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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어른들은 몰라요’, 의미 없는 고통만 가득한 세상
2018년 개봉 ‘박화영’ 속 인물 주인공 내세운 스핀오프 스토리
러닝타임 동안 ‘고통’만 가득, 세상 향한 분노 책임 전가 ‘집중’
2021-04-17 00:00:00 2021-04-17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도대체 어른들은 뭘 모르는 걸까. 10대들의 가출 스토리가 이 정도라면 비정하다는 단어보단 끔찍하다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세상의 잔인하고 끔찍한 상황을 마주하고 어른들의 각성을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남는 건 10대의 욕지기와 줄담배 그리고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관계의 형성 과정뿐이다. 때때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롱보드 플레이장면은 10대의 질주와 일탈 속 그들의 순수함을 담아 보려 한 연출의 강압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2018박화영이후 2021어른들은 몰라요가 등장했다. 두 영화는 줄기와 가지의 관계다. ‘박화영에서 등장한 세진(이유민)이란 인물을 끌어와 어른들은 몰라요를 만들었다.
 
박화영과 마찬가지다. 그저 수위의 차이일 뿐이다. 불편함만 넘친다. 임신을 한 18세 여고생 세진이 낙태를 위해 겪는 세상과의 만남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세상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이분법적 논리가 적용되는 세상이 아니다. ‘어른들은 몰라요속 세상은 나쁜 어른들만 알고 있는 습하고 축축하고 더러운 세상일 뿐이다.
 
 
 
영화 시작부터 끔찍하다. 커터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고 있는 세진의 모습이 섬뜩하다. 감정도 읽을 수 없는 표정과 자세와 몸이다. 그는 같은 학교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다. 더욱 끔찍한 것은 세진은 담임 선생과의 교제에서 임신을 하게 됐다. 낙태를 위해 담임에게 돈을 요구하지만 담임과 담임의 아버지인 학교 교장은 세진을 입막음에만 전전긍긍이다. ‘무책임한어른들의 전형이다. 더욱 더 끔찍한 것은 세진은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과 동성 연애 중이었다. 하지만 동성 연애 중이던 친구가 눈 앞에서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세진은 임신, 동성 연애 중이던 친구의 죽음, 괴롭힘 여기에 어른들의 무책임함 등을 온 몸으로 겪고 맞으면서 세상과의 소통을 닫아 버린 듯 하다. 세진은 상대방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인다. 순수함을 잃지 않은 그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세상과의 단절을 스스로 선택한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낙태를 위해 거리로 나온 세진이다. 부모님은 없다. 여동생과 함께 단 둘이 사는 세진이다. 여동생을 두고 거리를 헤매던 세진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또 다른 가출 소녀 주영(안희연)을 만난다. 주영은 단 번에 세진의 가슴 속 상처를 알아봤다. 자신을 알아봐 준 주영에게 곧바로 마음을 연 세진이다. 두 사람은 함께 물건을 훔치고 한 남자를 따라 모텔 방으로 향한다. 그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겨우 방을 빠져 나온 주영은 길거리를 질주하던 또 다른 10대 폭주족 재필(이환)을 만나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재필과 그의 친구 신지, 그리고 세진과 주영은 함께 가출 패밀리가 된다. 세진을 제외한 세 사람은 세진의 낙태를 위해 돈을 구할 방법을 궁리한다. 가출 10대 남녀가 돈을 구할 방법은 뻔하다. 그리고 결과도 뻔하다.
 
 
 
러닝타임 동안 어른들은 몰라요는 인물들을 괴롭히는 것에만 집중한다. 착하지만 상처 받고 보호 받아야 할 가출소녀와 소년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을 괴롭히는 세상과 그 세상을 지배하는 어른들을 괴롭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어떤 대안도 어떤 문제점에 대한 인식도 어떤 잘못에 대한 자기반성도 없이 끝까지 이야기만 잡아 끌고 갈 뿐이다. 가출 소녀와 소년들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들은 의미 없고 가치 없는 일에만 매달린 채 달리고 달릴 뿐이다. 지금의 10대가 겨우 이 정도인지, 지금의 어른 세대가 진짜 이것 밖에 안 되는지. 영화의 시선과 감독의 바라봄이 불편함을 넘어 고통스럽고 불쾌하다.
 
서로를 구원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하지만 미성숙한 어린 소녀와 소년들에게 세상은 가혹하고 잔인할 뿐이다. 그런 모습을 위해 당신들이 있기에 우리도 이럴 수 밖에 없다고 외치는 영화 속 세진의 헛헛한 대사는 희망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가장 못된 주장일 뿐이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어른들도 모르겠지만 아이들도 모를 게 뻔하다. 아프고 아프니깐 청춘이란 무책임한 어른들의 말이 만들어 낸 세상살이의 가르침이라면 최선의 불필요. 반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붙인다고 해도 이 영화가 만들어 낸 세상의 시선은 어른과 아이들 모두가 몰라요라고 외치게 될 뿐이다. 아프다고 현실적이고, 고통스럽다고 적나라한 건 절대 아니다. 개봉은 4 15.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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