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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별대담)박원순 서울시장
“민생의 고통 공감하고 정책으로 풀어내는 게 진짜 정치”
2015-05-10 18:14:37 2015-05-10 18:23:41
“박원순이 달라졌다.”
 
최근 서울시의 여러 이슈들을 두고 지지자들조차 실망하며 하는 얘기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본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른 의미에서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권력의지는 확고해졌고, 자신감도 더 붙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확신이 생긴 듯했다.
 
“국민의 삶이 이렇게 팍팍하고 힘든데, 여·야로 갈라지고 또 자기들끼리 당파적 싸움에 날을 세우고…, 이건 정치가 아닙니다. 시민들의 고통이 뭔지 공감하고 그걸 정책으로 풀어내는 게 진정한 정치입니다.”
 
그의 해답은 ‘생활정치’였다. 생활에 밀착해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치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치와 분권, 거버넌스, 소통을 강조했다. “청와대와 중앙부처가 다 틀어쥐고 있으면 그만큼 국가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시장이 국장 한 명 숫자도 못 늘리는 식으로는 안됩니다.”
 
아래는 <뉴스토마토> 창간에 맞춰 진행한 박원순 시장 단독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취임 이후 줄곧 ‘소통하는 행정’을 강조해 왔는데, 요즘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부친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박원순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판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통이 끝이 없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데, 서울이 인구 1000만명이 사는 도시다. 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그런 여러 갈등들을 잘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다. 그래도 과거에 비한다면 서울시가 더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요즘 서울시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도시, 서울’을 구호로 내걸고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박원순식의 도시재생은 무엇이고, 성취하려는 목표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시민의 삶을 잘 챙기고 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 목표다. 민생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한편으론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이고 글로벌 도시로 계속 발전해 가야 하기 때문에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950년 이후 지어진 서울시가 지금은 많이 노후화했다. 도시재생의 방식으로, 한편으로는 낙후된 도시를 근대화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코엑스 주변의 마이스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이나 창동 지역개발, 그리고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해 한양도성 주변 마을을 전통을 가진 역사마을로 변환시킨다든지 이런 변화들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렇게 여러 사업들을 민간에 넘겨 진행하면서 과거 개발시대 토건주의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토건이 무조건 악은 아니다. 불필요하고 예산 낭비적인 토목이 문제다. 그건 과감하게 정리했고,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서울의 미래를 위해 지금 투자해두지 않으면 안 될 것들이다. 민자의 경우도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우려가 있긴 하지만 장점도 있다. 지하철 9호선 문제에서 보듯, 계약 재구조화를 통해 민자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 그런 방식으로 가면,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도시기반시설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나는 토건을 하더라도 대안적이고 생태적 토건을 한다. 서부간선도로나 제물포 도로를 지하화 하는 사업은 그 위를 공원화하기 때문에 삶의 질은 높아지면서 도시의 기반이 만들어지게 된다.
 
-경제가 많이 어렵다.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런 위기를 벗어날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지금 과도기에 있다. 과거 남들 흉내를 내는 추수형 모델로는 안된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답게 우리가 창조해가는, 새로운 상상력이 약동하는 경제로 가야한다. 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 서울형 창조경제다. 관광과 엔터테인먼트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효과가 가장 높다. 동시에 문화와 예술을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나 만화산업, 드라마, 예컨대 한류 바람들이 큰 사업이다.
 
그리고 R&D를 통한 지식 부가사업들이 생겨야 한다. 서울에는 60개가 넘는 대학이 있다. 이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들을 R&D 역량으로 결집시켜내면 서울에 미래가 있다. 그 외에도 민생을 챙기기 위해 전통시장, 골목상권, 전통 제조업들을 활성화 하면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서울시장에 나서면서 “서울시를 확 바꾸겠다”고 했다. 그동안 뭘 바꿨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이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거버넌스 시스템, 투명성 또는 재정의 건전화 같은 성과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서울시 채무가 20조원이었다. 하룻밤 자면 20억원 이자가 나오는 규모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미 7조5천억원을 줄였고 8만호의 공공임대 주택을 지었다.
 
-지방자치가 20년을 넘었다. 무엇을 얻었고, 한계는 뭔가.
 
▲‘자치’ 자체가 중요한 가치다. 주민들과 민간 영역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세상이 달라진다. 청와대와 중앙부처가 다 틀어쥐고 있으면 그만큼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치와 분권, 거버넌스, 소통, 협치, 이런 것들이 사회를 바꾸고 번영으로 가는 길이다.
 
서울시장을 해보니 재정적으로나 조직으로나 한계가 너무 많다. 시장이 국장 한 명 못 늘리는 상황에서 자치가 어떻게 제대로 이뤄지며 국가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겠나. 중앙정부는 큰 틀의 결정을 하고,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지방자치에 맡겨둬야 한다.
 
-여당은 선거에서는 이기지만 이미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었고, 야권 역시 대안세력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박 시장에게 국민적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국민들이 신뢰하는 정치다. 당파적 싸움에 날을 세우고 있거나. 국민의 삶이 이렇게 팍팍하고 힘든데 그 삶을 진정으로 돌아보고 민생을 챙기는 정치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실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말로써가 아니라 시민들 가까이에서 고통이 뭔지 공감하고, 그것을 정책으로 풀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생 문제 해결을 통해 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뉴스토마토
대담 정광섭 편집국장·최기철 사회부장/ 정리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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