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정부는 2년 후의 일을 대비하라
입력 : 2021-07-22 06:00:00 수정 : 2021-07-22 06:00:00
최용민 산업2부 기자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자화자찬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임대차 3법에 대한 정부의 평가는 무엇보다 후하다. 단순 수치만 보면 그렇게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래에 닥쳐올 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지금의 평가만으로 자위한다면 국가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정부에게 후한 점수를 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임대차3법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임대차 신고자료와 서울 100대 아파트를 별도 분석(2020년8월~2021년5월)한 결과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임대차갱신율이 3법 시행전(1년 평균) 57.2%에서 시행 후 77.7%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도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증가했다”라며 “임차인의 주거안정성이 그만큼 크게 제고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2년 전세 살았던 세입자가 전세금을 크게 올리지 않고 다시 2년 계약을 연장했다는 점에서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한 것이다. 단순 수치로 평가하면 정부 평가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실제 2년 살고 또 다시 전셋집을 구해야 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큰 걱정 없이 2년 더 전세를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은 큰 기쁨일 수 있다. 전셋집 구하는 스트레스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십분 공감할 수 있다.
 
문제는 2년 후다. 계약 갱신청구권을 사용하고 4년 전세살이 후 세입자는 다시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한 주택은 4년 임대 후에는 임대료 상한선 5% 이하를 적용받지 않는다. 4년간 전세금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 집주인은 이 날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2년 후에 매물이 한 번에 쏟아질 수 있어서 전세금을 마음대로 올려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한 쪽만, 즉 보고 싶은 모습만 보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매물이 한 번에 쏟아지는 만큼 세입자도 한 번에 쏟아지게 된다. 공급과 수요가 같이 오르는 경우 결국 내가 살던 집을 전세금만 크게 올려주고 다시 계약해야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도 계약이 끝난 전셋집의 경우 향후 4년간 전세금을 올려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주변 시세보다 높게 매물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한 아파트와 새로 계약을 맺는 아파트의 전세가 차이가 2배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계약 갱신 청구권 사용으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었고, 이 때문에 신규 매물은 몸값이 귀해 아무리 가격을 올려 받아도 전세 계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전세 매물은 물건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전세난 심화로 최근에는 빌라와 아파트를 가리지 않고,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높은 ‘깡통전세’ 거래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깡통전세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세입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전세시장을 둘러싸고 어려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단순 수치만 부여잡고 자화자찬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당장 2년 후에 계약 갱신 청구권 만료 이후 펼쳐질 혼란한 상황을 대비해야 된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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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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