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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녀, 자신을 칭찬해라! 높아진 자존감이 희망된다"
"자기 성찰이 우선…잘 할 수 있는 직업 선택해야" 조언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
2015-05-14 18:20:15 2015-05-14 19:20:27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사진=뉴스토마토)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은 치열하고 팍팍하다. 여전히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서 남성과 경쟁하다보니 혼인과 출산 연령대는 높아지고 이후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지쳐 자의반 타의반 일을 그만 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혼과 임신, 출산 등의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경력단절녀는 213만9000명(2014년 4월 통계청)에 이른다. 기혼녀 5명중 1명이다. 최근 이들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며 정부와 기업이 일자리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은 이마저도 벅차다.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뭘 해야할지 막막한 대한민국 경력 단절 엄마들을 위해 뉴스토마토가 해당 분야 전문가인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6년 전. 저도 경력단절녀였습니다. 아이를 낳고 집안 일에 치이다보니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없었죠. 우울증이 찾아왔고, 재기를 꿈꿨지만 막막했습니다. 일을 다시 하기 위해 상담과 교육을 받고싶어 나섰지만 당시 도와줄 수 있는 기관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저 같은 상황에 처한 엄마들과 고민이라도 털어놓자는 취지로 '워킹맘 희로애락' 커뮤니티 카페를 열었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사비를 들여 워킹맘 축제를 열었습니다. 2009년 6월. 그렇게 한국워킹맘연구소가 출범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역 인근 카페에서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은 그는 누가 봐도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도 좋은 에너지가 감돌았다.
 
자신의 경험과 수많은 고민 상담을 해주며 쌓인 내공에서 나온 그의 말에는 잃어버린 꿈을 되찾고 싶은 엄마들에 대한 고민과 애정이 오롯이 묻어났다.
 
◆주눅 들지 마라. 할 수 있는게 많다
 
"엄마들 주눅들지 마세요. 각자 재능 하나씩은 다 갖고 있습니다. 작은 장점 하나도 지나치지 말고 직업과 연관시키는 작업을 하세요." 이 소장은 상담을 해주다보면 그동안 '나'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습관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엄마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 대부분은 스스로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데 이 때문에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어도 회사를 그만둔지 오래된데다 할 줄 아는게 없다는 이유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하루에 단 15분만이라도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것마저도 잘 실행이 안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아직 준비가 안된거죠. 더 절실한 때가 올때까지 기다리세요. 시간도 맞고 절박감이 맞아 떨어졌을 때 비로소 새출발을 할 의지가 생깁니다." 라고 답한다.
 
이어 주변에 한때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던 한 분이 호주로 이민을 가고싶다는 목표를 갖고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의지가 강하니 배우는 속도가 빨랐다고 운을 뗐다.
 
현재 호주에 가지 않고도 여기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막막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반복된 고민들을 하던 모습에서 지금은 자기주도적인 삶을 사는 모습으로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엄마의 변화를 알아챈 아이들 또한 좋은 영향을 받는다.
 
이 소장은 예전에는 '엄마는 행복하지 않는데 왜 공부를 해야하냐'는 질문을 하던 아이들이 엄마가 변하는 모습,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함께 변하기 시작한다면서 그 자체가 산교육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방을 기대하지 말고, 당장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
 
구체적으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 소장은 현재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을 글로 쓰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발전을 방해하는 원인을 제거하면 한발짝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스스로를 칭찬하세요. 그리고 당장할 수 있는 것부터, 내 인생을 나답게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세요."
 
혼자 직업을 고민하기가 벅차다면 전문 기관을 찾는 방법도 추천한다.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가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전국에 140개가 있다. 고용노동부 '워크넷' 사이트에서 직업 및 진로 적성검사를 무료로 받아볼 수도 있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소장은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 회사에 취업한 엄마들도 있다'면서 "같은 아르바이트라도 한 가지라도 더 의견을 담으려고 하고, 더 많은 정보를 위해 노력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코 먼일이 아니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직장'이 아닌 '직업'을 고민해라
 
경력단절여성들이 일을 시작할 때 '직장'이 아닌 '직업'을 고민해야 하는 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업을 택한다는 것은 전문성을 키운다는 것이고, 직장은 월급을 10만원 더 받냐 안받냐를 고민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막상 회사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힘든 경우가 많은데 근무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이면 어떻게든 버티지만,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했을 경우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소장은 "실제로 힘들게 재취업에 성공한 경력단절여성들이 3개월 이내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재취업에 성공하거든 1년은 무조건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아이한테 신경써야 하고 일 적응하는데 많은 고비가 있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하다보면 대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에는 무슨일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칭찬은 남편도 춤추게 한다
 
경력단절여성들이 재기에 성공하려면 가족의 협조 또한 중요하다. 이 소장은 일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을 해야한다면서 일을 그만두는 원인 중에 하나가 가정의 협조가 안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취업 계획이 있다면 전부터 남편, 아이와 상의해 아내가, 엄마가 없을때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아내들의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일을 시작하면 집안일을 남편에게 나눠줘야 하는데 인정받고 싶어하는 남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면 업무 분담으로 인한 충돌을 없앨 수 있다"고 충고했다. 보통 남편에게 설거지를 맡기면 당연히 처음에 제대로 하지 못한다.
 
깨끗이 설거지를 하지 못했다고 짜증을 내고 직접 나선다면 영원히 모든 집안일은 아내의 몫이 된다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이때 아내들에게 필요한 건 '인내'다.
 
그는 "집안일이 서툴러서 성에 안 차더라도 반드시 칭찬해주고 기다려주는게 요령"이라면서 "그러면 남편들은 이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고 남편도 스스로 가정에서 존재감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남자들은 칭찬에 목말라 있다"면서 "곰같은 남편을 움직이는 여우같은 아내들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연 소장 프로필
-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
- <아빠의 자존감의 아이의 자존감을 높인다> <일하면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똑똑한 여자보다 매너좋은 여자> 저자
- 경기도 화성시 보육정책위원회 위원
- 경기도 여성비전센터 운영위원
-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홍보자문위원
 
■한국워킹맘연구소 소개
한국워킹맘연구소(www.kworkingmom.com)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한 NO 1. 워킹 맘&대디 전문기관으로 육아 휴직 복직 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비롯해 교육, 상담, 캠페인, 정책간담회, 축제, 경력단절맘 재취업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유지승 기자 raintr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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