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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면피성 조항'에 보란듯 41곳 점포 폐쇄
폐쇄규정 3월 강화에도 감축 속도…출장소 30곳·1km내 중복점포 11곳…"거리규정은 따로 없어"
2021-04-11 12:00:00 2021-04-11 12: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3월부터 강화된 은행권 점포 폐쇄 절차에도 불구하고 주요 은행들이 하반기 영업점 41곳을 정리한다. 출장소, 중복점포 등 예외 조항에 적용될 수 있는 영업점부터 정리에 들어가면서 금융당국의 엄포에도 감축세를 지속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7월12일 세종시에 위치한 세종중앙지점을 포함한 28곳 영업점 문을 닫는다. 이 가운데 출장소만 27곳에 달해 전체 87곳(2월 기준) 중 31%를 한번에 정리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네트워크 채널 전략의 일환"이라면서 "기존 영업점이 상권변화에 따라 출장소로 전환되기도 해 입지가 축소된 곳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전달 평택시 험프리스 출장소를 비롯해 김포공항국내선·김포공항국제선 출장소 등 3곳의 폐쇄 결정을 알렸다. 하나은행은 강남대로 지점 등 9곳을 오는 6월28일 정리한다. 다만 이들 지점은 인근 지점과의 평균 거리가 1km 이하로, 도보 상으로는 15분 거리에 근접해 있는 지점에 통폐합된다.
 
오는 5월말부터 7월까지 시중은행 영업점 중 출장소 30곳, 중복점포 11곳 등이 문을 닫을 것이 예고됐다.
 
이같은 추세는 은행들이 금융소비자 접근성을 고려해 점포 폐쇄 절차를 강화했다는 설명이 무색한 모습이다. 당장 은행들은 3월부터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을 고려해달라는 감독당국의 주문에 따라 강화한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따르고 있다. 폐쇄 전 외부인 참관 영향평가, 3개월 전 2회 사전통지 등이 골자다.
 
그러나 절차에는 영구적 폐쇄가 아닌 임시폐쇄, 인근지역 점포합병 등의 경우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명시돼있다. 폐쇄에 제약 조건을 아무리 걸더라도 근거리 합병을 이유로 은행들은 폐쇄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인근지역과 관련해서 거리나 위치 등은 규정상 정한 것은 없다"면서 "각 기준은 주요 은행마다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출장소 역시 이러한 요건에 부합하는 영업점 형태다. 출장소는 부지점장급 내지 차장급 직원과 그 이하 소수 직원으로 구성돼 모 지점의 파견근무 식으로 구성돼 있다. 폐쇄 시에는 인근에 있는 원지점에 복귀하는 형태로 운영에 있어 탄력성이 높다. 작년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에서만 387곳을 운영 중인데, 현재 상황에선 연말까지 이들이 주요 정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출장소의 경우 공공기관에 계약을 통해 입점해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점포를 정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당국 눈치와 예외 규정을 따져가며 점포 감축을 해야 하는 은행들의 입장도 있다. 디지털 전환세에 빅테크의 진출이 가까워진 데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성장으로 소매시장의 지위가 위태롭다. 케이뱅크는 정상화 9개월 만에 지방은행 급인 수신 규모 10조원을 돌파했으며, 오는 7월에는 토스뱅크의 진출도 앞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인당 생산성(충당금적립전이익 기준)이 2억3400만원까지 치솟으며 하나은행을 제외한 모든 시중은행을 앞선 상태다.
 
3월 점포 폐쇄규정 강화에도 은행들이 몸집 줄이기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서울의 한 국민은행 영업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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