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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은 미래산업이다!)벼랑끝에 선 제약산업
(창간기획)①정부, 건보재정 개선 구실 '약값 옥죄기'
제약사도 복제약에 매달리며 위기 자초
2015-02-16 16:40:58 2015-02-16 18:47:5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한계에 직면했다. 복제약에 의존한 내수시장 영업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책으로 영업환경은 위축됐다. 이렇게 벼랑끝에 몰린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살길을  찾아나섰다. 제약산업의 룰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복제약에서 신약으로, 내수에서 해외수출로 체질변화가 필수적이다. 신물질탐색에서부터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전과정을 진행시키기 위해선 M&A를 통한 규모의 대형화도 필요하다. <뉴스토마토>는 제약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제약산업이 국가 미래성장동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편집자)
  
제약산업은 위기와 기회가 혼재돼 있는 과도기적 시점에 있다.
 
정부는 몇년전부터 제약을 글로벌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체질개선을 위한 구조재편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제약업계의 진통은 상당했다. 규제 강화로 제약사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기존 사업모델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규제책의 정점은 '일괄 약가인하'였다.
 
정부는 2012년 4월에 대규모 약가인하를 단행했다. 약제비 절감액은 1조7000억원 정도다. 
 
이는 제약산업 19조원 규모의 10%에 맞먹는 금액이다. 제약사별로는 최대 20%가량의 매출이 증발하는 재앙적 수준이다.
  
(사진출처=복지부)
제약업계는 R&D 투자여력이 위축되고, 중소사의 도산과 인력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정부가 내세운 약가인하 명분은 건강보험재정 안정과 제약산업 선진화다. 건보재정을 악화시키는 약가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신약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복제약과 내수에 편중..위기 자초
 
국내 제약산업은 복제약과 내수 중심으로 성장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한몫했다.
 
정부는 관세장벽을 높이고 복제약 약값을 높게 쳐줬다. 복제약 값을 후하게 쳐주는 대신 연구개발(R&D)에 투자를 하라는 의도였다. 복제약을 육성하면 신약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복제약 활성화는 약가제도의 뒷받침도 받았다. 복제약의 가격은 '계단식 약가'로 정해졌다.
 
먼저 진입한 복제약에 높은 약가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계단식으로 순차적으로 약가가 떨어지는 구조다. 특허만료 이후 조속한 복제약 발굴을 위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의 복제약 정책은 오히려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외면하는 쪽으로 작동됐다. 복제약만으로도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제품력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복제약에 대한 영업과 마케팅 활동에 집중했다. 복제약 판매에 따른 수익은 R&D에 투입되지 않고 불법 리베이트로 흘렀다. 수십개의 동일 성분 복제약이 쏟아졌는데, 약효나 품질의 차별점이 없는 탓에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불법적인 리베이트가 성행했다.
 
고만고만한 복제약 사업에 매달리다 보니 국내 제약사는 900여개로 난립했지만, 1000억원 매출을 넘는 업체는 30개사에 불과할 정도로 하향평준화됐다. 
 
신약개발 도전에 나서는 제약사는 일부였다. 110여년 제약업력에서 토종신약은 20여개에 그친다. 100억원대를 넘는 신약은 2개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성은 불합격이다. 세계시장에서 성과를 낸 글로벌 토종신약도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보다는 복제약에 집중해 지금의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며 "제약사들의 잘못만은 아니고 복제약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식의 정부 정책 탓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베이트가 만연하게 되면서 유통질서는 어지럽혀졌으며 국가의 건강보험재정은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제약산업 옥죄기..건보재정 악화 요인
 
건강보험 재정은 2000년대 들어 재정 위기가 발생해 2010년에는 당기적자 1.3조원으로 위험 상황에 처했다. 이대론 적자가 확대돼 파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때부터 정부의 산업보호 정책 아래 안전하게 성장해오던 제약산업은 졸지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건보료 인상이 부담스러웠던 정부는 제약산업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약값에 대한 규제를 건보재정 개선의 수단으로 삼았다. 불법 리베이트, 복제약의 비싼 가격 등은 구실을 주기 충분했다. 2011년 복제약에서 신약개발 중심으로 제약산업을 변화시키고, 900여개에 이르는 제약사들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가장 파급력이 컸던 정책 중 하나로 꼽히는 2012년 4월 '일괄 약가인하'가 시행된 배경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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