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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업의 화장은 유죄다
2015-06-18 06:00:00 2015-06-18 08:55:33
박영철 한국공인회계사회
홍보팀장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다. ICT의 발전 속도 만큼이나 똑소리 나는 스마트한 소비자도 점차 늘고 있다. 그들은 폭주하는 제품 정보 속에서도 겉모습인 디자인을 중요한 선택 포인트로 삼는다. 제품만 아니라 우리 외모도 유행을 탄다. 이른바 외모를 중시하는 꽃중년, 신중년이 떠오르고 있지만 유행에 민감한 건 누가 뭐래도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내면 가꾸기 보다 외모 가꾸기에 더 집착하며, 돈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투자한다.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살찌지 않기 위해 닭가슴살을 먹으며 다이어트에도 열심이다. 그러며 자신의 앞태와 뒷태를 공들여 만들어 간다. 외국인들은 우리를 성형의술의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치켜 올린다. ‘대한민국은 성형공화국이다.’ 라는 달갑지 않은 말에도 외모지상주의를 좇는 씁쓸한 현실이다.
 
최근 즐겨 보고 있는 TV프로그램이 있다. ‘복면가왕’이다.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끈 TV프로그램 포맷인 ‘노래대결’에 모 방송사의 포맷인 ‘히든(hidden)’이 ‘가면(mask)’으로 탈바꿈했다. 구성이 주는 재미와 함께 가면 속에 숨겨진 극적인 반전이 흥미를 끈다. 복면가왕 판정단들은 가창에 참가한 사람의 목소리와 신체적 특징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은 여지 없이 무너지며, 극적인 반전에 전율마저 느낀다. 얼굴을 가리고 싶고 감추고 싶은 현대인들의 심리를 표현한 문화콘텐츠다.
 
서울 시내 핫 플레이스로 손꼽히는 강남의 ‘가로수길’. 이 곳에서는 미식가들의 거리이기도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중국 관광객(요우커)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꼽히는 성형외과가 몰려있다. 이처럼 가꾸고 싶은 심리로 여성들은 물론이고 젊은 남성들까지도 ‘화장’을 하게 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탤런트들은 맡은 역할에 맞게 ‘분장’을 한다. 맨 얼굴, 떨어지는 아니 마음에 들지 않는 민낯을 드러내기 실어 화장을 하고 분장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른바 화장발이다.
 
전혀 느낌이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게 ‘화장’과 ‘분장’이라면, 숫자로 이뤄진 ‘회계’는 의도를 갖고 고치면 이른바 ‘분식회계’다. 분식(粉飾)은 분을 발라 치장한다는 뜻인데, 통상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잊을만 하면 언론에 등장하는 유수 기업의 회계분식과 회계부정. “감추면 남는 게 있고 외부감사에서 무사히 넘어가 주주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최고 경영자들의 그릇된 경영관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인간의 마음은 콤플렉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외모 콤플렉스가 마음의 못이 되어 박히게 되면, 외모를 화장으로 아름답게 치장하고 성형으로 고치고 싶어 하는 심리는 누구라도 동정하며 이해가 된다.
 
그러나 숫자가 중심이 된 회계는 다르다. 정교한 기술을 동원해 치장하고 꾸며 민낯을 가린다 해도 내면이 좋아질리 없다. 가공으로 굴절되고 왜곡된 숫자는 결코 투명한 본래의 모습이 아니다. 아니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댓가를 톡톡히 치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화려한 겉에 텅빈 속’을 경계하며, 경제력 규모에 맞게 경제의 주체인 국가, 기업, 가계 모두 하루 빨리 투명해져야 한다. 화장하지 않은 민낯으로 떳떳해야 당당할 수 있다. 가리고 싶은 심리와 투명하게 드러내야 하는 인식 사이에서 더 이상 고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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