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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닥터 브레인’ 이선균 “뇌 과학자, 다른 종족 같았다”
“출연 결정 이유? ‘김지운’ 감독 작품이기에 고민 없이 결정했다”
“타인 감정 공감 못하는 상태에서 극 전체 끌고 가는 역할 난감”
2021-11-20 00:00:01 2021-11-20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김지운 감독은 그를 두고 대한민국 중산층의 평범함 그리고 젠틀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설명한 적은 없지만 그를 전 세계에 알린 봉준호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서 김지운 감독이 설명한 내용을 되짚어 보면 이런 말도 될 듯하다. 가장 평범한 흰색의 도화지 같은 이미지이기에 어떤 색깔을 덧칠해도 그 색깔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얼굴 말이다. 아마 작년부터 현재까지도 그를 두고 기생충리스펙 사장님으로 부르는 전 세계의 팬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딕터 브레인이 더 어울리는 타이틀이 될 듯하다. 배우 이선균은 기생충이후 차기작으로 세계 최대 IT기업 애플이 선보이는 OTT플랫폼 애플TV+’의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 브레인의 주인공 고세원 박사를 연기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뇌과학자. 이선균은 만화 같은 이 얘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표현해 냈을까. 그의 눈에 들어온 고세원이란 남자. 그리고 닥터 브레인은 이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어떤 느낌이든 당연히 너무도 새로웠다.
 
배우 이선균. 사진/애플TV+
 
이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 봉준호 감독과 함께 했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충무로에서 모든 배우가 꼭 한 번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으로 꼽는 김지운 감독과 작업하는 행운을 잡았다. 애플이란 글로벌 기업이 선보이는 OTT플랫폼의 런칭 오리지널 시리즈란 매력도 있고, 천재적인 뇌과학자란 캐릭터의 호기심도 있었지만 당연히 김지운이란 이름 석자가 제일 매력적이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김지운 감독님 작품이란 점이 출연 결정의 가장 큰 이유였어요. 국내 배우 중에 감독님과 작업할 기회가 있다면 마다할 배우가 있을까요(웃음). 시나리오도 굉장히 흥미로웠죠. 하지만 김지운 감독님이라서 더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이걸 감독님은 어떻게 찍으실까. 그런데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역시나 장르물에선 독보적이시구나 싶었죠. 그리고 현장에서의 감독님은 정말 츤데레 매력이 넘치셨어요. 그게 기억에 많이 남아 있어요(웃음)”
 
그가 연기한 고세원이란 뇌 과학자는 타인의 기억을 읽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다. ‘닥터 브레인에서 그는 뇌 과학에 집착을 하고 기억을 읽는 기술 개발에만 몰두한다. 이유는 닥터 브레인스토리 스포일러이기에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집착하는 모습은 고세원이란 인물의 특징과도 또한 맞닿아 있다. 그는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뇌 구조를 갖고 태어난 인물이다.
 
배우 이선균. 사진/애플TV+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한다'란 설정이 진짜 어려웠어요. 제가 우선 이 얘기 전체를 끌고 가는 주인공인데, 너무 감정이 없으면 드라마 자체를 끌고 가는 데 무리가 있으니 고심이 많았죠. 그런 지점은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수위를 조금씩 조절했어요. 사실 제가 롤 모델로 삼은 게 현장에서 감독님 모습을 많이 참조했어요(웃음). 그리고 실제로 뇌를 스캔하는 기술이 있다면 제 읽어버린 기억을 좀 다시 들여다 보고 싶긴 해요. 하하하.”
 
배역 자체가 뇌 과학자이기에 고려해야 될 사안은 또 있었다.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진짜 어려운 일은 뇌 과학자이기에 써야 할 어려운 단어들이었다. 과거 드라마에서 의사배역도 해봤기에 어려운 용어 습득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른 용어라 애를 먹은 장면이 꽤 많았단다. 용어의 어려움으로선 가장 센 배역이었다고 웃는다.
 
정말 모든 게 새로웠어요. 그냥 다른 언어였어요. 외국어 개념도 아니었고. 뇌를 연구하는 분들은 마치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처럼 느껴졌어요. 용어 자체가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그렇게 보여야 되잖아요.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사가 입에 잘 안 붙으니 연기도 어렵게 다가왔고. 그나마 배역 자체가 감독님이 철저하게 고증과 자문을 받아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에 뭘 하려 하지 말고 대본에만 충실하자.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죠.”
 
'닥터 브레인' 스틸. 사진/애플TV+
 
이미 기생충으로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이선균이다. ‘닥터 브레인은 엄밀하게 따지면 한국 드라마다. 그러나 상영되는 플랫폼 자체가 글로벌 기업 애플이 출시한 애플TV+. 또 다시 한국어로 된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두 작품 연속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목을 받게 된 셈이다. 배우로선 흔치 않은 경험이다.
 
“’기생충때는 내 인생에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2년 만에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상황이 벌어진 거잖아요. 너무 기쁘죠. 전 세계가 대한민국과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기회를 배우 생활하는 동안 느낄 수 있어서 너무 큰 영광이에요.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될 수 있는 기회를 볼 수 있단 기대감도 너무 커요.”
 
OTT시장은 이미 글로벌 넘버원 기업인 넷플릭스가 국내에도 안착한 상황이다. 여기에 토종 OTT플랫폼도 다수 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현재는 OTT콘텐츠가 대세이지만 항상 나오는 질문은 OTT콘텐츠 제작 현장의 분위기다. 어떤 특별한 차이점을 꼽을 순 없지만 플랫폼 자체가 다르기에 큰 차이점이 있지 않을까 묻는 질문들이다. 이선균에겐 애플TV+나 넷플릭스 그리고 다른 OTT플랫폼 모두가 현재까진 큰 차이가 없는 현장이었다.
 
배우 이선균. 사진/애플TV+
 
우선 제가 OTT는 이번이 처음이라 다른 OTT는 몰라요(웃음). 다만 한국 드라마와 이번 애플TV+를 모두 경험해 본 입장에서 말씀 드리면 미묘하게 다른 것 같긴 해요. 회의와 결제 시스템이 좀 다른 것 같더라고요. 약간의 이질감이라고 할까. 그런데 그것도 처음이라 서로 알아가는 단계로 보면 될 것 같아요. 넷플릭스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잖아요. 애플TV+도 점차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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