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영화 '미나문방구'는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들 앞에 놓인 높고 단단한 벽을 허무는 이야기다.
제목만 생각했을 때 언뜻 느껴지는 옛 추억과 순수한 동심만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전부가 아니다.
주인공 미나(최강희 분)가 오래도록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던 아버지와 화해하고, 그 아버지의 분신과도 같은 문방구를 통해 또 다른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이 동심을 활용한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그려진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공무원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번듯한 직장에 잘 다니고 있던 미나는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치는 바람에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고 병원비 때문에 빚은 불어나는 골치 아픈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자 미나는 어릴 때부터 꼴도 보기 싫었던 문방구를 통째로 팔아버리려고 한다. 간판에 붙어있던 글자 가운데 '문'이 떨어져 나가면서 친구들이 자신을 '방구'라고 놀려대는 게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게가 계속해서 팔리지 않고 결국 사람이 없어 매매가 성사되지 않는다는 부동산중개사 아저씨의 충고에 따라 미나는 짐을 싸들고 고향집으로 향한다. 이 때부터 매사에 부정적이고 불만투성이인 미나와 한 없이 밝고 순수한 아이들의 복닥거림이 시작된다.
하루라도 빨리 '미나문방구'를 처분하기 위해 재고 물품을 몽땅 팔려는 미나의 기상천외한 영업 전략은 동심을 자극한다. 또 문방구 앞 초등학교에 교사로 부임해 온 미나의 동창 강호(봉태규 분)의 등장과 함께 영화는 과거와 현재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소통의 벽을 허무는 치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미나를 제외하고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던 강호는 뒤늦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깨우치고 이를 자기 반 아이들에게 써먹는다.
그리고 미나는 불운한 가정 환경 때문에 가게 물건을 훔친 여자 아이를 통해 아버지가 그동안 동심을 훼손하지 않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문방구를 운영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애틋했는 지를 느끼게 된다.
영화는 억지 감동식 드라마를 자주 연출하진 않았지만 가끔씩 강호와 아이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교과서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미나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예상 가능한 뻔한 결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내 화사한 색감으로 아이들이 등장하는 영화라는 것을 스크린은 말해준다.
16일 개봉. 상영시간 106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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