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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주 접은 신세계, 맥주 사업 눈독…정용진 부회장 '승부수'
'눈덩이 적자' 소주 사업 철수…신세계L&B, 'OEM 생산' 맥주 유통 검토
경쟁 치열한 맥주 시장…사업 안착 미지수
2021-03-07 06:00:00 2021-03-07 11:21:48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신세계가 아픈손가락으로 꼽히는 제주소주 사업을 접은 가운데 맥주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맥주 시장은 기존 플레이어인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가 버티고 있는 데에다가 최근 수제맥주업체까지 뛰어들고 있어 신세계의 시장 안착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제주소주는 지난 3일 임직원 설명회를 열고 사업 중단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제주소주 공장 생산라인도 모두 멈췄다. 수익성, 효율성 등을 고려해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최종 결정했다는 게 신세계그룹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제주소주 임직원들은 개별 면담을 통해 향후 이마트나 신세계엘앤비(L&B)로 전환 배치될 예정이다.
 
앞서 2016년 신세계그룹은 190억원을 투입해 제주지역의 소주업체인 제주소주를 이마트 자회사로 인수했다. 이후 이른바 ‘정용진 소주’로 불리는 제주소주의 ‘푸른밤’을 생산하며 국내 소주 시장을 공략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의 높은 진입 장벽에 가로막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아픈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제주소주의 푸른밤. 사진/제주소주
 
제주소주의 영업손실 규모는 2016년 19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 60억원, 2018년 127억원, 2019년 141억원 등으로 불어났다. 적자가 커지자 이마트는 2016년부터 총 6번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67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매각설까지 나돌았지만 최종적으로 올해 사업을 접게 됐다.
 
한편 신세계는 소주 사업을 접는 대신 맥주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허청 키프리스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지난달 2일 렛츠 프레시 투데이(Lets Fresh Today)라는 이름의 상표를 신규 출원했다. 상표 디자인에는 보리가 그려져 있어 맥주와 관련된 상표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신세계L&B에 따르면 해외 주류 업체와 손을 잡고 렛츠 프레시 투데이라는 상표를 붙여 국내에 유통하는 사업을 현재 검토 중이다.
 
신세계L&B가 상표 출원한 렛츠 프레시 투데이. 사진/특허청 키프리스
 
신세계L&B는 주류를 직접 제조하지 않고 와인, 맥주 등 주류를 수입해 유통하는 사업을 하는 만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해 국내 맥주 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게 신세계L&B의 설명이다.
 
신세계L&B가 들여오는 맥주가 시장에 안착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기존 플레이어인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가 버티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카스를 앞세운 오비맥주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50%대다. 이어 하이트진로가 30%대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류 시장은 소비자들이 익숙한 제품을 꾸준히 소비하는 성향이 강해 신규 사업자 진입이 어렵다는 게 주류업계의 중론이다. 제주소주가 소주 매출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수도권에 진입하지 못한 것도 이와 같다.
 
게다가 최근 국내 맥주 시장에 수제맥주 업체들까지 신규 플레이어로 뛰어들고 있어 과거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점도 신세계에게 부담이다. 제주 위트 에일을 대표상품을 내걸고 있는 제주맥주는 지난해 약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제주 맥주는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며 올해 상반기 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홈술 트렌드로 가정에서 술이 소비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맥주 시장 전망은 밝다”면서도 “다만 가정 주류 시장은 브랜드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유흥 시장은 사람들의 주류 소비 습관 때문에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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