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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달라졌다"…업계, 태도 변화에 기대감
정은보 금감원장, 사모펀드 사태 CEO 책임 첫 부정적 견해 밝혀
업계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금융상품 구조 이해"
2021-12-09 06:00:00 2021-12-09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사모펀드 사태 관련 최고경영자(CEO) 책임론에 처음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감독당국의 친시장적 기조에 대한 업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사모펀드 사태에서 판매사들의 100% 보상 및 CEO 제재와 같은 강경 조치를 취해 업계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반면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의 책임은 행장에게 지울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정 원장에 대해 업계는 "이제야 정상화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정은보 금감원장은 여신전문금융업계 CEO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행장이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법 논리도 그렇고 실무자들의 불완전 판매 문제라서 (CEO의) 지휘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내부 통제와 관련해서는 사법당국 판단을 법리적으로 검토해 신중한 제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금감원장이 사모펀드 사태의 CEO 책임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지난 2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안을 심의했지만, 함 부회장은 제재 대상 포함되지 않았다. 이전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등 대형 사모펀드 이슈들에서는 전·현직 CEO들이 제재심 대상에 올라 경·중징계 조치안을 받았으나, 이번 하나은행 제재심에서는 CEO 제재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정 원장의 태도에 금감원의 우리은행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관련 소송 '항소' 결정 역시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DLF 불완전판매 사건과 관련해 함영주 당시 행장에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 제재안을 권고했는데, 우리은행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걸었다. 지난 8월 법원은 1심에서 우리은행의 손을 들어줬으며, 금감원은 이에 항소한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CEO를 제재하는 건 법리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판단"이라며 "금감원은 3심까지 갈 가능성이 커 보이나, 결론이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원장의 친시장적인 감독 정서가 실제로 사모펀드 사태를 대하는 태도 변화로 나타나면서 업계에서는 기대감도 감돌고 있다. 정 원장은 취임식에서부터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을 강조하며 사후적 제재보다는 사전적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 제재심에서는 함영주 부행장을 심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비정상이었던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본다"며 "CEO가 어떻게 하나부터 열까지 실무적인 것을 챙길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그는 "상품 판매 관련 결재권은 CEO가 아닌 실무 임원들한테 있는데, 정 원장이 이러한 조직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업계의 분위기가 CEO 제재에 부정적인 점 역시 고려한 게 아닌가 싶어 앞으로의 감독 방향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각 회사의 내부통제기준은 협회에서 정한 표준내부통제기준을 바탕으로 해 대동소이한데, 사모펀드 문제 등 사고 유무에 따라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 여부가 갈리는 건 모순이 있다고 본다"며 "금융사들로 하여금 더 나은 통제 기준을 마련토록 해야지 제재하는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7일 여전사 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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