의 대화 그리고 스크립트 안에서 찾았어요. 태호란 인물의 영화 속 이전 얘기가 몽타주로 짧게만 처리가 돼서 관객 분들에게 이해가 잘 될까 싶은 걱정이 많았는데 모르죠(웃음). 평가는 이제 관객 분들의 몫이니.”
 
송중기는 승리호이전부터 따지고 보면 장르 개척자로서의 역할을 도맡아 해 오고 있다. 그가 출연했던 필모그래피 작품 모두가 플랫폼을 떠나서 국내에선 기념비적인 장르 콘텐츠로서 각광을 받아왔다. 새로운 도전을 통한 K-콘텐츠의 외연 확장에 대한 책임감도 분명히 짊어지고 있는 듯했다. 너무 큰 해석과 시각에 송중기는 깜짝 놀라며 손사래다.
 
영화 '승리호' 스틸. 사진/넷플릭스
 
전 절대 그런 그릇이 아니라고 생각해요(웃음). ‘늑대소년그리고 아스달 연대기때도 사실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런 표현들은 그냥 결과적인 것 아닐까 싶어요. 전 그냥 제가 끌리는 작품에 출연하는 거에요. 그래서 주변에선 왜 그렇게 어려운 작품만 골라서 하냐’ ‘변태냐고 놀리기도 해요(웃음). 그냥 장르 욕심이 많은 배우, 그런 배우로 활동하고 또 기억되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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