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우리금융그룹 출신 인사들이 각 분야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우리금융 산하 최고경영자(CEO)와 금융감독당국 수장에 이어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청와대 등 금융업계 외부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업계는 과거 부실 금융기관이던 우리금융을 국내 최대금융그룹으로 끌어올린 공로와 뛰어난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토종자본론의 과도한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이 국민연금 이사장에 임명된 데 이어 20일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되면서 금융위원회의 재신임 심사에서 탈락한 우리금융 3기 CEO들이 나란히 청와대의 신임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박 수석과 박 이사장은 우리금융 출신 인사들이 금융업계 외부로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우리금융 출신의 승승장구를 알린 신호탄은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전격 발탁이었다. 2001년부터 3년 간 우리금융 1기의 전략총괄(CSO) 부회장을 역임한 전 위원장은 2004년과 작년 우리금융 회장에 공모해 치열한 경합 끝에 막판에 탈락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지만 올해 금융위원회 첫 수장을 맡으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우리금융 출신은 아니지만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역시 작년 우리금융 회장에 응모해 서류심사를 통과하고도 스스로 면접을 포기한 인연이 있다. 당시 금융업계는 행시 기수 후배인 박 수석을 배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취임한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전 위원장과 함께 재무총괄(CFO)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를 비롯해 이종휘 우리은행장 내정자, 문동성 경남은행장 내정자, 송기진 광주은행장 내정자 등 우리금융 산하 최고경영자 4명은 우리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통 `우리맨'들이다.
이대우 수출입은행 감사도 우리금융 출신이며 금융기관장 하마평에 수시로 오르내리고 있는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과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 역시 중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업계는 우리금융 출신들이 새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는 것은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데다 우리금융 임원을 거치면서 실물 경제 경험과 리더십까지 겸비해 인선 때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2001년 그룹 출범 이후 한 명의 행장도 배출하지 못했던 우리금융 출신들이 한 번에 회장 한 명과 행장 네 명을 배출한 것은 부실 금융기관이던 우리금융을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발돋움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재정경제부 제1차관을 역임하면서 거시경제정책 최고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박 수석은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1년 만에 보험사와 소비자금융사의 인수를 통해 우리금융을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시키는 등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박 전 행장 역시 카드사와 보험사 사장에 이어 은행장까지 맡으면서 금융 구조조정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점이 개혁이 필요한 국민연금의 수장으로 임명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금융 직원들은 내부 출신 인사들의 선전이 그룹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박 수석이 거시 경제 등에 대한 전문성과 우리금융에서 경험한 실물 경제 지식을 조화시켜 어려운 국가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금융 중심의 메가뱅크 안이 다시 힘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업계 일부에서는 우리금융 출신 인사들이 지나치게 `토종자본론'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 출신 인사들이 토종이라는 폐쇄적인 사고로 일관할 것이 걱정스럽다"며 "정부소유 금융그룹으로서 정부 정책에 맞춰 움직인 우리금융과 시장논리에 충실한 다른 금융회사들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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