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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북핵대표 방한, 한반도 상황 관리 기대…국면 전환은 미지수
한미러, 23일부터 협의 잇따라…전문가들 "당분간 북 도발 억제 의미"
2021-08-22 14:03:40 2021-08-22 14:03:4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과 러시아의 북핵 수석대표가 동시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다소 억제하며 일정 기간동안 한반도 긴장 상황을 관리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두 대표가 방한 기간 양국의 입장을 반영한 원론적인 대북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이면서 현재 남북의 교착 국면 상태를 당장 전환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2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의 북핵 협상 실무를 총괄하는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차관 겸 북핵 수석대표 23일부터 잇따라 한국 정부와 양자 협의에 나서게 된다. 두 대표의 방한은 무엇보다 한미연합 실시 기간에 이뤄져 주목된다.
 
성 김 대표는 23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북한의 한미훈련 비난 담화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 관리를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대화 환경 조성을 위해 코로나19 백신이나 식량, 수해 복구 등 대북 인도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할지도 관심이다. 이후 모든 일정을 마치고 24일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마르굴로프 차관도 23일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정책협의회를 진행하고 양국 간 실질 협력 증진 방안 등을 협의한다. 이어 24일에는 노규덕 본부장과 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한다. 26일까지 한국에 머무르게 된다.
 
미러 양국 간 북핵 협의도 23일 열릴 예정이지만 한미러 3국 간 북핵 협의는 아직 계획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 김 대표는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마르굴로프 차관과의 만남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방문이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재까지 북한은 무력 도발과 관련한 군사적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군사도발 현장을 시찰하는 대신 민생 행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따라 도발을 잠시 미룬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북한의 우호국인 러시아의 고위급 정부인사가 방한한 상황에서 도발을 감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미러 북핵 대표의 동시 방한이 한반도 긴장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분위기를 좀 더 대화 쪽으로 끌고 가는데 있어서 의미가 있다"며 "지금 국면을 풀어가는 데 좋은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 교수도 "한미훈련이 진행 중에 있고 또 남북의 통신선이 가동 중단된 상태다. (미러가) 나름대로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 무엇을 던질 것인가 관전 포인트가 있을 것"이라며 "두고 봐야 겠지만 러시아 북핵 대표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좀 낮지 않을까 본다"고 밝혔다.
 
다만 미러 양국의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를 통해 남북 간 교착 상태를 반전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남북 대화에 대한 지지 표명과 북한을 향한 조건 없는 대화 입장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에서는 북한이 대화로 나오기 위해 일부 대북 제재 해제 등을 미국에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 교수는 "북한이 직접적인 도발은 않겠지만 미러 북핵 대표들의 메시지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데 미러 북핵 대표들의 방한이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국면을 전환시키는 데 대해서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차관 겸 북핵 수석대표 23일부터 잇따라 한국 정부와 양자 협의에 나서게 된다. 사진은 성 김 대표(왼쪽)와 마르굴로프 차관이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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