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기업은행이 은행 내 문서를 받거나 보내는 업무(행낭) 편의 확대를 위한 무인 서류보관함을 도입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오는 6월 도입을 목표로 영업점 무인 서류보관함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초 도입은 10대로, 시범 운영을 후에 영업점 확대 여부를 살필 계획이다.
무인 서류보관함은 일종의 무인택배함과 비슷한 것으로 서류 주머니인 행낭이 담긴다. 무인 서류보관함의 스크린 화면을 통해 행낭 인수도 시 행낭 종류와 수량 근거를 저장·관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보안성도 갖춘다는 계획이다.
통상 은행에선 행낭을 업무 중이나 마감 후에 그날 취급한 수표, 어음, 영수증, 대출 심사서류 등을 모지점이나 시·구청 보내는 일 전반을 일컫는다. 행낭 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안전요원이 일 2회 수준으로 각 영업점을 돌면서 은행이 취급하는 서류를 옮긴다.
이 과정에서 중요서류 취급, 업무지연, 교통 사정 등으로 간혹 운송 일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담당 직원이 마냥 기다려야 해 업무시간 이후까지 대기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 격오지나 지방, 공단에 위치한 영업점은 한번 호송 업무가 밀리기 시작하면 시간 지연이 걷잡을 수 없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대출 업무 과중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를 초과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내부 불만이 속출했다. 이 때문에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업무 비효율 요소와 업무량 감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무인 서류함 도입도 이런 시도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행낭 수거 과정에서 직원이 기다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시도"라면서 "작은 변화가 쌓이면서 전반적인 업무와 조직문화가 혁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무인 서류보관함은 주요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은행만 유일하게 지난해부터 운영에 나서고 있다.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실행해 현재는 74개 영업점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다만 은행들 사이에서는 도입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긴요한 서류라 구태여 내부에 전문회사를 두는 형태로 운송을 맡기고 있는 데다가 서류보관함 위치를 외부에 두게 된다면 자체 분실도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영업점 내부에 둔다면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에 외부 인물이 들어오는 꼴이니 이 또한 보안이 우려된다"면서 "개인적인 경험에선 도입이 필요할 만큼 업무가 과중되는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종원(사진 왼쪽) 기업은행장이 무인 서류보관함으로 직원 업무효율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윤 행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신입행원들과 실시간 온라인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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