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재명,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2024-09-05 06:00:00 2024-09-05 06:00:00
‘정봉주 숙청작업’을 통해 ‘친명중심의 이재명 일극체제’를 성공시킨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약 3주가 되어간다. ‘정봉주 숙청작업’이란 선거 초반 1위를 달리던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이재명 당대표의 강성지지층인 ‘개딸’의 조직적 도움을 받은 김민석, 전현희 최고위원 후보에게 각각 1위, 2위의 자리를 내주고 6위로 탈락한 사건을 말한다. 
 
즉, “김건희가 살인자다. 김건희·윤석열이 (국민권익위원회 김모 국장을) 죽였다”고 윤 대통령 부부에게 ‘살인자’란 극언을 한 전현희 후보가 ‘개딸’의 지지를 받아 2위로 올라선 반면 ‘(이재)명팔이’들을 잘라내야 한다”는 척결발언으로 ‘개딸’의 미움을 받은 정 후보는 탈락했다. 
 
민주당 2기 지도부는 출범부터 ‘신친일파 척결 뉴라이트 거부’ 릴레이와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공직진출금지법안’ 등으로 윤석열 정권에 대한 ‘친일몰이’ 강경노선으로 일관했다. 이런 강경노선 때문인지 ‘정봉주 숙청’이 남긴 ‘개딸 전체주의’와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치명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숙고하거나 점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친명계와 ‘개딸’들은 ‘정봉주 숙청’을 집단내부가 극단화되는 ‘집단극단화’(group polarizaton)의 산물이 아니라 ‘집단지성’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이 대표는 5명의 친명계로 구성된 최고위원과 함께 ‘이재명 2기 일극체제’를 더욱 공고화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강경공세로 대권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 일극체제와 강경노선이 ‘수권능력’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일극체제와 강경노선에 매진하면 할수록 중도층 이탈과 비호감 증가로 상대진영에 반사이득을 줘서 결국 선거패배를 안겨준다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통 ‘승자의 저주’란 경영학 용어로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진 ‘승자의 저주’ 경험이 두 차례나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얻었으나 3년 뒤 치른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리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180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지만 2년 뒤 정권을 잃었다.
 
유권자들은 왜 정권교체를 선택했을까?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후보가 오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들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커지면 중도층 이탈과 비호감 증가에 따라 지지층이 축소되어 선거패배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냉철하게 분석하지 못했다.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이재명 2기 지도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봉주 숙청사건’의 모순을 돌아보고, ‘이재명 일극체제’의 위험성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정치양극화의 주범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봉주 숙청사건’은 ‘대통령 부부가 살인자’라고 극언을 퍼붓는 정치인이 어떻게 강성지지층인 ‘개딸’과 연합하여 상대를 악마화하고 내부를 갈라쳐서 ‘정치양극화’의 주범으로 등장하는 가를 명증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민주당이 강성지지층에게 호소하는 ‘전략적 극단주의’를 멈추고 중도층을 대변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극단적 유튜브에 출연하여 음모론이나 괴담을 선동하거나 ‘증오·혐오발언’을 일삼는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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