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 당시 후보직 매도·매수 혐의로 기소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53)와 곽노현 교육감(57)의 양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19일 후보 단일화 대가로 상대 후보로 출마했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과 함께 직위를 제공한 혐의 등(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곽 교육감에게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또 금품과 직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는 징역 3년에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일각에서는 곽 교육감에게는 벌금형을, 박 교수에게는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선고 결과를 놓고 "정치적 판결이다"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검찰 역시 임정혁 대검찰청 공안부장이 "사안의 중대성과 죄질에 비춰 지나치게 경미한 봐주기 판결"이라고 논평했고, 정점식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지구인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화성인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들의 양형은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재판부는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해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은 양형 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고수되어야 할 형벌의 기본 원칙"이라면서 "박 교수와 곽 교육감, 강경선 교수는 후보 단일화 당시 후보직 매수·매도행위 관여 여부와 책임의 경중 차이가 크다"고 판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사건의 시작을 지난 2010년 5월 19일 박 교수의 위임을 받은 양모씨와 곽 교육감 선거캠프 최갑수 교수, 회계책임자 이보훈씨간 이루어진 금전 지급을 조건으로 하는 단일화 합의에 두고 있다.
재판부는 "이들 사이에 있었던 금전 지급 합의가 피고인들 사이에 2억원을 주고받게 된 시발점이 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이 범죄행위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지만 그 자체로 선거의 공정성을 심히 저해하는 후보직 매수·매도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당시 합의에 대한 피고인들의 개별적 관여의 정도가 양형 조건으로 충분히 고려해야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재판과정을 통해 곽 교육감이 단일화 합의 사실을 몰랐고, 박 교수는 양씨를 통해 합의 사실을 전달받았다는 사실을 가려냈다.
재판부는 당시 단일화 합의에 박 교수가 깊숙이 개입하고, 단일화 조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만큼 박 교수에게 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박 교수가 합의 이행을 요구하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거액의 금전 지급을 지속적으로 요청한 반면, 곽 교육감은 이를 끊임없이 거절했다는 것도 박 교수와 곽 교육감의 차이점이다.
또 곽 교육감이 합의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인식한 후에도 금전 지급을 요청한 점, 2억원을 곽 교육감으로부터 받아낸 이후로도 추가적인 대가 수수를 기대하고 그 가능성을 타진한 점 등이 박 교수에게 불리한 정황으로 나타났다.
반면 곽 교육감의 경우 비록 2억원이라는 돈을 건네주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줄곧 단일화 댓가로 금전을 지급하는 게 응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 내용을 보면 곽 교육감의 주장대로 '선의'가 작동한 점을 완전히 간과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2억원의 성격에 대해 '대가성'을 인정하는 것과 '의도를 갖고 2억원을 주었느냐? 아니면 사후에 타인들이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주었으냐?'에는 민감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법률적'으로는 '대가성'을 인정했지만, 2억원을 주게 된 과정을 보면 곽 교육감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후보를 매수하기 위해 지급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데서도 나타난다.
재판부는 이같은 정황을 고려해 '책임주의'에 원칙에 따라 박 교수는 실형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곽 교육감에게는 후보자 매수죄 형량인 '7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500만~3000만원'에서 벌금형 상한선인 3000만원을 선고했다.
결국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후보 사퇴 댓가를 요구한 박명기 교수는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곽 교육감에 대해서는 사전에는 후보 사퇴의 댓가를 지급하지 않을려고 했지만, 지인들이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후에 2억원을 지급함으로써 공직선거법 위반을 피해가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징역형을 선고하기에는 죄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벌금 30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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