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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공기업은 요즘 조직개편으로 '뒤숭숭'
인사혁신처, 정부 부처 개방형 직위 확대·의무화 추진
현장 공무원 "실무능력 없고 인사적체 더 심화될 것"
에너지공기업 인사교류는 인사청탁 우려까지 나와
2015-03-20 15:29:12 2015-03-20 15:29:12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관가에 인사제도 개편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민간 경력자를 채용하는 개방형 직위를 늘리기로 해서다. 에너지공기업도 직원을 순환·교류하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사제도 개편을 두고 공무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20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인이 지원할 수 있는 경력 개방형 직위를 확대하기로 하고 부처마다 고위 공무원의 20%, 과장급의 10%를 개방형 직위로 임용하도록 했다. 지금도 부처별로는 고위 공무원과 실무급을 통틀어 10%~20%를 개방형 직위로 채워 운영하도록 됐지만 대부분 공무원만 임용돼 '이름만 개방형'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가 보고한 자료를 보면, 개방형 직위가 도입된 5년간 기재부에 민간 경력자가 국·과장급에 임용된 사례는 한건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개방형 직위 확대·의무화로 불통과 순혈주의에 빠진 공직사회를 뿌리부터 바꾼다는 취지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인사제도 개편을 주도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도 민간 경력자"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 과제로 내걸고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국민의 개혁 목소리가 높은 만큼 개방형 직위, 순환보직제 등을 더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정부 공무원들은 개방형 직위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더 많이 낸다.
 
보건복지부의 과장급 공무원은 "관가의 폐쇄성을 극복하자는 데 공감하나 민간 경력자 출신의 장관도 부처 적응과 업무파악에 애를 먹는데 일이 많은데 실무급 직위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 심할 것"이라며 "순혈주의 해소와 실무능력은 다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13년 민간 기업의 홍보전문가를 사상 첫 외부 홍보실장으로 영입했으나 1년여 만에 교체한 사례가 있다. 또 개방형 직위의 근무기간이 대개 2년~3년에 불과해 기대했던 업무실적 제고에 큰 도움이 못 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른 부처에 비해 연구원과 박사급 특채가 많았던 산업통상자원부의 관계자는 "민간 경력자도 전문성을 갖추면 외부 수혈은 괜찮다"며 "다만 고위직과 과장급 인사적체가 심하고 부처 간 인력교류가 드문데 민간 출신이 온다고 정부의 불통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끼리 인력을 교류하는 제도도 도입될 예정이지만 인력교류가 수도권과 가까운 발전소에만 교류·지원이 몰릴 것이라는 우려와 불만이 나온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인력교류는 2001년 발전사들이 한전에서 분사된 후 첫 교류로, 공기업 지방이전에 따라 발전사들이 경남, 부산, 충남 등에 흩어진 후 연고지에서 멀어졌거나 가족과 생이별한 직원에 편의를 제공하고 발전사 간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는 뜻에서 도입된다.
 
하지만 발전사 직원들은 이를 마냥 좋게 보지 않는 모습이다.
 
발전사 인력이 모자란 상황에서는 어느 한곳의 일방적 전출·입이 아닌 맞교환 방식의 교류가 진행될 것이고, 수도권 쪽 발전소나 선호도가 높은 작업장에 가고 싶어해 그곳만 지원이 몰리거나 자칫 인사청탁 등의 새로운 비리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발전노조 관계자는 "한국중부발전이 운영하는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는 시설도 낙후됐고 지역도 오지라 기피 사업장으로 불린다"며 "인력교류가 시작되면 경기도 고양이나 인천 발전소, 비교적 시설이 좋은 한수원으로 옮길 사람들만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의 인사제도 개편을 놓고 폐쇄된 공직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으리라는 애초 기대와 달리 공직사회 구성원들은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자 정부가 상부 조직개편 없이 아랫물만 바꾸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에 참가했던 한 교수는 "정부가 문고리 3인방과 낙하산 인사, 관피아 등으로 공직사회에 대한 불만을 키웠으면서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말단 공무원들만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며 "개방형 직위 확대와 인력교류가 자칫 옥상옥만 되고 공직사회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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