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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위헌소송③)30년 묵은 갈등의 씨앗
통합주의와 조합주의의 끝없는 논쟁
2011-12-07 09:04:50 2011-12-07 11:12:27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재정 통합 문제에 대해 직접 위헌 여부를 따지는 소송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이 논쟁은 깊은 뿌리와 역사를 갖고 있다.
 
◇정당성 결여한 군부정권의 의료보험 도입
 
1963년 의료보험법이 제정됐다. 군사쿠데타로 인해 정당성을 결여한 5.16세력들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보험을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시범사업으로만 실시돼 사실상 사문화됐다.
 
실질적으로 의료보험이 시행된 것은 그로부터 14년 후인 1977년이다. 500인 이상의 고용자를 둔 사업장은 의료보험이 강제로 적용됐고. 지역주민은 임의적용 대상으로 남았다.
 
이 당시 의료보험을 도입하자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남덕우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은 '사회보장망국론'을 설파하며 반대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신현확 보사부장관을 통해 제도 시행을 밀어부쳤다.
 
이후 1977년 7월 사업장 근로자의 의료보험 시행을 시작으로, 1979년 1월부터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이 시행됐다.
 
또 1981년 7월부터는 지역주민의료보험 시범사업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1980년대 조합주의와 통합주의의 1차 논쟁
 
의료보험 제도의 범위가 조금씩 넓어진 가운데 1982년에는 전 인구의 32.3%(1268만900여 명)가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합주의 방식을 택했다. 각각의 영역별로 독자적으로 의료보험조합을 운영하는 것이다. 당연히 독자적으로 재정은 운용했고, 행정체계도 독립적이었다.
 
문제는 부실한 조합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소규모의 조합은 재정이 불안했다.
 
정부는 처음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합의 대형화'를 고려했다. 조합의 통폐합을 주장하는 이른바 '통합주의'가 등장하기 시작해 기존의 '조합주의'와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에서 1983년 초까지 이어진 1차 논쟁에서 보사부는 의료보험 통합을 목표로 했지만, 청와대가 결국 정부의 과다한 재정 지출, 그리고 기업과 근로자 부담의 증가를 이유로 의료보험 통합 유보를 결정하면서 1차 논쟁은 막을 내렸다.
 
◇2차 논쟁과 노태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2차 논쟁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전개됐다.
 
특히 1988년 농어촌 지역에 의료보험이 실시되면서 보험료 부담이 이슈가 되었다. 이 때문에 또 다시 의료보험 통합 논쟁이 촉발됐다.
 
민주화운동의 여파로 농민들도 세력화를 하면서 목소리를 높여가기 시작한던 시기다.
 
통합론자들은 의료보험 통합을 통해서 농어민의 부험료 부담을 줄이고 의료보험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1988년 10월에 진보적 단체들과 연대하여 ‘국민의료보험법안’을 발표했고, 야당도 동조하고 나섰다.
 
대세는 통합주의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89년 국회가 만장일치로 의료보험 통합을 의결했다. 집권당인 민정당도 통합주의가 당론이었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며 통합을 무산시켰다. 이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관이 바로 최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오른 김종대 이사장이었다. 김 이사장은 당시에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재직중이었고, 노태우 대통령의 거부권을 이끌어냈다.
 
1980년대 통합주의와 조합주의의 논쟁은 결과적으로 조합주의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 논쟁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1997년 김대중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에 이르렀다.
 
◇김종대 파문과 DJ의 건강보험 재정 통합
 
 
정권이 교체된 이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의료보험 통합에 착수했다. 이제 통합주의라는 대세는 거스를 수 없게 됐다.
 
1998년10월부터 지역의료보험과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이 통합돼 운영됐다. 이어 2000년 1월부터는 직장의료보험과의 통합도 앞두게 됐다. 
 
이같은 통합주의에 끝까지 맞선 사람이 바로 김종대 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1999년 당시 보건복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의료보험 통합에 반대했다.
 
김 이사장은 사퇴 압력을 받게 되자 언론에 의료보험 완전통합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혔다. 주장의 요지는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과가 어렵다는 점과 보험료 징수가 매우 어려워지고, 보험료의 적기인상이 어려워진다는 점 등이었다.
 
김 이사장 주장의 핵심은 도시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의료보험을 통합할 경우 재정이 파탄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건강보험 재정통합에 끝까지 맞선 김 이사장은 결국 직권 면직됐다.
 
이후 의료보험은 통합됐고, 제도 시행을 앞두고 1차 헌법소원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건강보험 재정통합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고, 마침내 2000년 7월 국민건강보험으로 탄생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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