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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유체이탈자’, 사실 7명 모두 ‘강이안’은 아니었을까
‘12시간’마다 존재 뒤바뀌는 ‘강이안’, 공간과 시간까지 지배 ‘설정’
복잡한 퍼즐게임 형식, 기억→사건→인물 통한 사건의 실체 ‘접근’
2021-11-19 00:00:03 2021-11-19 00:00: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우선 언론시사회로 먼저 영화를 본 입장에서 보다 재미에 접근하기 쉬운 관람 방법을 공개한다. 일종의 관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유체이탈자는 주인공 강이안(윤계상) 12시간마다 다른 사람 몸에서 깨어나는 과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 속에서 강이안을 쫓는 의문의 남자들, 그리고 이 남자들과 강이안이 얽힌 충격적인 사건들이 등장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관람 편의에 따라 유체이탈자속 강이안과 의문의 남자들이 얽힌 사건 이동 경로 그리고 그 사건 원인을 찾아가기 위해 의식을 관람에 따라 이동시켜 간다. 하지만 이건 유체이탈자의 올바른 관람 방법은 아니다. 물론 이 점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유체이탈자의 좀 더 올바른 관람 방법이라면 사건의 이동 경로와 원인에 따른 의식 이동이 아닌, 주인공 강이안의 시선을 통해 전체 사건을 내려다 보는 방식을 취하면 좋다. 이 방식이 유체이탈자시나리오와 연출을 한 윤재근 감독이 원한 방식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유체이탈자는 강이안이 12시간마다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이유를 밝히기 위한 구조가 아니다. 강이안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겪고, 그런 사건을 통해 공포와 패닉 상태에 빠진 감정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끼면서 막다른 길에 몰린 이 남자가 무엇을 어떻게 해서 위기를 빠져나가는지를 관찰하는 얘기라고 설명하는 게 더 적합할 듯하다.
 
 
 
유체이탈자는 스토리 구성 플롯의 핵심인 준비 과정이 없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이 발생된 상태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총상을 입은 한 남자. 그가 타고 온 것 같은 크게 부서진 차. 이 남자는 필시 큰 사고를 당한 게 분명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죽진 않았단 점. 그리고 의식이 있다. 주변을 지나던 노숙자(박지환)가 이 남자에게 상태를 묻는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남자는 차량에 비친 자신을 바라본다. 꼴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 장면을 보는 관객들만 알 수 있다. 사고를 당한 남자, 그리고 사고가 난 차량에 비쳐진 이 남자 모습. 다르다. 물론 사고 당사자인 이 남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 그는 자신이 누군지 기억 하지 못한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니 비춰진 모습이 자신이 아니란 것도 모른다.
 
노숙자의 신고로 이 남자는 다행이 병원에 이송돼 치료 받는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지 이름이 뭔지, 기억을 못한다. 그나마 갖고 있던 소지품을 통해 이름이 강이안’(윤계상)이고, 자신의 집 주소를 알게 된다. 그는 치료를 받고 집으로 온다. 다친 몸을 이끌고 집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 순간 주변 사물이 뒤바뀐다. 그리고 자신도 다른 사람이 된다. 뒤바뀐 자신 앞에는 어떤 아주머니가 앉아 있다. 강이안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공간을 뛰쳐 나온다. 그는 한 택배 회사의 부장이란 직함을 가진 인물이 됐다.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 사진/(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후 강이안은 또 다시 다른 인물이 된다. 시계를 보니 정확하게 12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자꾸만 자신은 다른 누군가로 변해간다. 그리고 그가 변할 때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의문의 남자들이 자신을 쫓는다. ‘중사’ ‘상사등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을 보니 무슨 군인들 같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강이안은 한 가지를 알게 된다. ‘문진아’(임지연)란 인물. 자꾸만 다른 누군가로 변해가는 자신의 이런 현상과 뭔가 연관이 있어 보인다. 강이안은 이제 문진아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현실과 마주한다. 아니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미스터리한 상황에 대한 이유가 아닌 자신이 누군지, 도대체 진짜 나는 누군지를 찾기 위한 강이안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유체이탈자는 굉장히 복잡한 퍼즐게임이다. 영화 초반에는 기억을 소재로 끌어 온다. 강이안의 기억에 의지한 채 강이안이 겪는 상황을 설명하려 든다. 하지만 설명이 되진 않는다. 기억은 자아를 뒤흔들지언정 주변 공간과 시간까지 지배하는 요소는 아니다. ‘유체이탈자는 사람은 물론 공간과 시간까지 지배하는 상상 이상의 설정 업그레이드가 눈에 띈다.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 사진/(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 영역에서 설명이 불가능해질 경우 두 번째는 사건에 대한 집중이다. ‘유체이탈자속 사건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하나는 당연히 강이안에게 벌어진 뒤바뀌는 현상이다. 강이안과 관객은 그걸 밝히기 위해 주변에 흩어져 있는 단서들을 하나 둘씩 수집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강이안과 관객들 눈에 들어온 힌트는 군인으로 추측되는 의문의 남자들, 그리고 강이안의 연인으로 보이는(?) 문진아다. 문진아도 강이안의 연인인지 아닌지 아직 알 수는 없다. 군인으로 추측되는 남자들이 강이안을 추적하는 이유, 그리고 문진아가 강이안의 생사 여부에 집중하는 이유. 아마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물론 다른 이유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이유인 사건만으로 유체이탈자가 설명되지 않는다면 마지막 세 번째는 제목이다. ‘유체이탈자. 강이안은 이번 영화에서 유체 이탈을 의심케 하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겪는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무려 7명의 몸으로 이동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을 그 역시 무의식적으로 추적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강이안과 관객은 이 영화 핵심인 마지막 어떤 사건을 주목하는 것보단 변화된 자아를 더 바라보고 달려온 듯하다. 강이안은 그토록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지만 궁극적으로 그가 밝히고자 했던 것은 진짜 자신을 찾고 싶은 희망이었다. 그 희망은 영화 마지막 충격적 결말로 인해 관객의 의식을 뒤흔들고 또 영화 전체를 거꾸로 복기시키면서 유체이탈자의 특별한 체험을 다시 한 번 소개한다.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 사진/(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1 7역을 맡은 윤계상의 연기, 그리고 윤계상의 다른 자아를 연기한 박용우 유승목 이성욱 서현우 이운산이 만들어 낸 연기의 합이 생소하면서도 기괴한 느낌을 준다. 강이안의 조력자이면서 그에게 혼란의 힌트로서 모든 것을 쥐락펴락하게 만든 요소가 된 문진아를 연기한 임지연의 존재감도 주목된다. 윤계상과 함께 범죄도시에서 대립하는 연기를 펼친 박지환은 이번 유체이탈자에선 유머스런 존재감으로 가장 완벽한 조력자를 소화한다.
 
사실 유체이탈자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강이안의 수 많은 자아 중 하나였던 박용우의 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유약하고 평이한 이미지의 박용우는 이번 유체이탈자에선 등장할 때마다 존재 자체를 찢어 버리는 아우라를 뿜어낸다. 수 많은 강이안의 자아 중 유독 박용우가 이 정도의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낸 이유는 오롯이 그의 연기 스타일에 담겨 있다. 폭발시키는 박용우가 아닌 안으로 씹어 삼키는 그의 연기는 유체이탈자후반부 인간의 악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영화 '유체이탈자' 스틸. 사진/(주)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전체 사건의 해법이 되는 열쇠는 분명 존재한다. 그 열쇠로 인해 유체이탈자자체 무게감이 떨어진단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지적은 이 얘기를 사건으로만 바라봤을 때의 편협한 시각일 뿐이다. ‘유체이탈자는 사건이란 소재를 통해 바라본 자아에 대한 본질적 얘기를 그린다. 강이안이 처음부터 끝까지 겪는 7개의 다른 인물들. 결과적으로 모두가 강이안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궁극적으로 연출을 맡은 윤재근 감독이 설계한 이 세계란 덫에 관객은 가장 온전히 걸려 버린 먹잇감 이었을 뿐이다. 개봉은 오는 24.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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