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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박근혜 체제 "2004년과 다르네"
순항하던 2004년과 달리 이번에는 '고전'
2012-01-27 14:06:02 2012-01-27 14:31:13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2004년과 2012년 박근혜 체제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근혜 대표는 천막당사를 통해 탄핵 역풍을 뚫어냈다.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과반(152석)을 확보하며 제1당으로 올라섰지만 “개헌 저지선만은 지켜 달라”는 박 대표의 읍소에 121석을 한나라당에게 내줘야만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80~200석까지 압승이 점쳐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박 대표가 한나라당을 구제한 것이었다.
 
이후 박 대표는 참여정부 임기 내 이뤄진 각종 선거에서 전승을 거두며 ‘선거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었다. 비록 막판 여성의 한계를 극복치 못하고 청계천의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한나라당 대선후보 자리를 내줘야만 했지만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는 한나라당의 수호신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 이른바 ‘대세론’의 밑바탕인 셈이었다.
 
그랬던 박 전 대표가 2004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2012년에 다시 '등판'했지만 흔들리고 있다. 27일로 출범 1개월을 맞는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 대한 당 내외 평가는 참혹, 그 자체다. (관련기사: 간판 바꾸기에 그친 박근혜, ‘쇄신’은 없었다)
 
◇출범 직후 연이은 악재..블랙홀 변모
 
먼저 주어진 여건이 달랐다.
 
2004년엔 이른바 차떼기에 탄핵까지, 더 이상 좌초할 수 없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박 대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무저항의 근거였다.
 
또 당시에는 야당이었다. 야당이라는 핸디캡은 오히려 대외적 환경으로부터의 자율성을 가져와 당을 추스르는 장점이 됐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공격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집권 여당이다.
 
특히 2012년엔 비대위가 들어서고 난 뒤 오히려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악재란 악재는 다 터진 뒤에 '구원등판'했던 2004년과는 사뭇 다르다.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유증과 디도스 사태를 수습하기도 전에 돈봉투 파문이 터졌다. 검찰의 칼끝이 박희태 국회의장을 좁혀오면서 비대위의 쇄신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CNK 다이아몬드 주가 조작 사건이 겹쳤다.
 
집권 말기인 점을 감안할 때 측근 비리는 연이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애써 이명박 대통령과 선을 긋는다 해도 권력비리는 집권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가속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이와 관련해 “현 상황에서는 비대위가 정권 말기 터져 나올 집권여당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견제론'으로 읍소하며 선방했던 2004년 총선과 달리 2012년 4월 총선에서는 정권 심판론을 피해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는 게 박 위원장으로선 무엇보다 곤혹스런 대목이다.
 
◇떠오르는 태양, 지는 태양
 
당내 권력구도 또한 눈여겨 볼 대목이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가 지는 태양이었다면 박 대표는 떠오르는 태양이었다. 이 전 총재는 두 번의 대선 실패로 정치적 내리막길을 걸어야만 했다. 2002년 대선 당시 차떼기 사건까지 겹치면서 세력 재편 또한 빨라졌다. 이는 결국 박 대표에 대한 견제 세력의 부재로 이어졌다.
 
반면 2012년엔 지난 4년을 이어온 박근혜 대세론의 붕괴가 본격화됐다. 한때 “박근혜 시대”임을 노래했던 홍준표 전 대표는 26일 한 종편방송에 출연해 “지금은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대세론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적으로는 사분오열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다수인 친이계가 절치부심하며 권토중래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쇄신파는 이미 박 위원장에 대한 기대를 접고 등을 돌렸다. 친박계 또한 토사구팽에 처한 영남권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대위 성토에 돌입할 태세다.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은 현안마다 박 위원장과 충돌하고 있다.
 
2004년에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박 위원장은 당 로고를 현재의 로고로 교체하며 간판을 바꾸었다. 2012년에는 당명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여기에다 지난해 불어 닥친 안철수 열풍은 대세론에 타격을 입힘과 동시에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었고, 야권은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잠룡들의 다자구도가 형성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대세론 자체가 한국정치사에서 도전과 견제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점을 환기할 때 박 위원장은 ‘지는 태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근본적 쇄신을 할 수 없는 이유로 “박 위원장이 수성에만 매달려 몸 사리기에 그치기 때문에 쇄신과 맞닿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2004년에는 몸 사리기로도 충분히 '견제론'을 '읍소'하며 121석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반면, 2012년에는 그 환경 자체가 전혀 다른데도 동일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박 위원장의 정치력과 내공이 가진 '본실력'에 대한 본격적 검증대에 오른 것은 2004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201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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