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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장르만 로맨스’는 ‘오나라’란 보물을 건졌다
조은지 감독·류승룡 배우·김희원 배우, 코미디 장르…“무조건 해야했다”
‘박미애’ 기묘한 연애관·결혼관 시각차이...“실제 난 더 이상한 연애 중”
2021-11-11 00:00:02 2021-11-11 00:00: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이지만 이미 배우들 사이에서 상당한 연출 실력자로 소문났던 조은지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 데뷔작 장르만 로맨스를 구상하면서 박미애란 인물로 이 배우를 무조건 점 찍어 놨을 것이다. 우선 정르만 로맨스는 정말 이상한 얘기다. 이상하게 안보면 안 이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어떻게 봐도 이상한 얘기인 것은 마찬가지다. ‘장르만 로맨스를 보면 분명 수긍되는 이상함이다. 이 요절복통 소동극 속에서 이 얘기를 분명히 가짜인데 진짜처럼보이게 만들어야 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감독은 그 수단을 잘 이용해야 하는 위치다. 그럼 그 수단 자체는 바로 배우다. ‘장르만 로맨스에는 이름 자체로 존재감 측면에서 충무로 한 가닥출신들이 즐비하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배우가 바로 오나라다. 아직도 오나라를 배우가 아닌 예능인으로 착각하는 분들도 있다. 20대 시절 무대극에서 활동해 온 모습에 뮤지컬 배우로 여전히 기억하는 팬들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실력파 배우다. 특히 오나라는 정말 기상천외한 능력을 한 가지 소유하고 있다. 이건 오나라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는 지점이다. 그가 연기하면 가짜도 진짜처럼’ ‘분명 가짜 같은 데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진짜처럼 보이는지모르게 만드는 힘이다. ‘장르만 로맨스박미애는 분명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다. 오나라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을 것 같다.
 
배우 오나라. 사진/NEW
기본적으로 코미디 장르다. 그리고 오나라는 텐션이 상당히 높은 곳에서 형성된 연기 스타일을 선보인다. 그의 상대역인 류승룡과 김희원 모두가 장르 연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배우들이다. 물론 오나라도 만만치 않다. 특히 코미디 장르에서 그의 존재감은 대체 불가의 영역이다. 이런 조합이 완성됐는데 누구라도 출연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오나라도 그랬다.
 
이런 조합에 출연을 안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웃음). 더욱이 시나리오가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어요. 정말 쉬는 날 집에서 배 깔고 만화책 보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제가 연기할 미애캐릭터가 너무 흥미로웠어요. 이혼한 남편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 그의 절친과 연애 중이고, 집에는 사춘기 고3 아들이 있고. 개인적으로 팬이던 조은지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고. 이건 안 하면 바보 아닌가요(웃음).”
 
개인적으로 정말 팬이었다고 말하는 조은지의 감독 데뷔작이다. 배우 출신 감독이기에 현장에서 불안했던 점, 그리고 자신보다 후배 배우이기에 불안했던 점은 없었을까. 전문 연출자 출신과 달리 배우 출신 감독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다. 이럴 경우 장점보단 단점이 더 두드러져 보이게 된다. 오나라는 이런 질문에 손사래를 치면서 장점만 보였을 뿐이다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배우 오나라. 사진/NEW
 
그냥 감독 조은지로 보였어요. 그렇게 보인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러셨어요. 배우들은 촬영을 하면 이 장면이 도대체 어떻게 쓰일까. 어떤 장면과 연결될까. 그런 지점이 있어요. 그런데 조은지 감독님은 배우 출신이라 그런 걸 모두 머릿속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전부 다 계산을 해서 오셨더라고요. 한 번은 촬영이 끝나고 숙소로 가는 길에 혼자 걸어가는 감독님 뒷모습을 봤어요. 그 책임감과 무게가 눈에 선하게 보여서 안쓰럽기도 했죠.”
 
당연한 얘기이지만 조은지 감독은 촬영 현장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하고 그 대응책까지 마련해 왔다고. 그렇게 치밀하게 장르만 로맨스를 준비한 조은지의 머릿속 박미애란 인물이 궁금했다. 조은지 감독이 배우 오나라에게 요구한 박미애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우선 박미애는 우리가 익히 그릴 수 있는 오나라의 이미지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비슷한 점은 코믹스러운 면이었다. 그리고 달랐던 점은 이런 디테일이다.
 
감독님이 저에게 특별히 강조한 부분이 온도차이같아요. 미애는 현(류승룡)과 순모(김희원) 두 남자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잖아요. 전남편인 현, 그리고 현재의 애인인 순모와 있을 때의 모습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특히 시니컬하면서도 시크한 매력이 미애의 모습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다른 콘텐츠에서 묘사하던 돌싱녀그리고 학부모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죠.”
 
배우 오나라. 사진/NEW
 
장르만 로맨스는 오나라 특유의 텐션이 오히려 숨을 죽이고 들어갈 정도로 그 자체로 상당히 강한 텐션이 돋보였다. 코미디에선 일가견이 있는 오나라조차도 함께 한 동료들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자신의 아들로 출연한 까마득한 후배 성유빈부터 류승룡 김희원 오정세 이유영 무진성 등 막강 라인업은 이 영화의 말맛과 보는 맛을 더욱 끌어 올렸다.
 
류승룡 선배의 진국 같은 모습은 너무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연기는 물론이고 삶에 있어서도 정말 많은 영향력과 배움을 주셨어요. 제 남친 김희원 배우는 첫 만남부터 너무 잘 통했어요. 친남매 같아서 너무 호흡이 좋았죠. 오정세 이유영 무진성 모두 대단했죠. 하지만 특히 제 아들 유빈이는 정말 모두가 칭찬이 자자했어요. 진지함과 재미를 넘나드는 연기가 너무 능글맞을 정도로 잘했어요.”
 
그는 극중 두 남자와 사랑의 감정을 나눈다. 한 사람은 전 남편이고 끝난 사랑, 또 한 사람은 전 남편의 절친이면서 현재의 사랑이다. 오나라는 개인적으로 20년이 넘게 연애를 하고 있는 연예계 대표 장수 커플이다. 그에게 이 영화 속 박미애의 이상한 연애관 그리고 괴상한 결혼관은 정말 묘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그는 이상한 연애관그리고 괴상한 결혼관이란 말에 박장대소부터 터트렸다.
 
배우 오나라. 사진/NEW
 
이상한 연애관이요(웃음)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이상한 연애를 즐기는 분을 본 적이 없어서. 제가 올해 21년 차 연애거든요. 하하하. 글쎄요. 전 미애의 연애와 결혼이 독특하다 생각 안했어요. 그냥 미애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됐어요. 이혼했고, 연애를 하고, 그 상대가 전남편의 절친이고. 너무 평범하지 않나요(웃음). 지금 남자친구와 너무 멋진 연애를 하고 있어서 미애의 연애가 전 오히려 평범하게 다가왔어요.”
 
언제나 깨끗한 에너지를 무한대로 뿜어내며 주변을 밝게 만드는 오나라는 딱 하나 자신의 과거 속 한 시간을 꼽으며 안쓰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1997년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 이후 24년을 배우 한 길만 달려왔다. 어릴 적 꿈이 뮤지컬 배우였기에 지금 사실 그는 꿈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 오나라를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말도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의 좋은 에너지가 넘치는 밝은 오나라는 사실 그때의 오나라가 만들어 준 지금의 오나라였을 것 같다.
 
배우 오나라. 사진/NEW
 
전 지금도 제 일을 사랑해요. ‘조연도 주연처럼 연기하는 오나라란 칭찬이 가장 듣기 좋은 찬사에요. 아무리 작은 배역도 너무너무 즐겁고 감사해하면서 임했죠. 벌써 그렇게 달려온 게 24년이네요. 그런데 예전 정말 앞만 보고 달릴 때가 있었어요. 뭔가 개척을 해나가 듯. 그때의 오나라. 많이 안쓰러워요. 뭘 그렇게 힘들게 달려왔을까. 그런데 그때의 오나라가 있어서 지금 이렇게 웃고 웃는 오나라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 모두모두 파이팅해요 파이팅!!!”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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