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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친일 잔재 더 심각"…정부는 뭐 하고 있나
시민단체들 "교육부, 청산에 더 적극 나서야…사립은 내부 자정 절실"
2021-03-07 09:00:00 2021-03-07 09: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고등학교 이하 학교급을 관할하는 전국 시도교육청 중 상당수가 잇따라 일제·친일 잔재 청산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학은 마치 무풍지대인 것처럼 취급받고 있다.
 
7일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전북 지역 전북대·전주교육대·군산대·원광대 교가의 작곡·작사가들이 친일 인사로 꼽히고 있다.
 
전북대 교가 작곡가는 변절자인 현제명, 전주교육대의 경우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김성태가 작곡하고, 일본 자살특공대를 칭송해 최근 덕진공원에 단죄비가 세워진 김해강이 작사했다. 군산대 교가도 친일인명사전에 기재된 서정주가 작사했으며, 원광대는 친일 인사로 분류된 이은상·김동진이 지었다.
 
이처럼 그동안 대학 친일 잔재의 현황을 파악하려고 청산하는 노력은 주로 민간 단체나 학생들에 의해 비교적 산발적으로 이뤄져왔다. 민족문제연구소나 시민사회가 제한된 정보 하에서 알음알음 잔재를 알려나가고, 학생들은 이미 알려진 사례에 집중해 청산 요구를 하는 식이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2018년 설립자 인촌 김성수의 서훈이 박탈되자 학생들이 동상 철거를 요구했지만 관철하지는 못하고, 성북구가 '인촌로'를 '고려대로'로 바꾸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2017년 이화여대 역시 김활란 전 총장의 동상을 철거하려고 학생들이 나서다가 실패하고 친일 행적을 알리는 팻말 설치도 재차 저지당한 바 있다.
 
그동안 일제 잔재 청산에 목소리를 높여온 학생과 민간 단체들은 이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현황 파악과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화여대 친일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의 정어진 전 단장은 "교육 공간인 대학에 친일 잔재를 남겨두는 일은, 후대를 위한 역사 교육 측면에서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당연히 교육부에서 청산하기 위한 움직임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역시 "대학은 사립이 많아서 교육청·교육부 권한이 미치는 게 아니라 내부 자정 능력·활동을 통해 (청산)될 수 밖에 없다"면서도 "경기도 등의 사례처럼 지자체에서라도 전수조사하고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11월 이화여대 친일청산 프로젝트 기획단 학생들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옆 김활란 동상 앞에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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