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상하이차, 쌍용차 철수 '급행' 의혹>
中이사진 임기 한달여 남기고 법정관리 신청
2009-01-12 06:30:00 2009-01-12 06:30:00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의 중국인 사내외 이사 6명 중 5명의 임기가 모두 한달 가량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최대주주인 상하이차가 자국인사 임기 만료 이전에 서둘러 철수 작업을 시작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12일 쌍용차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천홍 상하이차 총재는 지난 2007년 3월 24일 임기 2년의 사내 이사에 재선임돼 올해 3월이면 임기가 종료된다.

쌍용차 3인 대표이사 중 한명이었던 장하이타오도 같은날 사내 이사에 재선임됐으며, 법정 관리 신청을 의결한 이사회에 참석한 중국인 사외이사 3명는 2007년 3월23일에 선임됐다.

최형탁 사장과 장 대표의 사임으로 1인 대표를 맡게 된 란칭송 수석 부사장은 SGM(Shanghai General Motors) 인사담당 겸 사장 비서실 담당, SGM 구매 담당 등을 역임하다가 2007년 11월 2일 수석 부사장으로 쌍용차로 오면서 사내 이사가 됐다.

반면 한국인 사내이사인 최형탁 사장은 작년 3월28일 사내 이사에 재선임돼 임기가 1년 가량 남아있으며 사외 이사인 이효익 성균관대 교수도 역시 같은 상황이다.

지난 9일 중국 상하이차 본사에서 법정관리 신청을 의결한 쌍용차 이사회는 이사회 의장인 천홍 총재의 주재하에 사내외 이사를 합쳐 중국인 6명, 한국인 3명이 참석해 열렸다.

이같은 진행 상황을 보면 최대주주인 상하이차가 경영난에 처한 쌍용차에서 서둘러 발을 빼기 위해 자국인 사내외 이사들의 임기 만료 전에 이사회를 긴급히 소집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의구심이 증폭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물론 지분 51.3%를 소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상하이차로서는 향후 중국인 이사들을 재선임하는 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상하이차는 최근 쌍용차에 대해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서 '기술 먹튀'비난의 대상이 됐고, 더욱이 검찰의 기술 유출 수사를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문제가 더욱 커져 향후 새로운 이사진 구성시 행동 반경이 좁아질 것을 우려해 임기 만료전에 서둘러 본격적인 철수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8일 시작된 이사회에서 의결 안건으로 상정할 내용을 한국인 사외이사진에게 미리 통보하지 않는 등 철통 보안을 유지한 것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쌍용차는 그동안 한국과 중국을 번갈아가며 한달에 한번 이사회를 열어왔는데 통상 안건의 내용을 사외이사진에게 미리 알려왔다.

사외이사 중 한명은 이사회 참석차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건에 대해 전혀 통보받은 바 없는데 상하이차가 철수 방침을 밝히더라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어 답답하고 솔직히 부담이 크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상하이차는 지난 2006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 사외이사를 통틀어 중국인 4명, 한국인 5명이던 쌍용차 이사진을 중국인 6명, 한국인 3명인 현재의 체제로 바꾸면서 쌍용차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바 있다.

상하이차는 당시 한국인 4명, 중국인 1명이었던 사외이사진을 중국인 3명, 한국인 2명의 구도로 역전시켰고 이와 관련해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술 먹튀'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서울=연합뉴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