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벌거벗은 김남길을 봤다
2014-10-14 11:29:08 2014-10-14 11:29:08
◇김남길 (사진제공=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강남 모처의 갈비집의 제일 구석진 자리에 한 남자가 짙은 초록색과 파란색의 바탕에 하얀 색 줄이 세 개가 나란히 그어진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저 사람이 김남길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80cm가 넘는 키의 우월한 기럭지가 돋보이지 않는 남루한 옷차림이었다.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인터뷰 당시 "이 영화가 흥행하면 기자들과 저녁식사 한 번 갖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약속을 지킨 13일 밤 김남길은 그렇게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
 
김남길은 "아니 왜 이렇게 입고 나타난 거냐"는 기자들의 애교섞인 질타에 "저의 벌거벗은 모습을,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라며 자신의 몸을 가리는 액션을 취했다.
 
"이게 평소 내 모습이에요. 옷을 잘 입고 다니지도 않고, 이렇게 편안한 모습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보니까 패셔너블한 사람들은 부지런해야겠더라고. 나는 누가 입혀줘야지, 게을러서 잘 꾸미질 못해요. 하하."
 
그렇게 편안한 차림과 마인드로 기자들과 뒤섞여 고기와 술잔을 기울였다. 몸소 나서서 웃기기도 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표정이 굉장히 밝았다. 아직도 상영 중인 <해적>은 이날 <수상한 그녀>의 스코어를 뛰어넘으며 누적관객수 866만을 기록했다. 김남길 개인에게도 최대 수치고,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에 있어서도 최대 수치인 영화가 <해적>이다. <명량>, <겨울왕국>에 이어 올해 흥행 3위. 쉽지 않은 기록을 만들어냈다.
 
"사실 개봉 초반에는 우리 모두 표정이 밝지 못했어요. <명량> 때문에. 하하. 예전 어떤 영화에는 무대인사를 가도 관객이 너무 적어서 '인사를 안해도 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 것에 반해서 이번 영화는 관객이 엄청 많았는데도, 해진이형부터 저나 예진이나 표정이 썩 밝지 못했어요. <명량>이 너무 치고나가 가지고. '<명량> 얼마나 나왔냐. 우린 왜 못 치고 나가냐'라는 말들을 무대 뒤에서 심각하게 했죠."
 
뒷심이 강했다. 개봉한지 2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몇몇 영화관은 <해적>을 올리고 있다. 하하루에 500명이 넘는 관객들이 아직도 <해적>을 보고 있다.
 
"이렇게 뒷심이 강한 영화도 처음이에요. 저 혼자 만든 게 아니고 다 같이 만들어낸 작품이란 생각에 더 뜻깊어요."
 
<해적>으로 이름값을 더 높인 김남길은 계속 바쁘다. 최근에는 전도연과 함께 작업한 <무뢰한> 촬영을 마무리했고, 내년 CJ엔터테인먼트 최대 사극인 <도리화가> 촬영을 앞두고 있다. 류승룡, 수지와 함께다. '핫'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고 했다.
 
손을 내저은 그는 "내가 뭐가 '핫'해. 난 '핫'한 거랑은 거리가 멀지. 현빈이나 조인성 이런 배우들이 '핫'한거지"라고 겸손을 보였다. 이에 "무슨 소리냐. 손예진, 전도연, 수지랑 연기를 하는데 '핫'한게 아니고 뭐냐"고 대꾸했다.
 
이 말에 김남길은 이내 전도연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무뢰한>에서 전도연과 느낀 호흡은 지금까지 와는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를 갔을 때 송강호, 황정민, 정재영 등 선배들과 자리를 가졌어요. 모두 내가 전도연 선배랑 호흡을 맞췄다는 것에 '영광인 줄 알라'고 하더라고요. 호흡을 맞춰보니까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남자, 여자를 다 떠나서 배우로서 본 받을 점이 정말 많아요. 도연이 누나랑 많이 친해졌어요. <해적>이 500만을 넘었을 때는 '500만 배우 오셨네'라고 농을 치더라고요. 친해진만큼 이번에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나쁜남자>의 심건욱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그 때의 느낌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무뢰한>은 형사와 그가 쫓는 살인 사건 용의자의 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을 그린 영화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짙은 페이소스의 김남길이 만들어낼 그림이 벌써부터 관심사다. 이름값은 엄청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작비 30억 정도의 작은 영화가 <무뢰한>이다.
 
"(누적관객수)100만 바라보고 있어요. 그러면 대박이라는 생각이에요. 아무래도 영화가 느리니까. 일반적인 상업영화보다는 템포가 느려요. 새로운 영화가 될 거예요."
 
꾸준히 농담으로 일관하고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내보이다가도 작품이나 연기에 대한 질문을 하면 이내 표정이 진지해졌다. 평생 연기할 것이라는 그다. 최근 <상어> 흥행실패로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는 김남길은 완전히 여유를 찾은 듯 했다. 연기 얘기만 나오면 깊어지는 표정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연기에 대한 애정이 깊어보였다. 그래서 "연기가 왜 좋냐"고 물어봤다.
 
"연기는 혼자서 잘 하는 게 아니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나오는 거거든요. 사람이 관계를 맺고 자주 만나면서 관계가 깊어지듯이 연기도 상대방을 통해 깊어지는 맛이 있어요.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도 발전하는 느낌이 있고요. 상호간의 교류로 내면이 깊어진다는 느낌, 이게 내가 연기를 좋아하는 이유예요."
 
다소 엉뚱한 질문에도 담담하게 자신의 연기관을 펼쳐놓은 그는 <해적>과 달리 다시 '깊은 김남길'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자신을 솔직하게 꺼내놓을 줄 아는 김남길이기에,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을 줄 아는 그이기에 '자신감'에 신뢰가 간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