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마이 네임’ 안보현 “저 진짜 완전 ‘머리빨’이에요”
“감독님 ‘연기하지 말아라, 넌 지금 충분히 필도로 보인다’ 용기 줘”
헤어스타일로 변하는 이미지...“예전에는 너무 싫었다 지금? 좋죠”
2021-11-01 00:00:01 2021-11-01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세상에 이렇게 얄밉고 또 돼먹지 못한 인간이 있었을까 싶었다. 정말 얼굴 표정, 아니 얼굴 근육 하나하나가 선천적으로 못됨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한 장근원’. 이름만 들어도 아직도 대중의 뇌리에 깁게 각인된 이미지다. ‘못된 인간’ ‘나쁜 인간이다. 그런데 이 배역을 연기한 이 배우. 정말 놀라웠다. 드라마 종영 뒤 인기에 힘입어 한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세상 이렇게 순박하고 순진한 남자가 있었을까 싶었다. 꾸밈이 아니었다. 실제로 정말로 그랬다. 실제 살아온 삶도 그랬다. ‘이태원 클라쓰속 배역의 삶과는 정반대였다. 멋지게 또 꿋꿋하게 살아온 바른 청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또 있었다. 워낙 좋은 피지컬을 보유했다. 오랫동안 실제로 운동을 해왔다. 이종격투기 대회에 출전했던 경력이 있다. 단순히 취미가 아니었다. 프로파이터 수준의 실력을 보유했단다. 배우 안보현이다. ‘이태원 클라쓰로 워낙 욕을 많이 먹었지만 또 그만큼 인기를 끌었다. 오랜 무명의 시간도 벗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다. 넷플릭스 마이 네임은 그의 진가와 그가 이런 모습도 있다는 점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작품이 될 듯하다.
 
배우 안보현. 사진/넷플릭스
 
그의 얼굴은 묘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선과 악을 오가는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대표작이 된 이태원 클라쓰에선 최고의 밉상 악역이었다. MBC드라마 카이로스에선 가슴 아픈 반전 스토리를 지닌 엘리트이면서도 순애보에 가까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선 묘한 매력을 풍기는 남자친구로 등장한다. 그리고 넷플릭스 마이 네임에선 든든한 강력반 형사로 출연한다.
 
우선 여러 평을 봤는데 진짜 형사 같았다는 말이 너무 좋았어요. 이제 겨우 시작하는 단계의 배우이고, 아직도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너무 많아요. 사실 전 배역을 접근할 때 악역 혹은 선역 이렇게 나눠서 보진 않아요. ‘이태원 클라쓰의 장근원도 전 악역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뭔가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이해가 되더라고요. ‘마이 네임도 진짜 형사로 보이고 싶었어요. 그렇게 접근하기 시작했죠.”
 
그가 연기한 필도란 인물은 사실 자신과 너무 닮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배우들이라면 배역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 보는 게 일반적이다. 공감을 위해서고, 또 이해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안보현이 바라본 필도는 정말 자신과 너무 닮았었다. 중학교 2학년 시절부터 혼자 살아 온 안보현에게 가족을 잃은 필도의 심정은 묘한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불의에 참지 못하는 모습도 그래서 마찬가지였고.
 
배우 안보현. 사진/넷플릭스
 
감독님이 연기하지 말아라, 넌 지금 충분히 필도 같다. 그냥 필도로서 표현해 달라고 하셨어요. 그 말에 너무 힘을 얻었어요. 사실 필도가 너무 좋기도 했었죠. 그냥 목표를 향해 달려들기만 하는 인물이 아니거든요. 내적으로도 아주 단단하고. 상명하복에만 길들여 진 게 아닌 형-동생으로서 관계를 풀어가는 방식도 좋았고. 저만의 형사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죠.”
 
강력반, 그것도 마약반 형사 캐릭터다. 더욱이 안보현은 프로 파이터에 버금가는 운동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187cm 몸무게 80kg. ‘멋지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의 피지컬을 보유했다. 그는 감독 그리고 대중이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화끈한 액션 그리고 들어찬 몸집을 활용한 타격감 넘치는 동작들일 것이다. 이런 믿음에 보답해야 했다. 운동이라면 지금도 너무 익숙하다. 하지만 더욱 더 안보현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해 몸집을 불렸다.
 
우락부락한 몸집보단 헐렁한 후드티를 입어도 아주 꽉 찬 단단함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근육으로만 5kg 정도 불린 것 같아요. 운동과 식단으로 몸을 불렸는데, 저한테는 너무 일상적이라 어려움을 사실 없었어요. 지금도 운동과 식단은 365일 중에 300일은 하고 있으니(웃음). 그저 예상치 못했던 노출신이 있어서 시청자분들에게 멋지게 보이자는 것에만 좀 신경을 썼죠. 하하하.”
 
배우 안보현. 사진/넷플릭스
 
그가 말한 노출신은 극중 상대역 한소희와의 베드신이다. ‘마이 네임이 워낙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극중 이 베드신에서 만큼은 사실 말들이 많았다. ‘마이 네임을 좋아하는 팬들도 너무 뜬금 없다혹은 인기를 위한 불필요한 장면 아닌가란 지적을 했다. 안보현은 어떤 의견도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해당 장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많은 분들의 의견이 나눠는 것 같아요. 굉장히 다양한 시각으로 그 장면을 봐주셔서 사실 좀 놀랐어요. 당연히 지우(한소희)도 아픔이 있고, 필도 역시 동생을 잃은 아픔이 있잖아요. 아픔이란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이 유일하게 인간적인 감정을 나누는 장면이라고 해석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 그리고 소희씨랑 정말 많은 대화를 했기에 부담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필도로서 감정 이입이 너무 잘됐던 장면이에요.”
 
안보현은 최근 공개되고 있는 몇 편의 작품에서 너무도 다른 이미지로 등장해 팬들은 물론 주변 지인들조차 잘 못 알아 본다는 뒷얘기를 전했다. 그의 노력이 섞인 변신이기도 하지만 또한 비밀도 있다고 웃는다. 그는 어떤 배우들보다도 헤어스타일로 이미지가 극과 극을 달리는 게 자신이라고 웃었다. 가만히 되짚어 보니 그랬다. ‘이태원 클라쓰의 노랑머리 올백 스타일과 장발의 가르마가 우스꽝스러운 유미의 세포들속 안보현의 모습. ‘마이 네임의 짧은 스포츠 헤어스타일까지.
 
배우 안보현. 사진/넷플릭스
 
저요. 진짜 완전 머리빨이에요(웃음). 짧은 머리와 긴 머리의 이미지가 너무 달라요. 그게 다른 정도가 아니에요. 주변 지인들도 못 알아 볼 정도에요. 하하하. 정말로 그때 그게 너 였다고?’라고 하는 지인들이 너무 많아요. 헤어스타일 때문에 이런 평가를 받는 게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겨우 헤어스타일 하나로 이렇게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단 게 배우로서 너무 좋은 무기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그는 인터뷰 내내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2016년 영화 희야로 데뷔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4년 뒤인 이태원 클라쓰가 시작이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다. 그는 절대로 들떠있지 않았다. 연기를 정말 사랑하고 연기로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단 욕구가 누구보다 더 강했다.
 
배우 안보현. 사진/넷플릭스
 
앞으로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 안보현이 이런 모습이 있단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악역과 몸집 때문에 액션에만 특화돼 있는 배우로 아실 것 같은데 정말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란 걸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마이 네임에서도 이런 감정에서 이런 장면을 찍으면서 이런 느낌이 오는구나를 느끼며 다른 장르에 대한 욕심과 도전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조만간 다른 모습의 안보현을 꼭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