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징어 게임’ 정호연 “줄 다리기, 실제 ‘악’쓰며 당겼죠”
해외 패션쇼 활동 중 갑작스런 오디션 제의…“직접 영상 찍어보냈다”
전 세계 주목한 ‘오징어 게임’ 그리고 정호연…“땅에 발 잘 붙이겠다”
입력 : 2021-10-12 00:24:01 수정 : 2021-10-12 00:24: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현재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오징어 게임이다. 전 세계가 난리다. 신드롬이란 표현도 모자랄 정도다. 그리고오징어 게임인기의 최대 수혜자로새벽이를 꼽는다는 것에 이견을 제기할 누구도 없을 것이다. ‘새벽이는 극중 이름이다. 모델 출신의 배우 정호연이다. 사실 모델 출신이 아니라모델이었다. 한때 안방극장 최고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인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4’에 출연해 3위에 올랐던 경력자다. 이후 전 세계 패션쇼 무대에 서며 모델로서의 최고 실력자를 목표로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정호연이 느닷없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오징어 게임에 출연했다. 그가 연기한새벽은 최종 3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는 인물이다. 시즌1에 해당하는 1화부터 9화 전체 스토리의 중요한 포인트를 쥐고 가는 인물이다.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 속 메인 타이틀에 가까운 주요 배역을 연기 경험이 일천한 정호연에게 맡긴 것이다.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감독들은 그럴 때가 있다면서 “(정호연을 본 순간) 그냥 새벽이였다고 전했다. 황 감독의 발탁이 정호연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배우 중 한 명으로 만들어 버렸다.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정호연은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전 세계 주요 패션쇼에 오를 만큼 실력과 이름값이 높았다. 하지만 연기 경력은 전무했다. 모델 출신 배우들이 이미 큰 이슈가 안될 정도로 많다. 정호연도 단순하게 그런 케이스가 될 수도 있을 듯했다. 하지만 정호연이오징어 게임에 합류한 것은 좀 더 드라마틱했다. 또한 적극적이었다. 정호연도 마찬가지였고, ‘오징어 게임도 적극적이었다.
 
“지금 소속사와 계약한지 한 달도 안됐을 때였어요. 멕시코에 스케줄이 있어서 촬영 갔다가 뉴욕 으로 가서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소속사에서 휴대폰 메신저로 오디션 대본을 보내 주셨어요. 최대한 빨리 보내 달라고 요청하셔서, 호텔방에서 휴대폰을 켜고 제가 직접 영상 찍어서 보내 드렸어요. 그땐 그게오징어 게임오디션인지도 당연히 몰랐죠. 이후 한국에 와서 다시 오디션을 보고. 그렇게 합류하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웃음).”
 
첫 연기다. 당연히 떨렸다. 하지만 그는 이미 모델로서 거의 정점을 찍고 있던 시기였다. 세계 최고 최대 패션쇼에 오를 정도로 무대는 그에겐 친숙한 곳이었다. 무대를 바라보는 수백개의 눈과 카메라 앞에서 그는 멋들어지게 쇼를 소화하는 정상급 모델이었다. 그런데 오디션과 연기에선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떨림을 받아 스스로도 놀랐단다.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저 스스로가 이해가 안될 정도로 부담이 되고 떨렸어요. 세계 무대에서 런웨이도 수 없이 경험했었는데. 근데 그것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첫 리딩날이 기억 나는 데 정말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어요. 정재 선배님께서너 하고 싶은 데로 마음대로 해라며 용기를 많이 주셨어요. 그리고 다른 선배님들도 부담이 큰 제게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그걸 덜어내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그가오징어 게임에서 연기한 새벽은 사실 남자 캐릭터였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한 황동혁 감독은새벽을 처음에는 남자로 설정했었다. 그러나 정호연이 캐스팅되면서 탈북자란 설정과 여자로 바뀌었다. 좀 더 드라마틱한 내용 그리고 다른 출연자와의 관계에서도 풍성한 느낌이 더해졌다. 그는 모델 생활 이후 첫 연기 도전에서 쉽지 않은 북한 사투리까지 소화해야 했다. 새벽이와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을 해야만 했다고.
 
“북한 사투리는 정확하겐 함경북도 사투리에요. 북한 사투리 중에서도 대한민국에선 쉽게 들어 볼 수 없는 사투리라고 하더라고요. 현장에 사투리 선생님도 상주해 계셨어요. 탈북자였지만 사투리는 동생과 대화할 때만 쓰는 설정으로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바꿔 봤어요. 화가 날 때 등 감정이하면 사투리가 튀어 나오는. 사투리도 사투리지만 새벽이의 절박한 심정이 저한테 너무 와 닿기 시작했어요. 꼭 공감해 주고 싶었어요.”
 
'오징어 게임' 속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새벽이에 대한 공감도 공감이지만 사실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관심을 끄는 건 아무래도 게임이다. ‘오징어 게임자체가 참가자들이 456억이란 거액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우선 정호연에게 경쟁은 어렵지 않은 코드였다. 그가 데뷔했던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4’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가운데에서도 가장 살벌함을 자랑했다. 지금은 흔한 방송가 아이템이지만 지금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비교해도도전 슈퍼모델 코리아는 그 이상이었다. 그런 정호연의 경쟁심은 촬영 중 게임에서도 승부욕을 자극했다.
 
“(웃음) 제가 경쟁 프로그램 경험이 있긴 했었죠. 하하하. 우선 오징어 게임은 정말 처음 들어 봤고요. 하하하. 그 외에 제가 촬영한 6개 게임 중 가장 승부욕을 자극한 건 아무래도 줄 다리기같았어요. 정말 승부욕이 생기던 게, 악을 쓰고 실제로 당겼어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당겼어요(웃음). 그리고 줄 다리기가 끝난 다음에 오는 허탈함이 너무 이상했죠. 우린 살아 남았고, 반대편 그들은 죽었잖아요. 기분이 진짜 이상했어요.”
 
온라인에 오징어 게임에 대한 해석과 옥의 티 영상이 많이 퍼져 있다. 그 가운데 정호연이 직접적으로 해당하는 영상도 있다. 실제 오징어 게임에서 이정재가 연기한 성기훈이 정호연이 연기한 새벽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정호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이 장면에 대한 해석을 부탁하자 정호연은 그 당시가 떠올랐는지 다시 웃기 시작했다.
 
'오징어 게임' 스틸. 사진/넷플릭스
 
진짜 그게 화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하하하. 그 장면이 기훈이 새벽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 장면이잖아요. 기훈이 쫓기는 데 새벽과 부딪치는. 그때 촬영에서 정재 선배님이 커피컵을 주워서 어떻게 해서든 빨대를 꼽아 주려고 하시는 데, 그 급박한 상황에서 전 속으로 빨리 도망이나 가시지라는 생각에 갑자기 웃음이 터져서(웃음). 그러면 안됐는데 웃음을 제가 참지 못했죠. 지금도 너무 죄송해요.”
 
그는 이제 충무로 그리고 OTT 서비스 방송가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여배우가 됐다. 실질적인 데뷔작으로 이런 주목을 받게 됐다. 이런 케이스를 우린 신데렐라라고 부른다. 당연히 이런 감당 못할 주목에 정호연 스스로도 얼떨떨하긴 마찬가지다. 함께 출연한 선배 배우들은 이런 정호연을 걱정하고 또 그의 앞길을 잡아 주는 길라잡이 역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정호연 역시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배우 정호연. 사진/넷플릭스
 
저 무슨 말씀 해주신 건지 정확하게 알아요(웃음) 얼마 전에 박해수 선배님하고 전화 통화 했었거든요. 그때도 해수 선배님이 방금 해 주신 걱정을 해주셨어요. 저한테 그때 해주신 말씀이 우리 두 발 땅에 잘 붙이고 있자라고 하셨어요. 정말 좋은 날도 있고 또 아주 안 좋은 날도 있고. 그렇잖아요. 지금부터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들을 잘 소화하면서 선배님들이 걱정해주시는 거 잘 새기고 가보도록 할께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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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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