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ELW(주식워런트증권) 부당거래 의혹으로 기소된 6개 증권사 사건의 심리를 맡은 재판장이 "사실관계를 가정해서 질문하지 말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19일 열린 유진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김시철 부장판사)는 박준현(58) 삼성증권 사장에 대한 검찰의 피고인 신문 도중 "검찰이 미리 확인했어야 할 사실관계인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가정해서 피고인에게 질문하면 정확한 답이 나오기 어렵다"며 검찰의 늦은 수사 속도를 지적했다.
이날 검찰은 지난해 11월17일 금융감독원이 DMA(증권 자동전달시스템, 직접 전용주문) 시스템을 스캘퍼(초단타매매자)에게 제공한 삼성증권 측의 업무내용을 지적한 확인서를 삼성증권 사업본부장 주모씨의 피고인 신문 도중 제시했다.
검찰은 '금융당국이 DMA 시스템의 위법성에 대해 검찰 수사 전에 지적한 걸로 알고 있다. 위 문서를 삼성증권이 금감원의 요청에 의해 3월에서야 소급해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금감원이 11월 즈음에 이 같은 내용의 감사를 나온 것은 사실이지 않는가"라고 주 본부장에게 따졌고, 주 본부장은 "그와 같은 지적사항을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어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 도중에서도 "금감원이 지난해 11월 즈음에 이미 ELW 매매 시스템의 위법성을 지적했는데, 이 같은 사실을 부하 직원에게 보고 받지 못했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위 확인서의 내용은 이미 지난달에 나온 내용이다. 검찰은 금감원에 이같은 내용의 지적사항이 증권사 감사 중 이뤄졌는지 확인했는가"라고 물으며 "오늘 공판에서 새로 나온 내용도 아닌데 확인 안된 사실을 가정해서 묻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금감원 쪽에 계속해서 확인 중에 있다"고만 답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유진투자증권·LIG증권·대우증권·삼성증권·한맥투자증권 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각 증권사 대표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IT 기술이 발전함에따라 속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자본시장법에는 공정한 속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피고인들이 DMA 시스템의 위법성에 대해 몰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나효승(58) 전 유진투자증권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또 유흥수(62) LIG증권 사장, 임기영(58) 대우증권 사장, 이택하(59) 한맥투자증권 대표,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에게 각각 징역1년6개월을 구형했다.
아울러 검찰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각 증권사의 IT 지원본부장 등에게는 각각 징역1년을 구형했다.
이에 유진투자증권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부정한 거래를 사용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원칙을 파괴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스캘퍼(초단타매매자)의 거래로 일반투자자가 피해를 본 사실이 없고, 입지 않아야 될 손해를 끼치게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증권 측 변호인은 "회사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흐름을 잘 타야 하는데 검찰의 이번 공소제기로 증권 업계가 날벼락을 맞았다"며 "삼성증권은 ELW 거래로 얻는 수익이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데 1%를 위해 전체를 희생하는 행위는 상식적으로 할 리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4개 증권사에 대한 선고는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지난 15일 김시철 부장판사는 HMC투자증권 제갈걸 사장에 대한 사건에서 "형사처벌 영역과 정책적·행정적 규제 영역을 구별할 필요성이 있는데, 검찰이 기소 근거로 삼은 '특혜 제공'은 범죄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주문처리상) 시간우선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ELW(주식워런트증권) 관련 사건을 심리한 27부(대신증권), 28부(HMC투자증권) 두 재판부의 동일한 판단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각 증권사별로 공소사실에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재판 결과에서 무죄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검찰이 결정적 근거를 재판부에 추가로 제시하지 않고는 앞서 내려진 법원의 판단을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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