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현장)라인업으로 승부한 신생축제 '슈퍼소닉!페스티벌'
도심형 록페스티벌 가능성 알려
2012-08-16 13:48:02 2012-08-16 13:49:03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록 마니아라면, 특히 록 페스티벌 마니아라면 한 번쯤 가 보고 싶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섬머소닉 페스티벌. 섬머소닉은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록 페스티벌들에 뒤지지 않는 아티스트 라인업을 뽐낸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에 어마어마한 입장료까지 생각하면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
 
도심 속의 록 페스티벌을 걸고 나온 '슈퍼소닉!페스티벌'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 있다. 
 
민원발생을 우려해 12시면 모든 공연이 막을 내려야 하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슈퍼소닉이 기대되는 건 일본 섬머소닉 페스티벌과의 제휴관계 때문이다. 즉 라인업만 보고도 헤드 뱅잉이 절로 나오는 섬머소닉의 라인업을 서울의 슈퍼소닉에서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페스티벌 첫날인 1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마련된 메인 스테이지(슈퍼 스테이지)는 거물급 헤드라이너인 스매싱 펌킨스의 공연 때조차 채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일부 팬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람 수가) 웬만한 대형마트보다 적었다', '스매싱 펌킨스 오늘 (속상해서) 일기 쓰겠네' 등 실망과 아쉬움이 섞인 멘션들을 날릴 정도였다.
 
첫날 공연을 본 팬들의 이런 반응들을 접하고, '될 성 부른 떡잎이 이렇게 지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으로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소닉 스테이지(SK핸드볼경기장)에서 국카스텐이 공연을 할 때만 해도 아티스트의 열기를 흡수하지 못할 정도로 적은 관객 수에 걱정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5시 30분부터 시작된 포스터 더 피플의 공연 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보컬 마크 포스터는 무대를 누볐고, 사람들은 열광하고, 춤추고, 소리질렀다,
 
비로 식은 공기가 다시 달아올랐다. 열기는 노장임을 잊게 했던 티어즈 포 피어즈의 무대를 거쳐, 여성 팬들을 실신 직전까지 몰아갔던 고티에의 무대에서 더욱 커지고, 기다렸던 뉴 오더의 공연 때는 드디어 올림픽체조경기장을 가득 채울만한 크기가 됐다. 그 열기로 지산, 펜타포트와는 또 다른 느낌의 록 페스티벌이 한국의 척박한 록 토양에 떡잎을 밀어 올렸다.
 
지산밸리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은 서울을 벗어난 곳에서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페스티벌 문화를 낳았고 매년 관객 수를 늘려가고 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춤추고 소리질러도 거리낄 것 없는 그 자유는 분명 없었던 문화고 소중한 문화다. 하지만 록 매니아들의 입장에서는 점점 해외 록 밴드 공연의 비중이 줄어드는 듯한 서운함을 감출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슈퍼소닉은 의미가 있었다. 물론 포스터 더 피플이나 고티에가 헤드라이너급 밴드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에 가장 핫하다는 평을 듣는 이들 두 밴드와 노장, 거장의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티어즈 포 피어즈와 뉴 오더까지, 하루에 이만큼 알찬 라인업을 보여주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슈퍼소닉에서는 밤 새워 놀 수도 없고, 공원을 산책하는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줘서도 안되고, 아무데나 마음대로 드러누워 쉴 수도 없다.
 
하지만 '자유'로 대변되는 지산과 펜타포트와는 또 다른, '라인업'으로 승부하는 록 페스티벌로서 뚝심 있게 자리를 잡을 수만 있다면 슈퍼소닉의 미래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일본 섬머소닉과의 연계가 원활히 이루어져 최소한 이 정도의 라인업이 유지가 되고, 여기에 미력했던 홍보 활동이 보강되고 다소 허전했던 식음료 판매 혹은 이벤트 부스들이 좀 더 풍성하게 자리를 잡으면 지산, 펜타와 더불어 한국의 3대 록 페스티벌로 자리잡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마케팅적인 고민을 포함해 숱한 난관이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락앤롤’ 하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